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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코스이야기 22] 미국 의료보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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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의대부속병원이라고 할 수 있는 MGH. 미국의 일등병원이자 보스턴사람들의 자부심이다. (사진 출처 Wikipedia)

미국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찜찜하게 생각했던 것이 가족의 의료보험이었다. 나는 미국의 의료보험체계는 워낙 돈도 많이 들고, 복잡하고, 의료서비스도 형편없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내가 미국에 간 2009년 당시에는 막 대통령으로서 첫 임기를 시작한 오바마가 의료보험제도 개혁을 추진하던 때였다.

그래서 약간의 우려속에 라이코스를 통해 우리 네 가족의 의료보험을 가입했다. 그리고 회사에 다니는 동안 3년동안 미국병원을 이용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만족스러웠다.

회사마다 복지혜택이 다른데 라이코스는 의료보험혜택이 괜찮은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일반 메디컬보험, 치과보험, 안과보험 등 4가지를 들어 내가 부담하는 금액은 매달 대략 4백불이 조금 넘었다. (급여에서 떼고 받는다.)

미국회사에 입사해서 의료보험을 선택할때 HMO로 할 것이냐 아니면 PPO로 할 것이냐는 질문을 가장 먼저 받는다. 이게 무엇인가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알고보니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은 자신의 지정의사(Primary doctor)를 정하고 일단은 그 의사만 만나야 한다. 그리고 전문의(Specialist)를 만나려면 지정의사의 소개를 통해서 HMO네트워크안의 의사만 찾아갈 수 있는 제도였다. 건강한 가족이라면 평소에 주치의만 만나다가 특별히 문제가 있으면 주치의를 통해서 전문의사를 소개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PPO(Preferred Provider Organization)은 지정의사가 없이도 PPO네트워크안의 의사 누구나 바로 직접 만나서 진찰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PPO네트워크 바깥의 의사를 만날 경우 추가로 비용이 비싸지는 문제가 있다.

전문의를 따로 만나야 하는 특별한 질병이 없으면 보통 보험료가 저렴한 편인 HMO를 가입한다고 해서 나도 HMO를 선택했다. 그리고 가족 모두 각각 주치의(Primary doctor)를 정했다.

나는 회사와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보스턴시내의 하버드계열병원의 한국인의사를 선택했다. 특별히 아픈데가 없어도 일년에 한두번 의사에게 가서 진찰을 받는다. 한국과 다른 점은 의사와 만날때는 꼭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정해진 시간에 가야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의사가 있는 방으로 가는 것이 아니고 작은 진찰실에 가서 먼저 간호사와 혈압, 체중 등을 재고 기다리면 의사가 온다. 의사가 책상앞에 앉아있고 환자인 내가 옆에 앉는 스타일의 한국병원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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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병원에서 의사에게 진찰받는 모습은 대충 이런 분위기다. 사진은 HBO미드 실리콘밸리의 한 장면.

한국과 다른 점은 의사가 성의를 가지고 비교적 오래 환자와 대화한다는 점이다. 어디 아픈데는 있는지, 있다고 하면 증상이 어떤지, 조근조근 물어보면서 한 20분정도는 천천히 대화하는 것 같다.

나는 한국에서부터 마음에 걸렸던 증상이 있었는데 의사와 충분히 상담하고 내시경을 포함해 충분히 검사를 받았다. 무엇보다도 의사가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매번 의사를 방문할 때마다 Co-pay라는 명목으로 15불정도를 지불하는 정도로 (미국 물가수준을 고려하면) 의료비가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 아주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약 처방은 거의 해주지 않는 편이었다. (한국에서 의사를 하다가 보스턴으로 와서 의사생활을 하는 한국인의사는 “한국에서는 솔직히 과잉진료가 많다”고 내게 말하곤 했다.)

한번은 미국의 의료보험체계에 문제가 많으니 개혁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얘기를 HR매니저인 존에게 한 일이 있다. 그랬더니 그는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자기가 볼 때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의사들이 많은 돈을 벌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의료보험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다. 그리고 보스턴지역은 세계 최고수준의 병원과 의사들이 포진하고 있는 곳이라는 자랑도 곁들였다. 이런 세계최고의 의료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의료보험제도를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중에 보니 이런 시각을 가진 미국인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경우 의료보험에 대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나중에 은퇴해서 65세이상이 되면 메디케어제도(노년층을 위한 국가의료보험)를 이용하면 된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의료보험 없이 신음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어쨌든 미국회사에서 의료보험은 가장 중요한 복지혜택이다. 가정이 있는 직원의 경우 채용인터뷰를 할 때 회사가 어느 정도의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는지를 꼼꼼히 따진다. 배우자가 좋은 직장에 다녀서 의료보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경우 마음놓고 프리랜서로 일하기도 한다.

