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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C 2019 참관기[위클리비즈]
조선일보 위클리비즈에 기고한 MWC 2019 참관기를 블로그에 재발행합니다.

지난 2월 25일부터 28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9’에 다녀왔다. 그동안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국제 전자제품 박람회)에 여러번 다녀왔지만 MWC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MWC는 GSMA(세계이동통신협회)에서 1987년부터 개최한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전시회 겸 콘퍼런스다. 프랑스 칸에서 열리다 2006년부터는 바르셀로나에서 계속 열리고 있다. 당연히 모바일에 방점이 찍힌 업계가 중심이 되어 치르는 전시회다.
그런데 MWC는 CES와 함께 지난 7~8년 사이 크게 각광받으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단조로운 휴대폰과 통신 장비를 전시하던 MWC가 각종 첨단 스마트폰과 모바일 앱을 선보이는 자리로 변모하면서 더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CES와 쌍벽인 글로벌 IT 행사
그러면 MWC는 CES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규모로 보면 CES가 더 크다. CES에는 약 3600사와 약 16만명이 참관한다. MWC에는 약 2400여사와 11만명가량이 참관한다. CES는 원래 TV, 냉장고 등을 전시하는 가전제품 전시회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부터 자율주행 자동차까지 거의 모든 첨단 기술 제품을 선보이는 종합 전시회가 됐다. 그리고 아무래도 하드웨어 위주의 전시회다. 반면 MWC는 모바일에 좀 더 집중된 전시회다. 스마트폰부터 통신 장비가 중심이며, 모바일 앱, IoT(사물인터넷) 기기 회사 등이 참가한다.

CES 참관객이 많은 것은 사실 입장료가 거의 무료이기 때문이다. 일찍 등록하면 무료이며, 나중에 등록해도 100달러로 크게 비싸지 않다. 그래서 전자 업계와 크게 관련이 없는 일반인도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 참관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MWC는 다르다. 전시장만 둘러볼 수 있는 제일 싼 티켓이 799유로로 우리 돈 100만원쯤 한다. 콘퍼런스 등을 듣고자 하면 200만원 이상을 내야 하며, 모든 네트워킹 행사에 다 참석할 수 있는 플래티넘 티켓은 600만원이 넘는다. (필자가 이번에 참가할 수 있었던 것은 프레스로 등록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언론매체기고 내용, SNS활동, 블로그 활동 등을 제출해서 기자로 인정받는데 성공했다.)

게다가 행사 기간 바르셀로나의 호텔 숙박료가 천정부지로 오른다. 평소 1박 10만원대에 묵을 수 있는 호텔이 거의 100만원을 줘야 한다. 이처럼 참관 비용이 높기 때문에 꼭 필요한 업계 사람들만 온다는 것이 MWC의 장점이다. 이런데도 10만명이 참관한다는 점이 오히려 놀라울 정도다. 그래서 MWC에서는 비즈니스 미팅이 많이 일어난다.
폴더블폰·차이나·5G가 키워드
이번 MWC의 키워드는 ①폴더블폰 ②화웨이와 중국 회사 ③임박한 5G 정도로 꼽을 수 있다. 이런 글로벌 전시회는 미디어의 눈을 확 끄는 주인공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이폰 이후 스마트폰이 나온 지 10년이 넘어가면서 이제 스마트폰에서 눈길을 확 끄는 혁신은 보기 어렵게 됐다. 그런 가운데 접는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접으면 일반 스마트폰 크기로 주머니에 들어가고 꺼내서 펴면 태블릿 컴퓨터처럼 커지는 폴더블폰이 이번 MWC에서 가장 주목받는 제품이 됐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드를 MWC가 개막하기 바로 전주에 샌프란시스코에서 먼저 공개했다. 중국 업체들과 나란히 무대에 선다는 게 자존심 상한 듯 선수를 친 것이다.


