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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악보로 세계진출, 마피아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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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소년이 4년전에 창업한 스타트업이 있다는 얘기를 예전에 들었다. 대학생 창업도 많지 않은 나라에서 그야말로 희귀한 일이다. 회사 이름은 ‘마피아컴퍼니’라고 한다. 회사이름을 듣고 처음에는 마피아갱이 주인공인 게임을 만드는 스타트업인가 했다. 그런데 완전히 내 오해였다. 마피아컴퍼니는 ‘마음만은 피아니스트’에서 ‘마’, ‘피아’를 따온, 디지털 뮤직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정인서 대표 (사진 나라경제)

마피아컴퍼니는 고교중퇴생인 정인서대표가 한국나이로 18세였던 2015년에 창업한 회사다. 이 회사는 뮤지션들이 악보를 온라인으로 팔아 돈을 벌 수 있도록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한국의 뛰어난 음악콘텐츠가 글로벌로 퍼져나가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창업자가 제일 어리고 다른 직원들을 합쳐도 평균 나이가 25세 정도의 젊은 스타트업이다. 이번에는 마피아컴퍼니 정인서 대표, 이장원 COO를 왕십리의 새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음악가를 꿈꿨습니다. 5살때부터 피아노를 쳤어요.”

정대표는 어릴 때부터 음악가가 되기를 꿈꿨다. 그런데 10여년간 음악공부를 하면서 평생 음악만을 할만큼의 재능을 타고 나지는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학교때 진로를 바꾸기로 했다. 2012년 학교를 자퇴하고 중국 칭다오에 있는 학교로 유학갔다. 그런데 적응이 힘들었다. 장차 대학진학을 준비해야 하는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앞으로 하고 싶은지 알기가 어려웠다. 방황했다. 공부보다 오히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무역을 하는 사업가들에게 끌렸다. 중국의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2014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방수팩을 가져다 파는 장사도 해보고 직업학교도 잠시 다녀봤다. 헌옷을 모아서 파는 온라인 쇼핑몰도 시작하며 첫번째 창업을 했다. 이 사업은 망했지만 옷을 마케팅하는데 있어서 페이스북 같은 SNS채널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그런데 취미생활을 하면서 의외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정대표가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해온 것은 피아노에 관한 페이스북 채널이었다.

“제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페이스북 채널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것이 ‘피아노 치는 남자’입니다.”

이전 세대였다면 피아노를 주제로 한 다음이나 네이버카페를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대표는 당시 한참 뜨고 있던 페이스북에 채널을 만들고 피아노에 대한 게시물을 꾸준히 올리기 시작했다.

“너무 지나치게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내용보다는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적당한 수준의 대중적인 콘텐츠를 올린 것이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피아노 치는 남자들’은 점점 성장해서 2015년 당시 35만명 정도가 가입한 채널이 됐다.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에만 기대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자체 웹사이트 ‘마음만은 피아니스트'(www.mapianist.com)를 만들고 ‘마피아컴퍼니’라는 회사도 설립했다. 여기서 끝났으면 마피아컴퍼니는 평범한 피아노 애호가들의 커뮤니티에 머물렀을 것이다. 그런데 정대표는 커뮤니티를 통해 연주음악시장에 대해 배우게 되고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게 됐다.

“첫번째로 알게 된 것은 악보의 중요성입니다. 뮤지션들은 악보없이는 연주를 할 수가 없습니다. 연주를 하던, 노래를 부르던 악보가 꼭 필요합니다. 교과서처럼 펴놓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악보판매는 종이출판물로 오프라인에서만 이뤄졌습니다. 악보를 만들고 판매하는 온라인 시장이 없었던 것이죠. 여기에 뭔가 기회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장원 COO (사진 나라경제)

서울대 경영학과에 재학중 피아노아티스트로도 활동하면서 마피아컴퍼니를 알게 되서 합류한 이장원COO가 뮤지션의 어려움에 대해서 설명했다.