나는 미국의료보험제도의 무서움을 라이코스를 그만두고 나서야 알게 됐다. 회사를 그만두고 잠시 쉬는 동안 가족의 의료보험은 유지해야겠기에 실직자를 위한 보험인 코브라(COBRA)보험을 들었다. 그런데 이 비용이 월 1천6백불(170만원)이 넘었다. 전혀 병원을 가지 않아도 보험료를 내야 했다. 이 돈이 아까워서 해지하고 싶었으나 그렇게 하면 나중에 의료보험을 다시 가입하는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보험료를 냈다.

그런데 한번은 발을 삔 것 같아서 병원에 간 일이 있었다. 내과에 가서 진찰을 받았는데 혈액검사와 X레이를 찍어보라고 해서 각각 따로 검사를 담당하는 진료소에 갔다. 그리고 몇달후에 내과, 혈액검사소, X레이촬영소에서 각각 따로 청구서가 날아왔다. 1천6백불의 의료보험료를 내고도 또 도합해서 수백불의 추가 진찰료, 검사비용을 내야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심지어 1년뒤에 청구서가 온 병원도 있었다. 의료비를 청구하는 시스템이 엉망이라고 느꼈다. 다행히 다리에 이상은 없었다.

의료보험혜택을 제공하는 좋은 회사에 다니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미국의 의료보험시스템이다. 하지만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아주 잔인한 것이 미국의 의료보험시스템이다. 아무쪼록 오바마케어가 성공하길 빈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5월 16일 at 8:46 am

[라이코스 이야기 19]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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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샌프란시스코옆의 버클리에서 2년동안 유학을 했고 동부보다는 주로 서부 실리콘밸리에 업무차 출장을 다녔던 나는 서부와 동부의 직장문화차이에 대해서 처음에는 잘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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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버클리 새더타워에서 샌프란시스코쪽을 바라본 모습 (직접 촬영)

실리콘밸리가 있는 북캘리포니아 베이에어리어지역이나 LA가 있는 남캘리포니아의 경우는 날씨가 항상 좋고 따뜻한 편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항상 여유가 있는 편이다. 비교적 친절하고 느긋하고 개방적이다. 직장에서 양복을 입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캐주얼하게 남방셔츠나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 재킷도 걸치지 않고 셔츠만 입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보스턴의 라이코스도 인터넷기업이라 복장은 자유로웠다. 캘리포니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3년동안 일하면서 양복을 입고 출근한 기억이 한번도 없다.

***

그런데 동부의 문화가 다르구나하고 실감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실리콘밸리에서 알고 지내던 VC(벤처캐피털리스트)가 있었다. 그는 내가 보스턴으로 옮겨갔다고 하자 자기 회사의 보스턴본사에서 투자자와 벤처기업가들이 모이는 이벤트가 있으니 와보라고 초대해주었다. 보스턴 백베이의 하버드클럽에서 열린 행사에 나는 아무 생각없이 캐주얼한 복장으로 갔다. 캐주얼한 상하의에 재킷정도를 걸친 것이다.

그런데 행사장에 들어가보고 깜짝 놀랐다. 나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참석자들이 짙은 색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캘리포니아의 VC모임에 가보면 항상 모두 캐주얼한 차림이었는데 같은 VC모임이라도 동부의 분위기는 아주 달랐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같았다고 할까) 그날 하루종일 내가 잘못된 복장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안절부절했다. 나중에 보니 나처럼 자유롭게 입고 있는 사람들도 몇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이 VC들이 투자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었다.

또 한번은 모욕적인 취급을 당한 일도 있었다. 라이코스의 전직 임원이 CEO인 회사에 방문한 일이 있다. 제휴할 일이 있지 않을까 해서 논의하러 간 것이었는데 그 중년의 백인CEO는 나와 같이 방문한 우리 회사 부사장인 에드의 이야기를 이야기를 듣다가 아무말 없이 갑자기 일어나 내 어깨를 툭툭 치면서 “바이바이”하면서 방을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황당해 하는 나에게 에드는 “우리와 협업할만한 것이 없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 것”이라며 “원래 예의가 없는 사람이다”라고 모욕을 당한 내게 미안해했다. 사실 서부에서는 그렇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본 일이 없기에 “동부에는 저런 사람도 있구나”하고 생각하게 됐다. 물론 내가 재수가 없었을 수도 있다. 다행히도 미국에서 비즈니스하면서 그런 모욕적인 일을 당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

나는 동부의 전통적인 항구도시인 보스턴지역에서 3년, 서부의 샌프란시스코지역에서 대략 3년을 살아보았다. 내가 느낀 두 지역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토박이들이 사는 동네, 이방인들이 사는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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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버클리 새더타워에서 샌프란시스코쪽을 바라본 모습 (직접 촬영)