그래서 이번 MWC에서는 현장에서 새로 공개한 화웨이의 폴더블폰 메이트X가 더 주목받았다. 삼성 갤럭시 폴드는 화면이 안쪽으로 접히는 반면 메이트X는 바깥쪽으로 접히는 점이 달랐다. 갤럭시 폴드 가격은 약 222만원으로 4월 말 출시 예정이다. 화웨이 메이트X는 거의 3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6~7월경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폴더블폰이 실제로는 어떨지 무척 궁금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갤럭시 폴드는 특급 경호를 받았다. 삼성전자 부스에서 갤럭시 폴드는 박물관 전시물처럼 직육면체 유리상자 안에 넣어 가까이 다가갈 수 없게 ‘경호선’이 쳐져 있었다. 화웨이 메이트X도 만질 수 없게 전시하긴 했지만 적어도 가까이서 볼 수는 있었다. 초고가 폴더블 스마트폰이 과연 실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일지, 아니면 3D TV처럼 한때 관심을 얻다가 사라져 버릴지 관심거리다.
화웨이 ‘기술 굴기’ 자신감 돋보여
지난 1월의 CES에서는 중국의 굴기가 꺾였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다. 그런데 이번 MWC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지난 CES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전자 회사들이 호평을 받았다면 이번 MWC의 주인공은 단연 화웨이였다. 화웨이는 MWC 전시관 입구 홀1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대형 부스로 기세를 과시했다.

미리 초대받은 고객과 기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이 부스는 입구부터 전 세계 각국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미녀들이 맞아준다. 이 안에는 폴더블폰부터 5G 장비, 인공지능 설루션까지 화웨이 기술을 총망라한 전시관이 있다.

강릉원주대 최재홍 교수는 “화웨이관은 미니 MWC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안에서는 전 세계 통신사 고객들이 방문해 화웨이의 5G 장비를 유심히 살펴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2층 공간에 미팅룸을 마련해 두고 비즈니스 미팅을 이어갔다.

이뿐이 아니다. 화웨이는 전시관 안에 커다란 카페, 식당 공간을 마련해 두고 식사와 음료를 무제한 제공했다. 심지어 중국 본토에서 중국 도삭면과 고기빵을 만드는 요리사를 데려와 즉석에서 만들어 제공하고, 중국 소수민족 공연까지 펼칠 정도로 신경을 썼다.

사람은 먹는 것에 약하다고 했던가. 좋은 음식으로 아낌없이 대접하는 화웨이의 전략은 큰 효과를 낸 것 같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했다. 특히 프레스센터에서 내 옆자리에 있던 일본 기자들조차 “화웨이 밥이 제일 맛있더라”라고 얘기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 메인 전시관 이외에도 화웨이는 3, 4, 7홀에도 대형 부스를 마련해서 일반 참관객들을 맞았다. 심지어 10만명의 MWC 일반 참관객이 목에 두른 배지 줄에도 화웨이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최근 보안 이슈 등 화웨이의 통신 장비에 대한 미국의 견제에 위축된 모습은 전혀 없었다. 이 밖에도 ZTE, 샤오미 등 많은 중국 회사가 큰 규모의 부스를 내고, 활발한 신제품 발표를 통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차세대 통신 기술 5G 상용화 임박
이와 함께 이번 MWC의 가장 큰 화두는 5G였다. 5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5G가 그동안 꾸준히 이야기되어 왔지만 이제는 정말 상용화가 임박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고주파 대역을 쓰는 대신 무선통신 기지국을 더욱 촘촘히 설치해야 하는 5G 기술은 종전 4G(LTE)보다 이론상 100배 빠르고 지연 속도가 거의 없다고 해도 될 만큼 빠르다. 이번 MWC에서는 5G 통신이 가능한 삼성 갤럭시S10 등 삼성, LG, 화웨이, 샤오미 등의 스마트폰이 선보였다. 그리고 화웨이, 에릭손 등은 5G 기지국 장비를 선보였다.

그리고 전 세계 통신사들은 앞다퉈 가상현실 게임,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차, 원격의료 서비스 등 5G 기술을 응용한 서비스 데모를 부스에서 전시했다. 국내 기업 KT와 SKT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5G 상용화 서비스를 할 통신사로서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과연 현재 4G 서비스에도 그다지 별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고객들을 어떻게 막대한 투자비를 들인 5G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 통신사들 고심이 느껴졌다.

