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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시대에 구글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회사는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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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book-2006

2006년 당시의 페이스북 모습. 출처 ( https://blog.shareaholic.com/happy-facebook-ipo-day-10-screenshots-of-the-old-facebook-designs/)

개인적으로 페이스북을 쓰기 시작한지 11년쯤 됐다. (내 지메일 메일함을 뒤져보니 2006년 10월에 가입했다.) 당시 하버드대에서 나온 대학생들을 위한 SNS라는 얘기를 듣고 호기심에 가입해 본 것이었다. 그때만해도 한국사용자는 거의 전무했다. 당시만 해도 친구와 가족끼리 안부나 나누는 서비스가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에서 이런 큰 인기를 얻고 이런 글로벌 공룡 IT기업이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당시에 내가 다니던 다음의 주위 동료들에게 페이스북을 소개해도 다들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여겼다. 나를 포함해 다들 한국사람은 싸이월드나 카페 같은 것을 쓰지 페이스북 같은 외국서비스를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페이스북은 한국인은 물론 전세계 20억명이 쓰는 서비스가 됐다. (전세계 인구가 70억인데 7명중 2명은 페이스북을 쓰는 셈이다. 14억인구의 중국에서는 페이스북이 막혀있고 인터넷이 잘 안되는 저개발국도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대단하다. 인터넷보급률이 높은 어느 정도 경제규모의 나라에서는 국민들이 대부분 활발하게 페이스북을 쓰고 있는 셈이다.)

나는 지금은 매일 페이스북에 10개이상의 글을 올린다. 내 관점에서 중요한 IT업계뉴스나 흥미로운 이슈를 내 생각을 덧붙여서 올린다. 가끔은 몇천개의 좋아요가 붙기도 하고 수백번씩 공유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길을 가다가 모르는 분에게도 “페이스북 잘 보고 있습니다”라는 인사를 가끔 받는다. 예전 신문기자 시절에 “기사 잘 보고 있습니다”라는 인사를 받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다. 그런데 그때보다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휠씬 늘어났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덕분이다. 내가 페이스북자체가 강력한 미디어라고 느끼는 이유다.

그럼 페이스북의 성공요인은 뭘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첫번째로 보통 사람의 일상사를 효과적으로 나누고 서로 반응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에 들어가면 나오는 화면이 ‘뉴스피드’인데 이것을 보고 있으면 내 친구들의 일상을 그대로 알 수 있다. 일부러 친구들의 페이지에 하나씩 방문하지 않아도 알수 있게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일종의 개인화포털인 셈이다. 관심이 가는 소식은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쓰면 된다. 단순한 것 같지만 이런 시스템은 페이스북이 처음 만든 것이다. 폭발적인 초기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두번째로는 모바일로의 성공적인 전환이다. 데스크톱웹에서 시작한 회사가 모바일시대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 2004년 시작한 페이스북은 PC화면에 최적화된 서비스로 시작했다. 아이폰은 2007년에 나왔다. 2010년즈음이 되서야 많은 회사들이 모바일앱을 만들며 모바일대응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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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페이스북은 모바일에 최적화된 서비스로 전환한 것은 물론, 그에 맞는 모바일광고플랫폼을 만들어 돈을 쓸어담고 있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올린 약 31조원의 매출중 80%이상이 모바일광고에서 왔다. 앱이코노미시대에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모바일앱을 광고하고 설치시키는데 있어서 페이스북만한 매체가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페이스북은 요즘 돈을 갈쿠리로 쓸어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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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2017년 1분기 실적. (출처 : The Motley Fool)

지난 2017년 1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이 80억불로 지난해 같은 동기보다 49% 상승했다. 이익은 31억불로 76%나 상승했다. 분기매출을 6조원이상 내는 회사가 아직도 이렇게 무섭게 성장하면서 영업마진도 41%나 유지한다는 것이 놀랍다. 모바일광고시장을 꽉 잡고 있기 때문이다.

세번째로 과감한 인수합병(M&A)전략이다. 창사이후 페이스북은 약 60여개의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2012년 매출도 하나도 없던 14명짜리 SNS회사를 1조원을 주고 인수했을때는 다들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회사가 인스타그램이다. 지금은 트위터를 능가할 정도로 컸고 인스타그램 인수는 IT역사상 가장 훌륭한 인수로 칭송받고 있다. 페이스북은 모바일메신저 스타트업인 왓츠앱도 2014년 약 20조원에 인수했다. VR스타트업인 오큘러스도 거의 3조원에 인수했다. 이런 과감한 인수는 페이스북이 경쟁회사를 앞서나가며 새로운 혁신을 흡수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의 리더십이다. 창업 초기 야후 등 수많은 회사들이 조단위 인수금액을 제시하며 회사를 팔라고 했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인류를 연결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끊임없이 회사를 성장시켰다. 항상 호기심을 잃지 않고 책을 읽고 외국어(중국어)를 공부한다. 수평적인 리더십으로 직원들과 대화하며 소통한다. 안팎에서 그를 지켜본 사람들은 그가 경영자로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가 건재한 동안은 페이스북은 흔들리지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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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반전 실리콘밸리의 페이스북본사를 방문해 입사한지 얼마 안된 지인과 이야기한 일이 있다. 그는 “안에 들어와서 보니 회사의 성장세가 엄청나고 마크 저커버그의 리더십도 대단하다. 이 회사가 결국 구글을 넘어서는 회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페이스북의 주가가 90불대였는데 지금은 150불정도 된다. 당시 기억으로 시총 300조원정도였던 페이스북이 지금은 거의 500조원짜리 회사가 된 것이다. (당시 그 이야기를 듣고 바로 주식을 사지 않은 것을 계속 후회하고 있다.)