보스턴지역은 뉴잉글랜드지역 토박이들이 주류다. (뉴잉글랜드는 매사추세츠, 메인, 버몬트, 뉴햄프셔, 로드아일랜드, 커넥티컷주를 통칭하는 명칭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서깊은 고장인만큼 자기 동네에 대한 자존심이 남다르다. 라이코스직원들중에 대부분은 백인이며 대를 이어 뉴잉글랜드에 살아온 후손들이다. 다른 지역에 가서 살아보겠다는 모험심(?)이 거의 없다. 당연히 보수적인 편이며 스타트업에 가서 대박을 노리기 보다는 안정적인 대기업근무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스턴 레드삭스, 보스턴 셀틱스, 뉴잉글랜드 패트리오츠 등 지역 프로스포츠팀의 성적에 열광하고 하나로 뭉친다.

샌프란시스코지역은 캘리포니아토박이보다 전세계곳곳에서 이민온 이방인들이 주류다. 토박이들도 1840년대 골드러시당시부터 일확천금을 꿈꾸고 온 사람들의 후예다. 웬만한 회사에서 백인 비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인도, 중국계 등 아시아계의 비율이 대단히 높다. (백인들도 유럽 등등 세계각국에서 온 외국인들이 많다.) 전통보다는 자유를 중시하고 모험정신이 높다. 그래서 스타트업에 뛰어드는데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월급보다는 스톡옵션으로 대박을 꿈꾸는 사람이 많다. 내가 살던 쿠퍼티노 같은 지역은 인도 이민자들이 주류고 (애플직원들을 빼고는) 백인을 보기 힘들 정도였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지역스포츠팀에 열광하기는 하지만 이방인들이 많아서 그런지 보스턴사람들에 비하면 그 열광정도는 많이 떨어진다고 느꼈다.

보스턴 사람들은 캘리포니아를 마치 다른 나라처럼 느낀다. 비행기로 6시간이 넘게 걸리는 먼곳이니 그럴만도 하다. 평생 한번 캘리포니아에 못가본 사람들도 제법 있다. 오히려 정서적으로 보스턴과 비슷한 느낌의 유럽을 더 가깝게 느끼는 사람도 있다. 보스턴에서 런던까지도 비행기로 6시간 40분정도 걸린다. 캘리포니아와 비슷한 거리다.

캘리포니아에서 호기심에 보스턴 우리 회사에 와서 취직을 한 젊은 여성 디자이너가 있었다. 1년만에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간다고 회사를 그만뒀는데 HR매니저 존은 사내미팅에서 그 사실을 직원들에게 전하면서 그녀가 “캘리포니아 공화국”(Republic of California)로 돌아간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보스턴에서 아시아는 너무 먼 곳

특히 보스턴에서 아시아는 너무도 먼 곳이다. 지금은 일본 도쿄와 중국 베이징에 가는 직항편이 생겼지만 내가 살던 2009년부터 2012년까지만 해도 보스턴에서 아시아로 가는 직항편이 하나도 없었다. 라이코스직원들과 이야기해보면 아시아에 한번도 못 가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제대로 된 한국음식점 등 아시아요리점이 많지 않은 것이 항상 아쉬웠다. (물론 어디까지나 캘리포니아와 비교해서.)

보스턴지역의 사람들은 뉴욕과 워싱턴DC와 같은 시간대에 위치해서 그런데 정치와 경제뉴스에 많이 민감하고 이야기화제로 많이 올린다. 반면 캘리포니아사람들은 동부에서 나오는 정치나 경제뉴스에 둔감하다. 거리와 함께 3시간의 시차가 있으니까 그런 것 같다. 중앙정부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런만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정부규제나 기존 전통적인 산업질서에 반하는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온다고 느낀다. 다만 샌프란시스코 지역사람들은 거의 IT이야기만 화제에 올리는 것 같아서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나중에 보니 위에서 소개한 나를 초대해준 벤처캐피털회사의 실리콘밸리사무소가 없어졌다. 나중에 그 VC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실리콘밸리사무소 VC들과 보스턴본사 VC들이 서로 싸우다가 실리콘밸리VC들이 보스턴회사를 나가 독립해버렸다는 것이다. 같은 미국인이라고 해도 문화차이로 인한 동부인와 서부인의 갈등이 제법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5월 7일 at 1:01 pm

보스턴의 스타트업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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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아시아비즈니스컨퍼런스에 초청받아 다녀왔다. 아시아의 창업분위기에 대한 패널토론에 참가.

MIT 아시아비즈니스컨퍼런스에 초청받아 다녀왔다. 아시아의 창업분위기에 대한 패널토론에 참가.

3월초 샌프란시스코와 보스턴을 일주일간 출장 다녀왔다.

나는 2009년부터 보스턴근교인 매사추세츠 월쌤(Waltham)에 위치한 라이코스CEO로 3년간 일했다. 덕분에 보스턴지역에서 3년반을 살았다. 미국 동부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그런만큼 그 지역의 분위기를 잘 아는 편이다.