장차 5G를 응용할 수 있는 기술로 이번 MWC에서 선보인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2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구글 글라스처럼 쓰는 안경인데 이것을 통해 사물을 보면 관련된 정보가 함께 떠오르는 일종의 ‘혼합 현실’을 구현해 준다. 첫 번째 버전보다 많은 진전을 이룬 것 같지만 아직도 3500달러로 가격이 비싸서 본격적으로 보급되려면 더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유럽 중심 전시 미국은 다소 한산
MWC는 참관객 상당수가 유럽과 아시아에서 온 사람이었고 유럽 국가들 국가 전시관이 많이 보이는 유럽 중심 전시회다. 퀄컴과 시스코 등 미국 통신업계에서도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CES와 달리 실리콘밸리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300곳이 넘는 한국 기업이 참가한 CES만큼은 아니지만 MWC에서도 한국 기업이 210여 곳 참가해 비중이 작지 않았다. 삼성전자, LG전자, SKT, KT 같은 대기업 이외에도 코트라, 창업진흥원,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정부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이 대거 MWC에 참가했다. 이들은 I-Korea라는 통일된 사인을 가지고 참가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너무 많은 곳에 부스가 흩어져 있어 시선을 집중하는 효과는 없어서 아쉬웠다.
MWC는 유럽과 기업인 중심의 대규모 모바일 전시회다. 모바일 기술 트렌드를 보고 글로벌 기업인들과 교류하기에 적당하다. 기술 혁신이 자동차 산업 등 전방위로 확산되는 요즘 트렌드를 고려하면 CES에 비교해 큰 그림을 보기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4차 산업혁명 가로막는 정부
지난 2월초 실리콘밸리에 다녀왔다. 한국은 4차산업혁명이 난리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그게 도대체 뭐냐”는 분위기다. 실리콘밸리의 한국분들은 내게 “그게 도대체 뭐길래 한국에서 그 난리냐”고 핀잔을 준다. 그렇다고 실리콘밸리가 4차산업혁명의 본류인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로봇 등 개발을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공룡기업들의 엄청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2002년부터 2016년까지 구글의 연간매출. 출처 : Statista.com
구글을 보자. 구글의 2016년 매출은 약 894억불로 한화로 약 100조원이다. 한국의 일등기업 삼성전자의 2016년 매출 201조원의 절반정도다. 하지만 영업이익을 보면 230억불, 즉 27조원정도다. 반도체 영업호조로 좋은 실적을 보인 삼성전자의 29조원과 2조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문제는 성장률이다. 삼성전자의 2016년 매출성장률은 겨우 0.6%인 반면 구글의 경우는 그 덩치에 22% 매출성장률을 기록했다. (3월초 현재) 구글의 시가총액은 사상최고가인 삼성전자의 282조원의 2.4배인 680조원이나 된다. 그것은 시장에서 구글의 미래가치를 삼성의 그것보다 더 높게 인정하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구글의 미래에 대한 투자다. 구글은 검색, 유튜브 등 핵심부문이외를 기타 투자(Other bets)라는 이름으로 관리하고 있다. 사물인터넷사업인 네스트나 미래기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구글X, 자율주행차 사업인 웨이모, 바이오벤처사업인 버릴리 등이 이 영역에 속해있다. 이 부문의 지난해 적자는 29억불로 한화로 약 3조2천억원이다. 구글은 최근 몇년간 계속 이렇게 적자를 내면서도 계속 투자중이다. 구글이 얼마나 미래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바로 이 구글의 기타투자 영역이 바로 요즘 한국이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4차산업혁명의 승부처다.
이런 미래사업의 승부처는 돈싸움이다. 구글은 사물인터넷 스타트업인 네스트를 지난 2014년에 약 3조5천억원을 주고 인수했다. GM은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인 크루즈를 지난해 거의 1조원을 주고 인수했다. 포드는 지난 2월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아르고 AI에 향후 5년간 1조여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인재확보에 목마른 글로벌기업들은 그냥 해당 스타트업을 거액을 주고 통째로 인수해버리는 시대다.
<알리바바가 9천억원을 투자한 매직리프의 증강현실 홀로그램 데모 동영상>
중국기업들도 적극적이다. 시가총액은 296조원쯤 되는 알리바바는 미국의 미래기술 스타트업에 거액을 투자중이다. 지난해 알리바바는 증강현실(AR)기술을 개발하는 실리콘밸리의 매직리프라는 스타트업에 약 9천억원을 투자했다. 이처럼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IT삼인방의 실리콘밸리 투자는 삼성전자의 벤처투자를 최근 몇년간 압도하고 있다.