전세계 인류의 일상사를 파악하는데 있어서 구글의 검색데이터 못지 않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회사는 페이스북이 유일하다. 데이터가 승부를 좌우하는 인공지능시대에 구글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회사가 페이스북인 이유다.

***

한국일보에 기고했던 글을 좀더 자세히 써봤습니다.

Written by estima7

2017년 5월 21일 at 11:42 오전

이메일실명제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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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힐 교수. 출처 조선일보.

지난주 조선일보 위클리비즈에 실린 기사중 린다 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교수의 인터뷰기사가 와닿았다. 그중에 특히 아랫 부분.

―천재적인 조직을 만드는 데 성공한 리더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경험이 적거나 젊은 직원의 의견도 무시하지 말고, 직원들이 의견을 말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치약과 세제 등 생활용품을 만드는 미국 콜게이트 파몰리브(Colgate Palmolive)는 S&P500에 포함된 상장사 중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그룹에 속합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제너럴일렉트릭(GE)보다 자본력이나 영업이익률 등이 더 높은 회사입니다. 특이하게도 콜게이트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배려’인데, 누구든지 아이디어를 내놓도록 배려하고 합리적인 실패를 용인합니다. 2007년 퇴임한 콜게이트의 장수 CEO인 루벤 마크는 ‘리더로서 경영자가 할 일은 직원들의 좋은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고 이를 상용화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십여년 전 인터넷이 막 보급되던 때 제가 경영학 수업을 듣는 학생에게 ‘인터넷 시대에는 어떤 기업이 뜰까요?’라고 물었습니다. 한 학생이 이베이를 추천해주더군요. 제 눈에는 수익 모델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작은 신생 기업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당시 제 상식으로 이베이는 연구 대상이 될 만한 기업이 아니었지만, 인터넷 문화에 더 친숙한 학생의 눈에는 달랐던 겁니다.”

***

꼭 천재적인 조직까지 가지 않더라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빠르게 실행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처럼 다양한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평등하게 경청하고 실행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서 18년전의 내 경험이 떠올라 소개해 본다.

98년초 나는 조선일보 경제과학부기자로 일하다가 사장실로 발령이 났다. 회사의 경영전략 등을 실행하는 부서였는데 내가 막내였다. 인터넷 등에 밝다고 해서 그렇게 발령이 난 것이었다.

가서 보니 사장실에는 당시 김문순실장부터 다들 나보다 휠씬 연배가 높은 훌륭한 선배들이 있었다. 기자생활 3년을 마치고 경영쪽으로 막 옮긴 나로서는 어떻게 일해야 할지 좀 막연하고 걱정도 됐다. 처음에는 그냥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시키는 일을 했다.

그런데 매주 주간회의에서 김실장은 실원 한명 한명에게 잘하고 있느냐고 확인했다. 그리고 뭔가 아이디어가 있으면 내보라고 했다. 막내인 나에게까지 항상 “뭐 없냐”고 물어봤다.

매번 그렇게 물어보시니 뭔가 아이디어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당시에 인터넷을 열심히 쓰며 전세계인과 주고 받을 수 있는 통신수단인 이메일에 특히 매료된 상태였다. 경제과학부기자시절이던 96년 4월에는 미국 USA투데이 부사장과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를 한 일도 있었다. (이메일인터뷰는 아마 한국언론 최초였을 것이다.) 그런 경험을 통해 나는 기자들이 독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서 의견이나 제보를 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보도자료도 이메일을 통해서 받으면 편리할 것이다. 기사로 쓰려고 팩스로 받은 보도자료를 가방에 하나 가득 넣어가지고 다니는 것이 무척 불편하기도 했다.

그래서 기사의 기자이름에 이메일주소를 같이 붙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주간회의시간에 용감하게 그 아이디어를 내놨다. 그런데 신문지면에까지 이메일을 쓰자는 것은 좀 급진적인 것 같아 인터넷기사에만 이메일주소를 붙이자고 했다.

당시는 지금처럼 이메일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은 시대였다. 인터넷조차 안써본 사람이 많았다. 선배기자들중에는 이메일을 쓸 줄 모르는 사람도 많았고 아예 이메일주소를 발급받지도 않은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이메일주소를 모든 기자이름에 붙이자는 것은 파격적인 아이디어였다. 실장이 그 자리에서 “그게 무슨 필요가 있냐”며 묵살했어도 사실 아무 불만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그거 좋은 아이디어다”라고 받아주셨다. 그리고 밀어주셨다.

사장실이 내놓은 아이디어에 편집국장은 반대했다. “뉴욕타임즈도, 아사히신문도 안하는 것을 왜 우리가 먼저 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사실 그때 모든 기사에 기자이메일주소를 집어넣은 언론은 내가 알기로 세계 어디에도 없었다. IT관련기사 정도에 제한적으로 독자제보를 위한 이메일주소를 공개했을 뿐이다.