보스턴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혁신지대다. 보스턴은 실리콘밸리에 밀리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하버드, MIT 등명문대를 비롯해 수많은 크고 작은 대학들이 포진한 세계적인 교육도시이자 연구센터다. 전세계에서 인재들이 밀려드는 곳이다. 훌륭한 병원들이 많이 있고, 그래서 그런지 바이오메디컬기업들이 특히 많다.

그런데 이번에 가서 보니 샌프란시스코만큼은 아니지만 보스턴도 스타트업붐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참고 : 스타트업의 성지가 된 샌프란시스코)

4년만에 두번째로 참가한 이번 MIT아시아비즈니스컨퍼런스의 중심테마는 스타트업이었다. (4년전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컨퍼런스전날 컨퍼런스참가 스피커들에게 제공되는 캠퍼스투어의 첫번째 행선지도 MIT창업센터였다. (4년전에도 같은 투어에 참가했는데 그때는 이곳을 들르지 않았다.) MIT에서 만난 학생들도 상당수가 졸업하고 스타트업에 참여하는 꿈을 꾸고 있었다. 학교전체가 스타트업열병에 걸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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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에서 일하시는 교포 지인분을 만났다. 내가 라이코스에 있을 때 알게 된 분인데 당시 대학을 갓 졸업한 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라고 부탁하신 일이 있다. 그 아들은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할지 진로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이런저런 회사를 알아보던 중이었다. 자신이 앞으로 평생 계속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당시 만났던 그 청년은 지금은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 청년은 이제 보스턴 시내의 한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 다닌다고 한다. Yesware라는 회사인데 최근 급성장중이다. 찾아보니 지금까지 200억정도를 투자받은 회사로 영업사원들을 위해 기존 이메일에 추가기능을 넣는 소프트웨어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다. 회사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요즘 아들은 아침에 눈만 뜨면 바로 자전거를 타고 회사로 일하러 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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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코스 있을때 자문을 구하던 변호사분을 만났다. 하버드-코넬을 졸업하고 오래동안 이 지역의 테크기업들 변호사로 일하신 뉴잉글랜드토박이다. 몇년전 불황일때 법대를 간 딸의 진로를 걱정했었다. 그런데 그 딸이 캠브리지에서 잘 나가는 스타트업에 인턴으로 들어가서 열심히 노력한 끝에 정직원이 됐단다. 얼마전 상장까지 한 허브스팟이란 회사다. 그리고 곧 결혼을 하는데 엔지니어인 남편과 함께 언젠가는 실리콘밸리쪽으로 가는 것을 꿈꾸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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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바로 앞인 캠브리지의 켄달스퀘어. 오른쪽 빌딩이 CIC가 입주한 곳이다.

MIT바로 앞인 캠브리지의 켄달스퀘어. 오른쪽 빌딩이 CIC가 입주한 곳이다.

MIT바로앞 켄달스퀘어는 지금 여기저기 대형빌딩 건설붐이다. 많은 글로벌 바이오메디컬기업들이 들어오고 있고 기존 기업들은 사무실을 확장하고 있다고 한다. 스타트업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MIT바로 앞에 있는 CIC(캠브리지이노베이션센터)라는 곳에 가봤다. 스타트업인큐베이터인데 그 규모에 깜짝 놀랐다. 상당한 규모의 큰 빌딩인데 거의 절반정도를 쓴다고 한다. 입주한 기업수가 800개쯤이라고 한다. 공짜로 사무실을 주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 입주기업들이 다 임대료를 내고 쓰는 것인데도 그렇다. 그야말로 “스타트업을 키우는 사업이 급성장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Screen Shot 2015-03-10 at 11.32.53 PM 마침 그런 제목의 기사가 CIC게시판에 붙어있길래 사진으로 찍어놨다. “The business of growing startup is growing”. CIC는 찰스강건너 보스턴시내에도 지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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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국제협력단 단장님. 식사를 하면서 "오늘은 내가 PC에서 맥으로 바꾼 기념비적인 날"이라고 했다. ㅎㅎ 적응이 어렵다고 토로.