“연주음악 아티스트는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음원판매와 공연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선 음원판매는 톱아티스트외에는 아주 미미한 수입입니다. 공연은 불규칙적으로 열리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입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은 뮤지션들이 바리스타나 음악레슨 등으로 생계를 이어갑니다.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없는 것이죠.”

정대표와 이COO는 다양한 악보를 원하는 아마추어 음악애호가들과 악보콘텐츠를 가진 연주음악 아티스트를 연결해주면 사업 기회가 있다고 봤다.

“좋은 악보를 사겠다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매번 이메일로 요청하고 돈을 계좌이체 받고 하는 것은 너무 복잡했습니다. 그것을 저희 사이트에서 쉽게 편리하게 PDF로 1천원, 2천원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그리고 기존의 히트곡을 멋지게 편곡한 악보의 경우도 저희가 대신 저작권료를 원저자에게 지불하고 편곡자에게 수익을 나눠줍니다. 악보거래를 쉽고 편하게 온라인에서 합법화한 것이죠.”

마피아컴퍼니 사이트에서 디지털악보 화면

이렇게 하다보니 이제는 마피아컴퍼니를 통해서 약 1만8천명의 뮤지션이 악보를 판매하고 있다. 이들은 악보에 실린 음악을 연주하는 유튜브동영상을 같이 보여주면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낸다. 특히 약 100명의 뮤지션은 악보판매로 올리는 수입만 가지고도 생계가 가능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악보판매가 늘어나면서 정대표는 또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다.

“한글로 된 사이트에 와서 외국인들이 악보를 사가기 시작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신기하고 놀라웠다. 악보는 만국공통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내친 김에 마이뮤직시트라는 영어로 된 사이트도 개설했다. 해외에서 나오는 악보매출은 이후 계속 증가해 이제는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한다.

뮤지카 프로젝트에 나온 세 공동 창업자의 프로필

어린 창업자임에도 불구하고 마피아컴퍼니가 이렇게 빠른 성과를 낸 이유는 균형있는 공동창업자 구성 덕분이다. 피아노매니아기는 하지만 아직 어리고 다른 경험은 부족했던 정대표는 자신보다 3~4살 나이가 많은 두 명의 공동창업자를 일찍 영입했다. 비즈니스확장을 맡고 있는 COO 이장원은 뮤지션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서울대에서 이미 배달앱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험이 있다. CTO 허상민은 15살때부터 웹게임개발자로 창업해 이름을 날린 천재개발자다. 다 나이는 어리지만 모두 이미 창업경험이 있다는 것도 색다르다. 음악, 사업, 개발 3박자를 아우르는 세 명의 공동창업자 덕분에 마피아컴퍼니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이제 직원수는 20명이 됐다. 평균 나이는 약 25살이다. 한양대출신인 허CTO덕분에 처음부터 한양대가 있는 왕십리에 자리를 잡고 대부분의 엔지니어를 한양대출신으로 채웠다.

투자도 충분히 받았다. 2016년 카카오 사외이사인 조민식대표에게 엔젤투자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네이버계열 창투사인 스프링캠프에서 투자를 받아 정부의 기술창업지원 팁스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그리고 지난 3월에는 티비티 등으로부터 추가로 35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누적으로 50억원이상의 투자를 받은 것이다. 특히 수백곳 이상의 팁스프로그램 스타트업 창업자중에서 마피아컴퍼니는 최연소다.

정대표는 “한국은 정말 창업하기 정말 좋은 나라”라며 “나이가 적어서 불리한 점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제 마피아컴퍼니와 정대표는 또다른 도약을 준비중이다. 악보판매에 머무르지 않고 음정인식과 변환, 저작권 유통과 추적 등 디지털음악관련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음악게임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뮤지카도 시작했다. 정대표는 중단했던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올해부터 카이스트에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마피아컴퍼니가 쑥쑥 성장해 한국 스타트업생태계에서 학생창업의 대표 성공사례로 자리잡길 기대한다.

마피아 컴퍼니의 왕십리 새 사무실에서 한 컷. 한양대 캠퍼스가 바로 내려다 보이는 위치다.

Written by estima7

2019년 4월 14일 at 9:37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