그런데 사장실장은 내 아이디어를 지지하고 밀어주셨다. 사장을 설득하고 편집국장을 설득해냈다. 방상훈사장은 한술 더 떴다. 아예 신문지면에도 이메일주소를 모두 표기하자고 했다.

나는 신이 났다. 편집국기자들의 절반정도는 이메일주소가 없었는데 내가 한명 한명 연락해서 직접 발급했다. 일주일만에 편집국 전원의 이메일주소가 발급되고 나서 98년 4월24일 1면 사고를 통해서 ‘이메일 실명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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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실시하고 보니 당시에는 사람들이 이메일을 많이 쓰지 않던 시기라 기대만큼 이메일이 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사에 잘못된 내용이 있으면 지적하는 이메일이 반드시 날라와 좀 언짢아 하는 선배들도 있었다.

하지만 독자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이런 채널을 오픈했다는 사실은 회사의 이미지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모두 신선한 시도라고 생각했다. 독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그러자 경쟁지가 불과 일주일만에 우리를 따라서 기자이름뒤에 이메일주소를 붙이기 시작했다. 몇달이 지나자 심지어는 공중파방송뉴스도 모두 이메일주소를 쓰기 시작했다.

그 여세를 몰아 기자들을 소개하는 홈페이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아이디어를 또 냈다. 독자들이 기자들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편집국’이라는 기자 소개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편집국 모든 기자들의 사진과 프로필을 올린 미니 홈페이지였다. 좋은 편집기가 없던 시절이라 내가 직접 FTP로 HTML파일에 직접 들어가서 내용을 편집하고 직접 찍은 기자들의 사진을 올렸다.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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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한국언론의 전향적인 변화에 주목한 일본신문 특파원들이 와서 나를 인터뷰해갔다. 결과적으로 내 사진이 처음 신문지면에 등장한 것은 조선일보가 아니고 산케이신문이었다. (아사히와 마이니치신문에도 내 인터뷰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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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은 반응이 있었다는 것을 자랑할 겸 기사로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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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일이라 아주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초년병이었던 내가 정말 신이 나서 일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김문순사장실장이 주간 회의에서 모든 실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어주었기 때문에 그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애송이 어린 직원의 설익은 아이디어도 무시하지 않고 믿고 밀어주었기 때문에 더 신이 나서 일할 수 있었다.

린다 힐 교수의 “경험이 적거나 젊은 직원의 의견도 무시하지 말고, 직원들이 의견을 말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라는 말을 접하고 18년전 내 경험이 떠올라 장황하게 적어봤다.  솔직히 나는 그때 김실장처럼 경청의 리더십을 실천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내가 간부가 되고 나서야 그때 김실장의 리더십의 가치를 깨닫게 됐다. 자주 찾아뵙지는 못하지만 항상 마음속으로 감사하고 있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5월 6일 at 9:43 오후

[라이코스 이야기 13] 차별없이 사람 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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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코스에 있을때 처음 1년반을 나와 함께 일했던 콘트롤러(회사의 회계와 재무를 책임지는 재무팀장을 Controller라고 한다) 멜라니는 주위에서 워커홀릭으로 불렸다. 일에 대한 책임감이 무척이나 강했던 그녀는 매일밤 야근을 밥먹듯이 하고 필요하면 주말에도 나와서 일을 했다.

회계업무라는 것이 매주, 매달 데드라인이 있으므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는데 내가 좀 쉬어가면서 하라고 해도 “할 일이 많아서 어쩔 수 없다”며 항상 열심히 일했다. 일반적인 미국직원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래서 본사에서도 그녀를 좋아했다.

조금 가까와지자 멜라니는 자신은 뉴햄프셔 소도시의 가난한 집의 딸로 태어나서 대학가느라 빌린 학자금대출을 이제 나이 서른에 다 갚았다는 얘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한마디로 억척스럽게 사는 평범한 백인처녀였다. (지금 생각하니 요즘 말하는 소위 ‘흙수저’다.) 그녀는 자신은 고생하는데 야근하지 않고 일찍 퇴근하는 팀원들을 가끔 원망하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미국직장 분위기에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팀원들에게 무조건 야근을 강요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갑자기 페이롤을 담당하던 줄리의 해고로 인해서 결원이 생기면서 추가로 재무팀원을 뽑아야 할 일이 생겼다. 기본적인 회계처리업무는 물론 온갖 잡무를 같이 맡아줄 사람을 뽑아야 했다. 나는 일에 있어서 무척 깐깐한 멜라니가 어떤 사람을 팀원으로 뽑을까 내심 궁금했다. 백인동네에서 성장한 멜라니가 자신과 비슷한 배경을 가진 부지런한 백인여성을 뽑지 않을까 예상했다. 오래지나지 않아서 멜라니는 새로 뽑기로 한 직원이라며 입사예정자를 데려왔다. 그런데 그 새로운 팀원은 내 예상과는 달리 젊은 중국여성이었다.