MIT 국제협력단 단장님. 식사를 하면서 “오늘은 내가 PC에서 맥으로 바꾼 기념비적인 날”이라고 했다. ㅎㅎ 적응이 어렵다고 토로. (사진 MIT아시아비즈니스컨퍼런스팀 촬영)

MIT아시아비즈니스컨퍼런스 전날밤에 열린 VIP디너에 갔다. 나는 MIT 국제협력단장님 옆자리에 앉게 되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요즘 스타트업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니 “보스턴시내 워터프론트지역에는 스타트업이 흘러넘칩니다. 요즘엔 그곳에 들어가고 나가는 차들 때문에 길이 막혀서 몸살입니다. 난리예요. 난리..”라는 얘기를 했다. 정말 찾아보니 그렇다. 예전에 쓰레기매립장이었고 내가 있을때 조금씩 재개발되고 있었던 Seaport district이야기인데 요즘에는 켄달스퀘어에서 그쪽지역으로 스타트업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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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내가 라이코스CEO로 임명되서 보스턴에 처음 갔을때는 정말 암울했다. 실업률이 두자리수를 넘으며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을까봐 공포에 떨었다. 집값은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6년이 지난 지금 많은 것이 변했다. 샌프란과 보스턴을 보면서 진심으로 미국경제가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활기가 넘치고 도시 곳곳에 새 건물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마치 중국 심천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중국과 다른 점은 이곳에는 휠씬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독특한 회사들이 많다는 점일 것이다.

이번에 만난 분은 “임센터장, 그때 여기 살때 집 하나 사두었으면 정말 좋았을텐데”라고 말했다. 그만큼 부동산시장도 좋단다. 하지만 무엇보다 스타트업붐으로 인해 위에 쓴 것처럼 젊은이들에게 많은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것이 부럽다. 많은 건강한 스타트업의 탄생을 통해 대기업직원, 공무원, 변호사, 의사 같은 길외에 새로운 커리어기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이런 자생적으로 활활 타오르는 스타트업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까. 많은 연구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Written by estima7

2015년 3월 15일 at 10:11 am

저녁이 있는 삶과 창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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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근교 라이코스사무실에서 본 바깥 정경. 이 풍경을 3년동안 매일 봤었다.

보스턴 근교 라이코스사무실에서 본 바깥 정경. 이 풍경을 3년동안 매일 봤었다.

거의 5년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최근 한국에 돌아왔다. 동부의 보스턴에서 3년 반, 서부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에서 1년 반을 살았다. 나름 미국이라는 나라를 동쪽과 서쪽에서 균형있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셈이다. 더구나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혁신의 산실인 보스턴과 실리콘밸리에서 직접 살아볼 기회를 가졌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하지만 미국에 살면서 지역에 상관없이 전체 미국 사회가 뿜어내는 혁신의 양에 감탄하기도 했다. 미국은 엉망인 의료보험제도, 풀리지 않는 총기 규제 이슈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혁신 콘텐츠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혁신 대국이다.

나는 우선 서점에 갈 때마다 쏟아지는 신간 서적의 양에 놀라곤 했다. 매주 20~30권의 신간 책 비평을 소개하는 <뉴욕 타임스> 북리뷰에는 매주 1000권 가까운 신간 서적이 배달된다고 한다.

또 사업 모델이 독특한 혁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나와서 빠른 시간 안에 성장해 나가는 곳이 미국이기도 하다. 애플, 야후,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몇 년마다 한번씩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기업이 등장해 수백조원 가치의 회사로 성장해 간다.

나는 이런 창의력이 샘솟는 미국 사회의 저력이 어디에 있을까 궁금했다. 세계 각지의 인재들이 모이는 용광로,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거대한 시장 크기 등 많은 요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피부로 느낀 창의력의 원천이 있다. 바로 ‘저녁이 있는 삶’이다.

2009년 초 보스턴에 있는 미국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했을 때의 일이다. 처음 한동안은 간부 직원들에게 저녁 식사를 같이 하자고 청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약속을 잡고 바쁘게 살던 한국에서의 버릇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였다. 친밀도도 높이고 회사 이야기를 깊이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묘하게 사람들은 나와 같이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것을 꺼렸다. “집에 물어보고 가능한지 알려주겠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래 지나지 않아서 알게 됐다. 미국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 아니고서는 회사일로 상대방의 저녁을 청하는 것은 실례였다. 반대로 내게 저녁 시간을 내주길 요청하는 미국인의 경우는 “가족들에게 폐가 되지 않겠느냐”고 꼭 물어봤다.

그런 문화를 알게 된 뒤에는 나도 가급적이면 저녁 약속을 잡지 않았다. 온갖 복잡한 사회관계, 각종 모임, 경조사에서 벗어나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보스턴으로 이사 간 나는 한국에 있을 때와는 비할 수 없이 많은 저녁과 주말을 가족과 함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업무 시간 이외의 많은 시간을 미국 사회와 정보기술(IT) 업계를 이해하기 위한 공부에 투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과 경험을 블로그 등에 글로 옮길 수 있었다. 한국에 계속 있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그런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미국인들의 왕성한 창의력은 이런 여유로운 저녁 시간, 즉 잉여 시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예를 들어 첫 애플 컴퓨터는 회사일이 끝나고 취미로 컴퓨터를 만들던 스티브 워즈니악의 잉여 활동에서 태어났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한국 사회로 다시 돌아와 생활하다 보니 여백이 있는 미국에서의 삶이 그리울 때가 있다. 초경쟁사회에서 남들에게 뒤처질까봐 두려워 정신없이 사는 한국인들은 정작 깊이 사색하며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부족하다. 열심히 일하면 남들을 따라잡을 수 있겠지만 창의력은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창의는 잉여에서 나온다. ‘창조경제’를 위해서라면 우리도 조금은 느리게 살았으면 한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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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한겨레칼럼으로 기고한 내용. 또 무슨 내용을 쓰나 고민하다가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을 써봤다. 너무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을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다른 소재도 없고 해서 주말동안 고민하다가 써서 보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말 받은 분들이 공감해주셨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2천번이상 공유가 됐다.