이런 투자전쟁에서 국내기업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네이버의 2016년 매출이 4조원이고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섰다고 하지만 글로벌 공룡 IT기업에 비하면 전투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지난해 12월 네이버는 사내 연구개발조직 네이버랩스를 분사시키고 향후 3년간 1천2백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네이버랩스는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로봇 등을 연구한다. 네이버의 과감한 투자소식은 반갑지만 아직 한참 모자란다고 느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 분야의 치열한 글로벌경쟁속에서 그 정도는 소액투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요즘 움직임이다. 방통위는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을 규제하겠다고 한다. 전통미디어를 제치고 막대한 광고수익을 올리기 때문이란다. 또 방송광고시장과 형평성차원에서 온라인광고규제를 검토해보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세계 미디어시장을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장악해 가는 시대에 방송광고시장도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그런데 방송사들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 그나마 잘되는 회사를 규제하겠다니 시대착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글로벌 주요 IT기업들과 네이버, 카카오의 시가총액비교. (단위, 조원. 2017년 3월9일 종가기준)
한국이라는 우물안에서 보면 네이버나 카카오가 큰 회사로 보인다. 하지만 애플(시총 850조원), 구글(680조원), 마이크로소프트(580조원),아마존(469조원), 페이스북(460조원), 알리바바(296조원), 텐센트(297조원) 등과 비교하면 우리 기업들은 난장이(네이버26조, 카카오 5조6천억)에 가깝다. 정부는 각종 규제로 산업생태계의 경쟁력을 끊어버린 국내게임업계처럼 인터넷생태계도 또 규제로 압사시켜버리고 싶은 모양이다. 꼭 눈에 보이는 전자제품, 자동차, 선박, 철강 등을 만들어야 큰 회사인가? 4차산업혁명의 주인공은 데이터를 자유자재로 요리하는 인터넷-소프트웨어회사들이다. 제발 시대착오적인 규제로 미래의 주인공이 될 회사들을 옭아매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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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7일자로 문화일보에 기고한 칼럼을 블로그에 좀 더 풀어서 썼습니다.
FDA와 한국 식약처의 규제정책 비교
김치원님(서울와이즈요양병원원장)이 쓴 ‘의료, 미래를 만나다'(부제:디지털헬스케어의 모든 것)을 읽었다. 스마트폰, 웨어러블 등의 등장으로 혁신에 가속도가 붙은 디지털헬스케어시장을 한 눈에 조망한 책이다.
책을 읽다가 177페이지 ‘통제와 지침의 창구인 규제기관’부분의 미국 FDA와 한국 식품의약품 안전처의 규제현황에 대한 비교가 눈에 들어왔다. 기존 금융기관만을 보호하고 새로운 기업과 혁신 모델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포지티브규제로 꽉꽉 막아놓은 핀테크분야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억해두고 공유하고 싶어서 저자의 허락을 얻어서 주요부분만 발췌해서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FDA의 규제 방향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기존의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환자에게 미칠 위험에 바탕을 두고 규제하겠다는 원칙을 세워 지키고 있다. 의료기기 데이터 시스템에 대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한 것이나 액세서리 기기를 메인 의료기기와 별도로 규제하기로 정하는 등 환자에게 미치는 위험이 적다고 밝혀진 분야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규제를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둘째,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규제 지침을 내놓을 때 지침에서 다루는 대상을 정의하고 지침이 다루지 않는 내용을 분명히 함으로써 혼동의 여지를 줄이고 있다. 또 앞선 지침 혹은 보고서에서 향후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하는 분야를 명시하면 곧 이어 그에 대한 지침이 나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FDA는 민간 영역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규제 지침을 내놓기 전에 규제 지침 초안을 발표해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고 있다. FDA에서 생각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바꾸어 가기보다는 민간 영역의 생각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미국 FDA의 규제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본 것은 우리나라 식약처가 FDA규제 변화를 시차를 두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의 규제 방향은 FDA와 비교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규제의 폭이 넓다. 비록 건강 관리용 웰니스 제품에 대한 규제를 풀겠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FDA와는 달리 모바일 의료용 앱을 규제대상과 비규제대상만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의료기기에 해당하는 모든 앱을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두번째, 규제 내용을 보완하고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FDA가 꾸준히 지침을 개정하면서 관련 기기들이 환자의 안전에 미칠 영향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위험이 적다면 과감하게 규제를 완화하는 것과는 달리 한 차례 규제지침 발표후 추가 발표가 없다.