20대중반의 후지에 장은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상하이에서 미국계 회계법인을 다니다 보스턴의 대학원으로 유학왔다. 그리고 2년동안 회계학을 공부, 졸업을 앞두고 일자리를 찾고 있었다. 영어가 모국어인 것도 아니고 미국체류경험은 2년정도다. 일단은 졸업후 1년간 유효한 OPT비자(학교졸업후 한시적으로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비자)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가 비자스폰서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도 멜라니가 외국인을 뽑았다는 것이 내게는 의외였다.

그래서 왜 후지에를 뽑았느냐고 멜라니에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똑똑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열심히 일할 것 같아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때 깨달았다. 능력만 된다면 미국회사에 들어가는데 인종이나 국적여부가 그렇게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물론 이렇게 쉽게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그 전까지 가지고 있던 미국회사에 대한 선입견과는 달랐다는 얘기다.)

이후 후지에는 멜라니의 기대대로 일을 잘했다. 중국인특유의 액센트가 있는 영어를 구사했지만 업무를 위한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영어를 잘했고 회계관련 업무도 금세 배워서 능숙하게 처리했다. 멜라니는 후지에를 열심히 가르치고 좋아했다. 마치 자신의 옛날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말까지 했다. 그리고 또 팀에 한명을 더 충원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후지에가 추천한 그녀의 친구인 비슷한 경력을 지닌 중국여성을 또 한명 뽑았다. 그녀도 역시 일을 잘했다. 아 이렇게해서 중국인들이 미국회사에 자리를 잡아가는구나 싶었다.

이처럼 내가 경험한 미국회사에서는 일만 잘하면 인종이나 국적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회사의 엔지니어들중에는 러시아출신, 인도출신, 중국출신 등이 있었다. 다 나름대로 자신의 역할을 잘하는 좋은 엔지니어들이었다. 다만 몇몇 외국출신 일부 엔지니어들은 맡은 일은 잘 했지만 커뮤니케이션에는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 같이 대화를 해보면 영어에 액센트가 심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처음에는 내가 영어실력이 떨어져서 못알아듣는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들의 담당 매니저가 하루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 친구들이 뭘 하자고 주장하는데 솔직히 뭘 말하려고 하는지 알아듣기가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확실하게 처리하기 때문에 괜찮기는 한데 그 친구들에게 다른 사람을 관리하거나 리드하는 매니저역할을 맡기기는 어려워요.” 즉, 해야할 것이 명확한 시킨 일이나 혼자서 하는 일은 잘하지만 남들을 설득하고 이끄는 일은 쉽지 않다는 얘기다.

***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미국기업에서 경영진으로 올라가는 승진의 사다리가 소위 소위 뱀부실링(대나무천장-Bamboo ceiling)으로 막혀있다는 말이 있다. 물론 아직도 상당부분 존재하는 인종에 대한 차별, 편견, 선입견이 뱀부실링을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라이코스에서의 경험을 통해 뱀부실링은 물론 차별도 있겠지만 주류미국인에 비해 아시아계가 커뮤니케이션과 리더십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똑똑하고 성실한 아시아계가 취업은 잘하고 자기 몫은 충분히 하지만 미국회사의 경영진까지 올라가겠다는 야망과 노력은 좀 부족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미국회사는 능력주의다. 아니 미국사회전체가 다른 어떤 국가에 비해서 능력위주다. Meritocracy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바마 같은 사람이 48세의 젊은 나이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회사에 비해 실력만 있다면 인종, 국적, 학력, 나이 등에 구애받지 않고 뽑는 편이니 능력을 갖추고 계속 도전하다보면 문은 열린다. 열심히 일하고 능력있는 한국인들은 일단 미국회사에 들어가면 빨리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조직의 사다리를 올라가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이나 리더십 능력 키우기에는 소홀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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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비즈니스의 인도계 CEO특집기사

이런 부분에서는 같은 아시아계지만 인도계들이 아주 적극적이다. 내가 만난 인도계 경영자들은 자신들에게는 뱀부실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며 자신감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미국에 어릴 때 이민간 사람도 아니고 나처럼 모국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온 사람도 이렇게 자신감 있게 이야기하는 것을 접하고 놀랐었다. 그리고 나서 몇년 뒤에 보니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도 모두 인도계 CEO로 바뀌었다.

우리 한국인들도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그리고 자신감 등을 보완한다면 앞으로 미국대기업에서도 많은 한국계 CEO들을 배출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어차피 차별 때문에 안될거야하는 선입관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반대로 우리 기업에서도 외국인이라고 차별하지 말고 능력이 있다면 과감하게 리더로서 기용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1월 31일 at 11:40 오후

글로벌 비즈니스매체에서 인정받는 한국경영자가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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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트윗을 보고 한번 찾아봤다. 아시아기업의 경영자로는 포춘의 2015 Top People In Business 리스트에는 7위에 샤오미 레이 준, 14위에 대만 TSMC의 모리스 장, 18위 중국 핑안 회장 마밍츠, 25위 알리바바 마윈 27위 텐센트 마화텅이 들어가 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가장 높은 성과를 올린 CEO 100위를 대충 살펴보니 10위에 Canon 미타라이 CEO, 33위 대만 폭스콘 테리 궈, 35위 유니클로 타다시회장, 45위 텐센트 마화텅, 78위에 소프트뱅크 손정의회장이 랭크되어 있다. 한국 경영자는 한명도 없다. 예전에는 삼성전자 윤종용부회장이라도 순위에 있고는 했는데…

글로벌한 비즈니스매체에서 인정받는 한국경영자가 없다. 왜 그럴까. 다음은 위 트윗을 보고 내 머리속에 스친 생각이다.