이런 열렬한 반응을 접하면서 너무나 바쁜 삶을 살아가는 우리 한국인들이 모두 “저녁이 있는 삶”에 뭔가 갈증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회시스템과 문화를 송두리채 바꾸기 전에는 미국처럼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또 서울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1천만명이 넘는 인구가 몰려사는 이유도 있다. 우리는 개인주의적인 미국인들에 비해서 친구, 친지들과 휠씬 더 서로 자주 연락하고 자주 만나는 편이다. 그런데 웬만하면 1시간이내에 다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바쁠 수 밖에 없다.

솔직히 고백하면 보스턴에서는 정말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았는데 지난 1년여동안의 실리콘밸리 생활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보스턴과 비교해서 워낙 한국분들도 많이 사시고 한국에서 오시는 손님들도 많아서 보스턴보다는 몇배 바쁜 저녁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클릭하면 스토리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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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위 칼럼에서 살짝 쓴 라이코스에서의 경험은 다음 스토리볼 연재 1화로 “매니저들과 저녁같이 하기”라는 글로 몇주전에 썼던 것이다. 이때도 예상외로 3천번이 넘는 공감을 받았기에 한겨레칼럼으로도 비슷한 소재를 써볼 생각을 했던 것이다.

어쨌든 가능한 한 한국에서도 여유로운 저녁시간을 만들려고 노력중이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Written by estima7

2013년 11월 21일 at 11:39 pm

코플리스퀘어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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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전까지 내가 살던 곳에 폭탄테러라니 세상에 안전한 곳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폭탄이 터진 코플리스퀘어(Copley square)는 보스턴공립도서관이 위치한 곳으로 내가 시내에 나갈때마다 즐겨가던 곳이다. 나는 보스턴도서관의 신관보다 구관쪽이 휠씬 마음에 들었었다. 참 멋진 도서관이다.

Screen Shot 2013-04-15 at 10.18.11 PM

이 사진은 위키피디아에서.

이 사진은 위키피디아에서.

그리고 코플리스퀘어역을 나서면 바로 보이는 올드사우스처치도 내가 좋아하는 건축물이었다. 보스턴은 미국의 도시중 보기드물게 아담하고 유럽의 향기가 흐르는 멋진 곳이다.

Screen Shot 2013-04-15 at 10.22.22 PM

마침 오늘은 Patriots’ Day였다. 매사추세츠주와 메인주에서만 휴일로 지정된 미국독립전쟁의 시초인 렉싱턴-콩코드전투를 기념하는 날이다. 새벽 6시에 렉싱턴에서 당시의 전투를 재현하는 행사가 열린다. 그리고 매년 보스턴마라톤이 열리는 뜻깊은 날이다. 아직도 보스턴에 살고 있었으면 나도 시내에 가족과 함께 나가서 봄나들이겸 마라톤을 구경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렉싱턴-콩코드전투를 기념하는 렉싱턴 배틀그린의 동상.

렉싱턴-콩코드전투를 기념하는 렉싱턴 배틀그린의 동상.

이 멋진 코플리스퀘어거리가 오늘 아비규환의 현장이 됐다니 가슴이 아플뿐이다.

위에 소개한 보스턴공립도서관과 올드사우스처치사이에서 폭탄이 터졌다.

이 분 말씀에 동감한다. 이 시대에 이 세상에서 어디가 과연 안전할까. 지난 연말 비극적인 총격사건이 일어난 커넥티컷 뉴타운도 보스턴에서 불과 2시간 거리다.

오늘 폭탄테러에서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부상자들의 쾌유를 기원한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4월 15일 at 11:06 pm

수퍼볼을 보고 든 잡생각 몇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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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떠오른 몇가지 수퍼볼 관련 상념을 메모. 스포츠문외한으로서의 아마추어적인 시각임.

49ers의 석패소식을 전하는 SF크로니클.

49ers의 석패소식을 전하는 SF크로니클.