세번째 예측 가능성이 낮다. 디지털 헬스케어 가운데 아직 다루지 않은 분야가 무엇인지를 정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식약처가 어떤 분야에 대한 지침을 내놓을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특히 삼성전자가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 그에 대한 규제를 뒤늦게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런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식약처는 환자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기관인 것은 맞다. 하지만 마찬가지 입장인 FDA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기술을 의료에 적용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비해서 식약처는 아직 규제에 치우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회사들이 최신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개발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혜택을 보는 것이 점점 힘들어 가는 것이 사실이다.
흥미로운 점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새로운 헬스케어 센서를 탑재할 때마다 식약처가 이와 관련된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책에 따르면 2014년 3월 삼성전자가 갤럭시S5에 심박 센서를 탑재했을 때 심박수를 표시하는 제품은 용도에 상관없이 의료기기로 관리한다는 입장을 바꿔 새로운 고시 개정안을 내놓았다. 2014년 9월 삼성이 갤럭시 노트4에 탑재된 미국에서는 허용되는 산소포화도측정기가 국내에서는 의료기기로 간주되자 비활성화해서 출시했다. 그러자 2015년 1월 식약처는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의료용과 비의료용으로 구분하는 제정 공고안을 행정 예고했다.
업계인사중에서는 식약처가 특정 규제를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면 다음 갤럭시 모델에 특정 기능이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예측까지 하는 분이 나왔다. ㅠ.ㅠ 이는 마치 삼성전자가 삼성페이를 준비한다고 하자 먼저 연락해서 도와줄 것이 없냐고 문의했다는 금융위관계자의 코맨트를 연상하게 한다.
매번 느끼는 것인데 규제를 잘하는 것도 정부의 중요한 능력이다. 규제 자체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산업계의 혁신속도가 달라진다. 대기업, 라이센스 사업자 등 업계의 기득권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소비자의 니즈와 해외트랜드를 잘 보면서 합리적으로 규제정책을 가져가는 것이 당국이 할 수 있는 혁신이다. 특히 작은 스타트업이 업계의 터줏대감인 대기업들과 경쟁해서 불공정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한국당국의 정책 혁신 능력은 미국당국에 비해서 참 많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규제정책의 틀이 소비자들을 위한 혁신을 빨리 수용할 수 있도록 송두리째 바뀌어야 한다.
WSJ에 실린 삼성 갤럭시노트3+기어 10페이지 신문광고
삼성전자의 천문학적인 마케팅비용에는 미국사람들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정도. 이제는 삼성이 애플보다 휠씬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오늘 아침에 또 실감했다. 예전에도 한 7~8페이지 전면광고를 웬만한 미국신문에 다 실어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일이 있는데 오늘도 내가 구독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10페이지짜리 광고를 실었다. 별도 섹션을 끼운 것이 아니고 본 섹션의 내지에 자연스럽게 10페이지의 광고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한 5년은 미국에서 종이신문을 구독했는데 다른 기업이 삼성처럼 이렇게 광고 폭탄을 내는 것은 본 일이 없다. 오늘도 페이지를 계속 넘기면서 도대체 어디까지 광고가 이어지는 것일까하며 놀랐다. 아래는 광고를 찍은 사진. Update : 삼성은 오늘자 NYT에도 똑같이 10페이지짜리 광고를 게재했다. 광고비가 도대체 얼마나 들었을지 궁금.
마지막으로 다른 면에 스프린트의 아이폰5c 광고가 실렸길래 참고로 추가.
이것은 스프린트가 돈을 낸 광고일지, 애플과 비용을 공동부담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삼성 덕분에 어려운 미국신문사들 형편이 좀 펴지겠다.
수퍼볼을 보고 든 잡생각 몇가지
갑자기 떠오른 몇가지 수퍼볼 관련 상념을 메모. 스포츠문외한으로서의 아마추어적인 시각임.