***

가끔 미국이나 홍콩 등에서 온 해외 투자자분들을 만날 때가 있다. 이미 상장된 전세계 대기업에 투자하는 큰 펀드를 운영하는 회사에 다니는 분들이다. 이 분들과 이야기하다가 한국의 대기업 경영자들은 그들을 잘 만나주지도 않고, 회사의 방향성에 대해 커뮤니케이션도 잘 못하는 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어떤 상장회사에 수천억씩 장기 투자하는 자기들 같은 펀드매니저들은 그 기업의 장기비전과 계획에 대해서 CEO나 회장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기를 원한다고 한다. 그런데 중국의 알리바바 마윈이나 텐센트의 마화텅 같은 사람도 만나주는데 한국회사의 경영자들은 투자자들에게 시간을 내주는데 인색하다는 것이다. 자기들이 요청하면 CFO나 IR담당자가 응대해주는데 그들에게 듣는 얘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기업들의 P/E Ratio, 주가수익비율이 동종업계의 해외기업보다 낮다는 것이다. 이런 한국기업들의 행태가 코리아디스카운트로 이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해보면 한국의 언론들은 대기업에게 쓴 소리를 거의 하지 않는다. 특히 소위 오너경영자들에게는 냉정한 경영평가보다는 보도자료 내는대로 받아써주는 경향이 심하다. 잘되면 오너덕이고 안되면 전문경영인탓이라는 식으로 보도하는 경우도 많다. 전문경영인들은 오너의 눈치를 보면서 대외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이런 풍토에서 한국의 경영자들이 제대로 된 대외 커뮤니케이션에 단련될 기회가 없다. 심지어 증권사들도 기업에 대해서 비판적인 리포트를 잘 쓰지 않는다.

한국의 경영자들은 게다가 직원들에 대한 커뮤니케이션도 약하다. 믿기 어렵지만 말을 안들으면 조인트를 까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대기업임원이 아직도 있을 정도다. 직원들에게 비전을 주고 설득해서 한 방향으로 가기보다는 시킨 일만 잘 하라는 식이다.

얼마전 가졌던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미니 컨퍼런스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얘기가 우버, 테슬라, 왓츠앱 같은 회사의 CEO들이 얼마나 자주 전체직원 Q&A를 갖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는지에 관해서였다. 이들 CEO들은 거의 매주 전체직원미팅을 갖고 회사의 경영상황을 투명히 공개하고 누구에게나 질문을 받는다. 매주  불편한 질문도 가끔 나오는데 모두 거침없이 대답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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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참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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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참석자

매분기별로 이뤄지는 실적발표에서도 해외 유수기업의 경우는 CEO가 CFO와 함께 나와서 애널리스트들의 온갖 질문을 받고 대답한다. 애플의 지난분기 컨퍼런스콜의 경우 팀 쿡 CEO가 CFO, IR헤드와 함께 나왔다. 테슬라의 경우 일론 머스크가 CFO, CTO, IR헤드와 함께 나왔다. 삼성전자의 경우 IR헤드인 이명진전무와 함께 주로 상무들이 나와서 대답했다. 부회장이나 각 부문 CEO는 나오지 않았다.

리더들은 이런 문답을 통해서 생각이 더 정리되고 커뮤니케이션능력이 향상되는 법이다. 자주하면 할수록 좋다. 한국의 경영자들이 이를 등한시한다는 점이 참 아쉽다.

한국의 최고 리더부터가 커뮤니케이션에 아주 약한 사람이니 더 이상 말해 무엇하랴. 소통을 많이 하면 경박하다고 보는 문화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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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6일 at 7:53 오후

“회사의 진정한 문화는 보상, 승진, 해고가 결정한다”-남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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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Storm Ventures

사진출처: Storm Ventures

오늘 스톰벤처스 남태희매니징디렉터(변호사)의 코너오피스 인터뷰가 뉴욕타임즈에 실렸다. 이 코너오피스는 매주 NYT일요판에서 미국의 주요 기업리더들과 문답을 통해 리더십에 대해서 탐구하는 코너다. 주옥같은 인터뷰가 많다.

마침 남변호사는 내가 실리콘밸리에 있을때 만나뵙고 대단한 내공에 감탄했던 분이다. 미국에 5살때 가족과 함께 이민을 가서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됐으나 실리콘밸리로 가서 결국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변신한 분이다.

인터뷰내용중 기업문화에 대한 문답이 인상적이라서 기억해두려고 번역해봤다.

질문은 “당신은 수많은 다양한 기업문화를 지켜봐왔다. 문화에 있어서 무엇이 가장 큰 차이를 가져오는가”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남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내게 있어서 문화란 사람들이 위에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일일이 지시를 받지 않아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문화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결국 회사안에서 누가 승진되며, 누가 연봉을 올려받고, 누가 해고되는지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물론 CEO는 우리 회사의 문화는 이런 것이라고 공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진정한 문화는 보상(compensation), 승진(promotions), 해고(terminations)에 의해 정의됩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회사내의 누가 성공하고 실패하는지 관찰하면서 문화를 형성하게 됩니다. 회사내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회사가 어떤 것에 가치를 두는가를 보여주는 롤모델이 됩니다. 그리고 그러면서 회사의 문화가 형성됩니다.