-어제 SF 49ers와 Baltimore Ravens의 수퍼볼 경기는 거의 처음으로 집중해서 관전한 미식축구경기다. (매년 수퍼볼때만 관전.) 초반전은 그저 그랬지만 정전이후 후반전은 정말 손에 땀을 쥐었다. 만약 49ers가 이겼으면 내가 샌프란시스코지역으로 이사온 뒤에 샌프란시스코연고팀이 월드시리즈와 수퍼볼을 연속제패했다고 두고두고 자랑하려고 했는데 아쉽다. 내가 보스턴에 살던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아이스하키팀인 Boston Bruins가 2011년 스탠리컵을 제패하고 New England Patriots가 작년 수퍼볼 결승까지 나갔던 일이 있어서 웬지 비슷한 일이 서부에서 반복해서 벌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2001년 Haas에서 MBA공부하던 시절 마케팅담당교수가 “수퍼볼을 꼭 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인도계 여교수가 말한 것은 경기를 보라는 것이 아니고 ‘광고’를 보라는 것이었다. 수퍼볼은 미국기업들의 거대한 마케팅전쟁이기 때문에 꼭 놓치지 말고 보라는 것이었다. 그때는 정말 유튜브도 없고 트위터도 없던 시절이어서 광고를 놓치지 않고 보려고 TV앞에 꼼짝 않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광고를 보자마자 즉각 트위터타임라인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확인하고 즉각 유튜브로 다시 볼 수도 있으니 참 놀라운 세상이 됐다는 생각을 한다.

-광고가 중요한 수퍼볼 관람 경험의 일부다. 수퍼볼 광고를 보지 않고서는 수퍼볼을 봤다고 할 수 없을 정도다. 내가 아는 미국인 여성들중에서도 “미식축구는 관심이 없지만 광고와 그 분위기 때문에 수퍼볼을 본다”는 분들이 많았다. 수퍼볼을 캐나다에서 (휴가가서) 보는 바람에 많은 미국기업의 광고를 볼 수 없어서 마치 수퍼볼을 안보고 지나간 거 같다는 NYT기자 데이빗 카의 위 트윗에 공감이 간다.

테스트삼아 써본 Zeebox라는 앱. TV 컴패니언앱. 보는 프로그램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며 관련 트윗도 보여준다.

테스트삼아 써본 Zeebox라는 앱. TV 컴패니언앱. 보는 프로그램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며 관련 트윗도 보여준다.

-소셜미디어가 수퍼볼관람을 휠씬 즐겁게 한다. 인상적인 플레이가 있을때 뿐만 아니라 광고하나하나가 나올때 마다 타임라인에서 지인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것도 전세계 곳곳에 있는 사람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

Credit : Baltimore Ravens homepage

Credit : Baltimore Ravens homepage

-쌍둥이처럼 닮은 두 헤드코치 존과 짐 하버의 대결을 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였다. 연년생으로 50세, 49세인 이 형제는 잘 생기고 매너도 좋고 “NFL이 경기규칙을 바꿔 무승부를 허용했으면 좋겠다”고 한 부모의 모습도 좋았다. 그나마 형이 이겨서 다행이라고 할까. 경기가 끝나고 포옹하는 모습이나 동생을 칭찬하는 형의 기자회견 모습을 보면서 “참 자식 잘 키웠다.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형제의 큰 형이자 두 아들의 아버지로서 느끼는 감정.)

-비욘세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참 대단한 가수다.

-한국기업들의 존재감도 대단했다. 일본기업으로는 토요타밖에 없었던데 반해서 초반부터 현대-기아광고 스폰서 마크와 광고가 워낙 많이 나왔다. 그리고 싸이의 피스타치오 광고가 나오고 게임종료 2분전에 삼성모바일의 2분짜리 1천5백만불짜리 광고가 나왔다. 삼성의 광고는  제법 많이 비튼 코미디성 광고였는데 대중들에게는 조금 어렵지 않았나 싶다. 현대 소나타광고가 재미있었다. 2001년 봤던 수퍼볼을 생각하면 정말 격세지감이다. 당시 수퍼볼을 보라고 권했던 마케팅교수는 현대자동차를 굉장히 칭찬하면서 앞으로 엄청 뜰테니 두고보라고 했었다.

-미식축구는 너무나 미국적인 스포츠이자 자본주의의 결정체다.  거대한 콜로세움에서 진행되는 현대의 검투사들의 땅따먹기 전쟁이다. 이런 오락거리를 만들어낸 NFL의 경영능력에 탈모. (참고 : NFL인기의 비밀-Level playing field 만들어주기)