-어제 SF 49ers와 Baltimore Ravens의 수퍼볼 경기는 거의 처음으로 집중해서 관전한 미식축구경기다. (매년 수퍼볼때만 관전.) 초반전은 그저 그랬지만 정전이후 후반전은 정말 손에 땀을 쥐었다. 만약 49ers가 이겼으면 내가 샌프란시스코지역으로 이사온 뒤에 샌프란시스코연고팀이 월드시리즈와 수퍼볼을 연속제패했다고 두고두고 자랑하려고 했는데 아쉽다. 내가 보스턴에 살던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아이스하키팀인 Boston Bruins가 2011년 스탠리컵을 제패하고 New England Patriots가 작년 수퍼볼 결승까지 나갔던 일이 있어서 웬지 비슷한 일이 서부에서 반복해서 벌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2001년 Haas에서 MBA공부하던 시절 마케팅담당교수가 “수퍼볼을 꼭 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인도계 여교수가 말한 것은 경기를 보라는 것이 아니고 ‘광고’를 보라는 것이었다. 수퍼볼은 미국기업들의 거대한 마케팅전쟁이기 때문에 꼭 놓치지 말고 보라는 것이었다. 그때는 정말 유튜브도 없고 트위터도 없던 시절이어서 광고를 놓치지 않고 보려고 TV앞에 꼼짝 않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광고를 보자마자 즉각 트위터타임라인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확인하고 즉각 유튜브로 다시 볼 수도 있으니 참 놀라운 세상이 됐다는 생각을 한다.
-광고가 중요한 수퍼볼 관람 경험의 일부다. 수퍼볼 광고를 보지 않고서는 수퍼볼을 봤다고 할 수 없을 정도다. 내가 아는 미국인 여성들중에서도 “미식축구는 관심이 없지만 광고와 그 분위기 때문에 수퍼볼을 본다”는 분들이 많았다. 수퍼볼을 캐나다에서 (휴가가서) 보는 바람에 많은 미국기업의 광고를 볼 수 없어서 마치 수퍼볼을 안보고 지나간 거 같다는 NYT기자 데이빗 카의 위 트윗에 공감이 간다.
-소셜미디어가 수퍼볼관람을 휠씬 즐겁게 한다. 인상적인 플레이가 있을때 뿐만 아니라 광고하나하나가 나올때 마다 타임라인에서 지인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것도 전세계 곳곳에 있는 사람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
-쌍둥이처럼 닮은 두 헤드코치 존과 짐 하버의 대결을 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였다. 연년생으로 50세, 49세인 이 형제는 잘 생기고 매너도 좋고 “NFL이 경기규칙을 바꿔 무승부를 허용했으면 좋겠다”고 한 부모의 모습도 좋았다. 그나마 형이 이겨서 다행이라고 할까. 경기가 끝나고 포옹하는 모습이나 동생을 칭찬하는 형의 기자회견 모습을 보면서 “참 자식 잘 키웠다.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형제의 큰 형이자 두 아들의 아버지로서 느끼는 감정.)
-비욘세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참 대단한 가수다.
-한국기업들의 존재감도 대단했다. 일본기업으로는 토요타밖에 없었던데 반해서 초반부터 현대-기아광고 스폰서 마크와 광고가 워낙 많이 나왔다. 그리고 싸이의 피스타치오 광고가 나오고 게임종료 2분전에 삼성모바일의 2분짜리 1천5백만불짜리 광고가 나왔다. 삼성의 광고는 제법 많이 비튼 코미디성 광고였는데 대중들에게는 조금 어렵지 않았나 싶다. 현대 소나타광고가 재미있었다. 2001년 봤던 수퍼볼을 생각하면 정말 격세지감이다. 당시 수퍼볼을 보라고 권했던 마케팅교수는 현대자동차를 굉장히 칭찬하면서 앞으로 엄청 뜰테니 두고보라고 했었다.
-미식축구는 너무나 미국적인 스포츠이자 자본주의의 결정체다. 거대한 콜로세움에서 진행되는 현대의 검투사들의 땅따먹기 전쟁이다. 이런 오락거리를 만들어낸 NFL의 경영능력에 탈모. (참고 : NFL인기의 비밀-Level playing field 만들어주기)
애플, 구글보다 더 값어치있는 회사 되다
애플의 주가가 요즘 뜨면서 시가총액이 구글을 능가했다는 소식이 화제군요.
애플의 시총이 한화로 약 160조를 휠씬 넘어섰습니다. 구글을 약간 앞서기 시작…
작년만해도 100조가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때도 대단하다고 했었고 삼성전자(지금현재 85조)를 앞선게 화제였는데…. 정말 정말…
“Apple knows how to design not just gadgets, but the businesses that go around th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