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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플리스퀘어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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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전까지 내가 살던 곳에 폭탄테러라니 세상에 안전한 곳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폭탄이 터진 코플리스퀘어(Copley square)는 보스턴공립도서관이 위치한 곳으로 내가 시내에 나갈때마다 즐겨가던 곳이다. 나는 보스턴도서관의 신관보다 구관쪽이 휠씬 마음에 들었었다. 참 멋진 도서관이다.

Screen Shot 2013-04-15 at 10.18.11 PM

이 사진은 위키피디아에서.

이 사진은 위키피디아에서.

그리고 코플리스퀘어역을 나서면 바로 보이는 올드사우스처치도 내가 좋아하는 건축물이었다. 보스턴은 미국의 도시중 보기드물게 아담하고 유럽의 향기가 흐르는 멋진 곳이다.

Screen Shot 2013-04-15 at 10.22.22 PM

마침 오늘은 Patriots’ Day였다. 매사추세츠주와 메인주에서만 휴일로 지정된 미국독립전쟁의 시초인 렉싱턴-콩코드전투를 기념하는 날이다. 새벽 6시에 렉싱턴에서 당시의 전투를 재현하는 행사가 열린다. 그리고 매년 보스턴마라톤이 열리는 뜻깊은 날이다. 아직도 보스턴에 살고 있었으면 나도 시내에 가족과 함께 나가서 봄나들이겸 마라톤을 구경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렉싱턴-콩코드전투를 기념하는 렉싱턴 배틀그린의 동상.

렉싱턴-콩코드전투를 기념하는 렉싱턴 배틀그린의 동상.

이 멋진 코플리스퀘어거리가 오늘 아비규환의 현장이 됐다니 가슴이 아플뿐이다.

위에 소개한 보스턴공립도서관과 올드사우스처치사이에서 폭탄이 터졌다.

이 분 말씀에 동감한다. 이 시대에 이 세상에서 어디가 과연 안전할까. 지난 연말 비극적인 총격사건이 일어난 커넥티컷 뉴타운도 보스턴에서 불과 2시간 거리다.

오늘 폭탄테러에서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부상자들의 쾌유를 기원한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4월 15일 at 11:06 pm

세상을 바꾼 선구자들-여성마라톤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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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살면서 나이, 성별, 인종 등을 차별하지 않도록 잘 법제화된 사회시스템을 보고 가끔씩 감탄할 때가 있다. 사람이 사는 곳이니 물론 완벽하게 차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전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서도 소수자를 배려하는 법과 문화가 잘 갖춰진 곳이 미국인듯 싶다.

이런 말을 미국인들에게 하면 미국도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도 잘 아는 인종차별은 물론이고 여성에 대한 차별, 나이에 의한 차별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대신 미국은 이런 부당한 차별에 대해 항의하고 기존 권위에 도전해 변화를 이끌어낸 선구자들이 있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의회에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고 또 그 법제도를 실제 사회에 적용하기 위해 치열한 법적 다툼을 벌여서 이런 변화를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캐서린 스위처(CBS뉴스캡처)

어제 CBS뉴스를 보다가 이런 선구자를 또 한명 발견했다. 여성마라톤에 처음 도전한 캐서린 스위처라는 65세의 여성이다. 나는 사실 여성이 마라톤을 뛰는 것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45년전에는 그렇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그녀는 40년전 제정된 타이틀9이라는 법안이 제정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으로 소개됐다.

동영상 보기 Marathon pioneer Kathrine Switzer looks back on Title IX (CBS뉴스) 

당시 20세의 캐서린은 코치에게 감화를 받아 보스턴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코치조차도 여성이 마라톤을 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를 지도한 코치조차도 여성이 마라톤을 뛸 수 있다고 믿지 않았습니다. 여성이 그런 운동선수가 된다면 커다란 다리를 갖게 되며, 가슴에 털이나고, 장차 아이도 갖게 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60년대는 여성에 대한 이런 인식이 지배적인 시기였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Mad Men이란 드라마를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을 한다. 60년대의 뉴욕 광고업계의 모습을 다룬 이 드라마에는 백인남성중심의 미국사회의 모습이 리얼하게 그려진다. 이 드라마에서 여성은 그야말로 남성을 보조하는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보스턴마라톤에 참가한 캐서린(CBS뉴스캡처)

그래도 그녀는 여성임이 드러나지 않도록 이니셜로만 마라톤대회에 등록한 다음, 보스턴마라톤에 참가했다. 코치가 대신 번호표를 받아왔다. 그리고 출발점에 그녀가 나타나자 난리가 났다.

대회운영자인 디렉터가 이 사실을 알고는 이성을 잃었다. 그는 레이스중인 캐서린을 쫓아와 “그 번호표를 내놓고, 내 마라톤대회에서 꺼져라”(Get the hell out of my race and give me those numbers)라며 번호를 빼앗으려 달려들었다.

캐서린의 번호표를 뜯어내려 달려드는 보스턴마라톤 디렉터(CBS뉴스캡처)

그러자 그녀의 남자친구가 끼여들어 그녀를 구해냈다. 성난 디렉터를 붙잡아 레이스에서 끌어낸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무사히 보스턴마라톤을 완주했다.

보스턴마라톤 디렉터를 끌어내는 캐서린의 남자친구(CBS뉴스캡처)

이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전 미국에서 화제가 된 것 같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교육과 취업, 스포츠에서 여성의 권익향상에 대한 토론이 본격적으로 일어나는데 기여했으며 결국 72년 “타이틀 9(Title IX)”이라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되게 됐다. 이 타이틀9은 교육프로그램에 있어서 성별로 차별을 하면 안되고 남녀 동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담은 법안이다. 물론 법안 제정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으며 이후에도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수많은 논쟁과 법적다툼끝에 오늘날에 이르게 된 것이다.(세상에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어쨌든 그녀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캐서린처럼 두려움없이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세상은 이렇게 조금씩 바뀌어 오늘날에 이르게 된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65세가 된 캐서린은 내년 4월에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40번째 마라톤완주를 노릴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동안 캐서린이후 1만명이 넘는 여성이 보스턴마라톤을 달렸다고 한다. 캐서린이 없었으면 여성의 마라톤참가는 십년은 더 늦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Written by estima7

2012년 6월 21일 at 9:26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