Written by estima7

2013년 2월 4일 at 2:57 pm

뉴욕행 고속버스에서 인터넷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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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출장으로 잠깐 뉴욕에 다녀오러 보스턴을 나섰습니다. 보스턴에서 뉴욕까지는 차로 대략 4시간반정도가 걸립니다. 서울-부산보다 약간 가까운 편이라고 할까요. 항공편으로 가기에는 좀 애매한 거리이고 JFK공항부터 맨하탄시내까지 40불정도나 택시비가 들어서 불편합니다. 차를 몰고 가자니 맨하탄의 살인적인 주차비용을 생각하면 채산도 안맞고 운전하기도 힘들고요. Amtrak기차도 있는데 예전에 한번 타본 결과 그다지 마음에 안들더군요. (그다지 빠르지도 않고 많이 흔들려서 승차감이 안좋았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버스입니다. 보스턴과 뉴욕을 오가는 버스가 많고 저렴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한번 타보기로 했습니다. Bolt Bus라는 회사를 추천을 받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이 회사는 트위터계정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편도승차요금이 놀랍게도 12~15불밖에 하지 않습니다. (예약잘하면 1$에도 표를 살 수 있다고) 보스턴 South Station에서 출발해 뉴욕 34가와 차이나타운에 내려줍니다. 맨하탄한가운데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더욱 편리합니다.

아이폰사파리로 접속하니 아이폰최적화된 페이지가 뜹니다. 여기서도 신용카드로 표를 바로 살 수 있습니다. 작은 버스회사가 참 센스가 있다는...

아이폰사파리로 접속하니 아이폰최적화된 페이지가 뜹니다. 여기서도 신용카드로 표를 바로 살 수 있습니다. 작은 버스회사가 참 센스가 있다는...

Bolt Bus. 생각보다 버스가 괜찮습니다.

Bolt Bus. 생각보다 버스가 괜찮습니다.

지금 버스를 타고 가고 있습니다만 놀란 것이 무료Wifi는 물론이고 각 좌석에 전원을 꽃을 수 있는 Outlet까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인터넷속도는 보스턴에서는 빨랐는데 고속도로로 들어오니 많이 느려졌습니다. 그래도 이메일쓰고 뉴스보는데는 전혀 불편이 없습니다.

의자아래 마련된 파워 outlet

의자아래 마련된 파워 outlet

덕분에 4시간 타고 가면서 밀린 이메일 읽고 답장하고 뉴욕에서 만날 약속 잡고 평상시 사무실에 있는 것과 다름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아이폰은 3G네트워크로 Pandora라디오를 들으면서 가고 있고 얼마나 남았는지는 가끔 구글맵을 열어서 현재위치를 확인해서 가늠하고 있습니다. ^^

wifi접속시 나오는 Disclaimer 화면

wifi접속시 나오는 Disclaimer 화면

지금 어디쯤 있는지는 아이폰 구글맵으로 바로 확인.

지금 어디쯤 있는지는 아이폰 구글맵으로 바로 확인.

뉴욕까지 얼마남았는지 확인

뉴욕까지 얼마남았는지 확인

판도라라디오를 3G네트웍통해 듣고 있음. 주행중에도 끊김현상 없음. 데이터정액제가 아니면 이런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을 상상하지도 못할 것임.

판도라라디오를 3G네트웍통해 듣고 있음. 주행중에도 끊김현상 없음. 데이터정액제가 아니면 이런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을 상상하지도 못할 것임.

재미있게도 마침 옆에 앉은 사람도 저와 똑같이 맥북프로에 아이폰을 꺼내들고 이메일쓰고 뉴스읽고 그러네요. 잠시 휴계소에 들렸을때 내리면서 보니까 줄잡아 한 10명쯤은 랩탑을 꺼내들고 있는 느낌… (그중 맥이 절반이 넘어요….)

한국서도 KTX에서는 wifi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고속버스에서도 제공하는지는 모르겠네요. 미국은 Commuter Rail, Amtrak 등에서도 제공하고 있고 전원코드까지 꽃을 수 있게 해놓은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AirTrans등 많은 항공사들이 비행중에도 wifi를 제공하고 있고요. 물론 한국에서도 T-login을 이용해서 어디서나 인터넷을 쓰긴했지만 버스에서 제공하는 무료wifi를 쓴다는 것은 좀 새로운 경험인 것 같아서 짤막하게 소개해봤습니다! 정말 모바일시대.

(이 포스트는 완전히 버스안에서 작성한 것입니다. 사진은 다 아이폰으로 찍어서 올린 것이고^^)

Update : @LTEwatch님이 알려주셨습니다. 보스턴의 MBTA는 WAAV 라는 회사가 제공한 솔루션을 사용하여 WiFi 서비스를 제공한답니다. http://bit.ly/18CQLU

@yy님의 코맨트: 친구 하나는 매주 뉴욕에 가는데 표를 모니터하는 스크립트를 만들어서 항상 $1 표를 구해서 갑니다. south station까지 T 요금이 $1.7인데 뉴욕까지는 $1;;–대단합니다!

보스턴인근지역을 오가는 Commuter Rail. AT&T Wifi사인이 선명하다.

보스턴인근지역을 오가는 Commuter Rail. AT&T Wifi사인이 선명하다.

Written by estima7

2009년 10월 5일 at 5:0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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