“Culture, to me, is about getting people to make the right decision without being told what to do. No matter what people say about culture, it’s all tied to who gets promoted, who gets raises and who gets fired. You can have your stated culture, but the real culture is defined by compensation, promotions and terminations. Basically, people seeing who succeeds and fails in the company defines culture. The people who succeed become role models for what’s valued in the organization, and that defines culture.”

“만약 CEO가 회사의 비전선언문의 일부로서 기업문화가 어떤 것인지 공식화하고 그것이 회사의 (누가 보너스를 받고 승진하고 해고되는지에 기반한) 비공식적인 문화와 일관성을 가지고 합치된다면 최고의 기업문화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공식적인 문화와 실제 비공식문화가 서로 일치하지 않으면 회사조직내에는 혼란(chaos)이 발생합니다.”

“If the C.E.O. can outline, as part of the vision statement, what the stated culture is, and if that official proclamation of culture is aligned and consistent with the unofficial culture — based on who gets raises and promotions and who gets fired — then you have the best culture. When the two are disconnected, you have chaos.”

위 글을 읽고 “과연”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장이 아무리 우리 회사의 최고 가치는 ‘청렴’(integrity)이라고 강조해도 거래처담당자에게 뇌물을 써서 높은 매출을 올린 영업담당자를 임원으로 승진시키고 보너스까지 준다고 하면 직원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과연 자신들도 청렴하게 일을 하려고 할까.

어떤 회사 사장이 “우리 회사는 직원들의 창의력을 존중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우리 회사는 실리콘밸리회사처럼 운영한다”고 항상 자랑하고 다닌다고 하자. 그런데 정작 본인은 사내회의석상에서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의견을 낸 사람을 강등시키고, 해고하고, 결국 예스맨만 승진시켜 자신의 심복으로 쓴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아무리 매일처럼 리더가 창의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들 그 조직은 과연 창의성이 넘치는 문화를 갖게 될까.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회사의 문화에 맞는 인재에게 적절한 보상과 승진을 제공하고 문화에 맞지 않는 사람은 내보내거나 아예 뽑지 말아야 한다. 대내외적으로 내세우는 문화와 실제 인사가 일치해야 한다. 지향하는 문화와 실제 조직내 인사가 일치하지 않으면 혼란이 발생한다. 사실 우리는 전국민이 그것을 매일처럼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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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28일 at 7:27 오후

평등한 토론에서 나오는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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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더가 주재하는 어떤 한국 회사의 회의에 초대되어 간 일이 있다. 6명쯤이 같이 한 회의였는데 한 시간 동안 그 리더와 나 둘이서만 이야기했다. 이상하게도 그 리더 밑에서 일하는 다른 참석자들은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반면 그 리더는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회의가 끝났다. 그러자 그 리더는 사무실로 들어가고 남은 사람들은 “차 한잔 하자”며 나를 잡아끌었다. 회사 밖의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며 그들은 그제야 내게 이야기를 걸어왔다. 그래서 “아니 왜 아까는 전혀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리더가 부하들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고 의견을 내면 면박만 준다. 그래서 점차 시키지 않으면 아무도 말을 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심기에 거슬리는 말을 하면 벼락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다. 위계질서와 자기검열이 이 정도로 심한데 무슨 좋은 아이디어가 이 조직에서 나오고 실행될 수 있을까. 그 리더가 스티브 잡스라도 이런 조직에서는 혁신을 이뤄내기 어려울 것이다.

얼마 전에 이스라엘에 다녀왔다. 이스라엘인들은 회의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거침없이 난상토론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는 몇년 전에 텔아비브에서 이스라엘사람들과 워크숍을 한 일이 있다. 그때 서로 싸움을 하듯이 거칠게 자기주장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상대적으로 나는 조용히 듣기만 했는데 나중에 상관인 이스라엘 CEO에게서 주의를 받았다. “모든 사람이 다 자기 머릿속에 있는 의견을 꺼내놓아야 한다”며 나에게도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여해 의견을 낼 것을 주문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만난 한 이스라엘 벤처기업 임원에게도 당신들도 그렇게 평등하게 회의에서 토론하는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는 “좀 극단적으로 느낄 수 있겠지만”이란 단서를 달며 이렇게 설명했다. 자기 부하가 CEO와 임원인 자기와 같이 회의를 할 때 CEO나 임원의 의견에 대해서 “어리석은 생각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하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말을 할 수 있고 그것을 CEO나 임원들이 받아들이는 문화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첨단 스타트업 기업들이 쏟아져 나오는 ‘창업국가’로 유명하다. 과연 이런 명성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D스쿨과 데이빗 켈리(사진출처 스탠포드대와 IDEO홈페이지)

D스쿨과 데이빗 켈리(사진출처 스탠포드대와 IDEO홈페이지)

혁신적인 디자인 사고를 가르치는 곳으로 유명한 미국 스탠퍼드대의 D.School이라는 곳이 있다. 이 학교의 공간을 디자인한 세계적인 디자인컨설팅회사 아이디오의 데이비드 켈리는 <공간 만들기>(Make Space)라는 책 서문에 이렇게 썼다.

“새로운 공간을 만들면서 우리의 첫번째 과제 중 하나는 학생들과 교수진의 위치를 평등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교실에 들어오면 누가 가르치는 사람인지, 누가 배우는 사람인지 판단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혁신은 이런 평등함 속에서 번창합니다. 보스나 교수가 방의 머리 부분에 서 있으면 마치 ‘무대 위에 서 있는 현인’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보스가 내 생각을 싫어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에 아이디어를 나누는 것을 주저하게 됩니다. 공간적 관계를 재설정하는 것은 사람들의 참여를 진정으로 환영한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One of our first challenges was to equalize the respective status of students and faculty. When you walk into one of our classes, it’s almost impossible to tell who’s teaching and who’s learning. Innovation thrives on this kind of equality. With a boss or a professor standing at the head of the room, it feels like a “sage on stage”-people are reluctant to share their ideas(“What if the boss doesn’t like it?”). Reconfiguring the physical relationship is a powerful signal that participation is truly welcome. -David Kelley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다양한 의견에서 나온다. 회의석상에서 윗사람이 권위로 아랫사람을 짓눌러서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나온 아이디어가 발전하기도 어렵다. 여러 사람이 모인 ‘팀’의 힘을 증폭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창조경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회의실에서 권위주의를 몰아내고 모두가 평등하게 말할 수 있는 문화를 북돋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한겨레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으로 기고한 글. 사실 이 글을 쓰면서 스티브 잡스의 ‘run by ideas, not hierarchy’ 라는 말이 생각났다. 예전에 블로그에 썼던 글이지만 워낙 인상에 남는 부분이며 ‘평등한 토론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낳는다’는 윗 글의 주제에도 연결되는 것 같아 다시 옮겨본다.

(2분 50초지점부터 아래 부분 시작)

Jobs: What I do all day is meet with teams of people and work on ideas and solve problems to make new products, to make new marketing programs, whatever it is. (내가 하루종일 하는 일은 팀원들과 만나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궁리해내거나 신제품을 만드는데 있어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마케팅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등입니다.)

Mossberg: And are people willing to tell you you’re wrong? (그럼 직원들이 (잡스가 틀렸을때) 당신이 틀렸다고 기꺼이 발언을 하는지요?)

Jobs: (laughs) Yeah.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럼요.”)

Mossberg: I mean, other than snarky journalists, I mean people that work for… (내 말은, 짜증나는 기자들이 아닌, 당신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 직원들이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느냐는 것이죠.)

Jobs: Oh, yeah, no we have wonderful arguments. (아, 물론이죠. 우리는 항상 멋진 논쟁을 벌입니다.)

Mossberg: And do you win them all? (그럼 당신이 항상 모든 논쟁을 이기겠지요?)

Jobs: Oh no I wish I did. No, you see you can’t. If you want to hire great people and have them stay working for you, you have to let them make a lot of decisions and you have to, you have to be run by ideas, not hierarchy. The best ideas have to win, otherwise good people don’t stay. (아닙니다. 내가 모든 논쟁을 다 이겼으면 좋겠지요. 하지만 그럴수 없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만약 뛰어난 사람들을 채용하고 그들이 당신을 위해서 계속 일하게 하고 싶다면 그들이 많은 결정을 직접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결정은 회사의 계급에 따라 이뤄져서는 안되며 아이디어에 따라 이뤄져야 합니다. 최고의 아이디어가 항상 논쟁에서 이겨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훌륭한 사람들은 회사를 결국 떠나게 됩니다.)

Mossberg: But you must be more than a facilitator who runs meetings. You obviously contribute your own ideas. (하지만 잡스 당신은 단순히 회의를 진행하는 사람이 되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요? 자신의 아이디어로 기여하고 있는 것 아니었습니까?

Jobs: I contribute ideas, sure. Why would I be there if I didn’t? (물론 나도 내 아이디어를 내놓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Written by estima7

2014년 2월 21일 at 11:09 오후

리더의 공감 결핍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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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대기업에 다니는 몇몇 후배들과 만났다. 이야기를 나누다 대기업에는 정말 고약한 임원들이 많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도) 일부러 새벽 일찍이나 금요일 저녁에 회의를 잡는 고위 임원. 회의 석상에서 부하들이 보는 앞에서 (사적인 일로) 중간 간부의 면박을 주는 고위 임원.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상사의 지시에 대해  부하가 납득할 만한 의견을 얘기했는데도 자신의 명령에 토를 단다며 서류를 내던지고 고성을 지르는 임원. 이런 얘기를 들으며 “어떻게 그런 사람들이 임원직에 올랐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Emotional intelligence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다니엘 골먼(사진출처:하버드비즈니스퍼블리싱)

Emotional intelligence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다니엘 골먼(사진출처:하버드비즈니스퍼블리싱)

그러다가 지난 주말에 조선일보에서 다니엘 골먼의 ‘리더의 공감결핍증을 나타내는 징조’(The Signs of a Leader’s Empathy Deficit Disorder)라는 글에 대한 요약 번역 기사를 읽었다. (원본 출처: 링크드인) 무척 공감이 가는 글이기에 기억해 두고자 한번 직접 번역해봤다. 위 후배들의 상사임원들이 바로 이런 공감결핍증을 가진 사람들인 것 같다. 그들이 승진해서 조직의 사다리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아래 사람들은 상사에 대한 공포로 인해 직언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될수록 그들 고위임원들은 부하들의 감정을 이해못하게 되고 점점더 자기 중심적인 세계관속에 빠지며 부하들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일반 회사안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어떤 조직에서나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도 내가 모시던 분이 직급이 더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직언을 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읽으면서 보스와 리더, 직원, 부하 등의 용어를 대통령, 국회의원, 고위관료, 국민 등과 바꿔서 생각해봐도 된다. 조직의 보스에게도 솔직한 충언을 드리기 어려운데 하물며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기는 얼마나 어려울까.

아래는 The Signs of a Leader’s Empathy Deficit Disorder 번역.

당신의 조직에 있는 두 명의 사람을 떠올려 봅시다.. 한 명은 당신보다 하나나 두 직급위에 있는 사람이며 다른 한 명은 바로 당신 아래 직급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두 명에게 동시에 이메일을 받았다고 상상해보세요. 그 두 개의 이메일에 답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아마도 당신은 당신보다 높은 사람에게 받은 이메일에는 바로 답장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받은 이메일은 나중에 짬이 날때 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응답시간의 차이는 조직에서 서열을 나타내는데 이용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좀 더 일반적인 법칙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우리는 우리보다 권력이 쎈 사람들에게는 관심을 더 기울이며 힘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관심을 적게 기울인다는 것입니다.

권력과 집중력간의 관계는 미팅에서 처음으로 만난 두 사람의 접촉모습을 들여다보면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단지 첫 5분간의 대화만을 보더라도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은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에 대해 눈을 덜 마주치거나 고개를 덜 끄떡이는 식으로 관심을 덜 기울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차이는 부유한 집안출신과 가난한 집안출신의 대학생간에도 나타납니다.

이런 이메일응답시간 분석은 엔론의 몰락과 함께 당시 모든 직원들의 이메일데이터베이스가 증거자료로 공개되면서 가능하게 됐습니다. 이메일분석을 통한 조직에서의 소셜네트워크 분석프로젝트는 컬럼비아대학이 진행했으며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정도가 권력서열을 따라갈 때 공감능력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서로에게 이혼이나 인생에서의 굴곡에 대해서 털어놓을때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공감을 표현합니다.  또 사람의 얼굴표정에서 감정을 읽어내는 공감능력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보다 더 뛰어납니다.

사회생활에서 나타나는 이런 사실은 리더들에게 하나의 위험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가장 효과적인 리더들은 설득이나 영향력발휘, 동기부여, 경청, 팀워크, 협업 같은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공감능력에에는 3가지종류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인지적(cognitive) 공감능력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에 대해 생각하는지, 즉 타인의 세계관에 대해서 느낄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당신이 전달해야 할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감정적(emotional) 공감능력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즉시 공명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세번째로는 감정이입적 관심(empathic concern) 공감능력입니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것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을 표현할 줄 아는 능력입니다. 

리더십 공감능력결핍의 징후는 부하를 대하는 리더의 행동에서 가장 잘 나타납니다.  여기 몇개의 공통적인 징후가 있습니다. 

1. 부하가 보기에 말이 안되는 지시사항이나 메모는 보스가 직원들의 위치에서 세상을 보지 못하고 직원들이 납득이 될만한 수준의 말로 풀어내는데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 다른 낮은 인지공감능력의 징후는 막상 그 목표를 수행해야할 직원들에게 납득이 가지도 않고 말도 안되는 전략이나 계획, 목표입니다.

2. 부하들을 당혹스럽게(upset) 하는 공식발표나 명령입니다. 이것은 보스가 직원들의 감정적인 현실을 제대로 읽지 못하며 부하들에게 대해서 무지하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3. 직원들이 힘들어하는 일에 대해 보스가 차갑게 대하거나 무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감정이입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부하들은 보스가 차갑고 무심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방어적이 됩니다. 예를 들어 혁신을 위해 모험을 감수하는 것을 꺼리게 됩니다.

높은 지위에 있는 리더일수록 공감결핍증에 빠질 위험이 큽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지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솔직한 피드백을 주는 사람의 수는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리더가 주위사람들에게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솔직한 피드백을 주기를 꺼리게 됩니다. 

공감결핍증을 피하는 방법중 하나는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빌 조지가 말하는 ‘트루노스그룹’(True North Group)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 그룹은 당신의 지인들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또 하나는 당신에게 격의없이 대할 수 있는 (아마도 회사바깥의) 동료들의 비공식그룹을 만들어서 정기적으로 접촉하는 것입니다. 아니면 조직안에서 신뢰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만드는 것입니다. 

회사안을 일부러 어슬렁거리며 직원들과 친밀해지기 위한 가벼운 시간을 갖는 친화력이 높은 (High-contact) 리더들은 공감결핍으로부터 면역력을 갖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보스에게)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은 (그래도 무사할 것이라는) 회사분위기를 만드는 리더들도 마찬가지로 면역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12월 8일 at 10:08 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