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마의 인터넷이야기 EstimaStory.com

Thoughts on Internet

Posts Tagged ‘도어대시

소프트뱅크는 황금알 제조회사

leave a comment »

지난 2월10일 소프트뱅크의 분기 실적 발표회가 있었는데 유튜브로 뒤늦게 봤습니다. 흥미로운 부분들이 보여서 블로그에 조금 메모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소프트뱅크가 놀라운 실적을 냈다는 것부터 설명을 시작합니다. 지난 회계연도 1~3분기 당기순이익이 무려 3조552억엔으로 한화로 하면 약 32조원의 순이익을 낸 것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배 상승했습니다. 이런 놀라운 실적에 대한 손정의 회장의 코멘트가 재미있습니다.

“이 결산 숫자는 회계적인 것으로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업가로서 태어나서 이 정도의 숫자에 만족할 생각은 없습니다. 40년 가까이 회사를 경영해서 이 정도라는 것이 대단히 창피하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입니다.”

그러면서 소프트뱅크는 어떤 회사인가에 대해서 설명을 시작합니다. 많은 이들이 소프트뱅크는 투자회사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소프트뱅크는 투자회사가 아니고 제조업 회사라고 합니다.

이게 무슨 얘기인지 어리둥절해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소프트뱅크는 정보혁명 거위를 통해 황금알을 낳는 (만드는) 제조회사라는 것입니다.

첫 번째 황금알은 미국의 야후 투자였고, 이후 뜸하다가 2014년 알리바바의 미국 상장으로 다시 황금알 제조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황금알 제조에 뛰어들기 위해 2016년말 비전펀드를 만들었고 그 결실이 이제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사람들은 비전펀드를 비판했지만 자신은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그 결실이 지난 2~3년사이에 나오기 시작해 신규상장사(IPO)가 15곳이 나왔다고 합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투자사는 모두 131사입니다. 펀드1에서 92사, 펀드2에서 39사입니다. 말도 많았던 펀드2에서도 벌써 많이 투자했네요.

비전펀드의 분기별 손익입니다. 위워크 때문에 분기에 10조원 넘는 손실을 냈다가 엄청난 반전이 이뤄졌습니다.

이런 반전은 물론 최근 전세계적인 초강세 증시 덕분입니다. 그 중에서도 지난 12월에 상장한 미국의 배민, 도어대시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2018년 도어대시에 미쳤다는 얘기를 들으며 7천억원 넘게 베팅했습니다. 그 과감한 투자가 불과 2년여만에 9조원 가까운 수익으로 돌아왔습니다. 13.2배의 엑싯입니다.

그 말이 많았던 우버 투자도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약 8조원을 투자해서 지금 지분 가치는 12조원대입니다. 1.5배입니다.

펀드 투자액중 아직도 상장이 안된 투자액이 펀드1의 경우 87%입니다. 이 중 실패로 끝날 투자도 있겠지만 아직 황금알을 더 낳을 가능성은 많이 있습니다.

비전펀드 1호 1.1조엔 투자액이 지금 시가로 3조엔이 됐는데 그중 도어대시와 우버의 비중이 가장 큽니다.

손회장은 지금도 비전펀드 2로 열심히 투자하고 있다고 소개합니다. 비전펀드2로 벌써 28개 기업에 투자를 했고 파이프라인에 있는 기업들도 A사~K사까지 11개사를 작업중일 정도로 투자활동이 활발하다고 합니다. 특히 코로나 이전에는 2주에 한번씩은 해외출장을 다니며 기업들을 만났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 대신 매일 자정까지 줌미팅을 잡아서 하고 있어서 효율은 휠씬 좋아졌고 투자팀이 예전보다 더 많은 팀을 파이프라인에 두고 만나고 있다고 자랑합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합니다. 황금알을 만드는 터보차지 전략을 쓴다는 겁니다.

소프트뱅크의 더 큰 비전, 더 큰 자금, 소프트뱅크 그룹의 시너지를 통해서 황금알을 만드는 것을 가속화하겠다는 얘기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기술, 비즈니스모델, 창업가, 시장, 경쟁회사를 분석하고, 투자회사로서 분야별 전문 팀을 두고 인센티브 시스템 등으로 동기부여를 강화하며, 투자면에서는 자금조달, 투자계약, (소뱅그룹과의) 시너지창출, IPO서포트 등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소프트뱅크 라틴펀드까지 해서 총 164개사를 투자했는데 여기서 황금알을 지속적으로 제조하겠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서 약간 농담조로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행진곡에 맞춰 황금알이 하나씩 나오는 모습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줍니다. 무척 기분이 좋아보입니다. ^^

어쨌든 인류는 불, 농업, 자동차, 전기, 인터넷의 순서로 기술을 진보를 이뤘는데 이제는 AI의 차례고, 자신은 AI혁명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합니다.

마지막에 “AI는 인류가 창조한 최대의 진화다”라며 한 시간이 넘는 프리젠테이션을 끝냅니다.

소프트뱅크가 황금알을 낳는 제조업 회사라는 그의 비유는 사실 그렇게 황당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엄청난 자금과 혁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될성부른 창업자를 찾아서 될 때까지 밀어준다면 도어대시 같은 초특급 황금알이 나올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위워크 같은 실패사례도 나오겠죠.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 한다면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했을 겁니다. 모두가 망할 것이라고 했던 쿠팡에 3.3조원을 투자했던 손정의 회장은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을 통해 또 한번 황금알을 만들어낼 것 같습니다. 손회장은 실리콘밸리에도 없던 초대형 스케일의 거대 투자회사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Written by estima7

2021년 2월 15일 at 11:40 pm

전세계는 음식배달 서비스 경쟁중

with one comment

우버가 5월10일 IPO를 앞두고 전세계에서 상당한 경쟁에 직면하고 있어 상당히 오래동안 흑자전환이 힘들 것 같다는 WSJ기사를 읽었다.

사람들이 아마존과 우버의 비교를 많이 하는데 설립후 8~10년차를 비교해 봤는데 매출은 우버가 아마존보다 높지만 적자규모에서 아마존과 우버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10년차일때 우버는 3조원정도의 적자였고 아마존은 그래도 7천억원정도의 흑자를 내는 상태였다.

또 하나 흥미롭게 본 것은 우버가 직면하고 있는 경쟁상황이다. 승차공유서비스와 음식배달 서비스에서 전세계에서 치열한 경쟁중이다.

위는 우버의 S-1에 나오는 그래픽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마켓리더이며 중국은 디디추싱, 동남아는 그랩, 러시아는 얀덱스의 주요주주다. 그 지역에서 철수하면서 우버를 경쟁사에 매각하고 지분을 받은 덕분이다. 중동에서는 지난 3월말 카림을 3.5조원에 인수했다.

그런데 우버의 가장 수익성이 높은 지역인 라틴아메리카에서 중국의 디디추싱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한다. 우버 자신이 디디추싱 지분의 약 15%정도를 보유한 큰 주주이기도 하고, 우버의 대주주인 소프트뱅크가 디디의 가장 큰 투자자중 하나이기도 한 복잡한 관계인데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두 회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음식배달시장에서는 도어대시라는 스타트업과 치열한 경쟁중이다. 역시 아이러니하게 도어대시의 큰 투자자중 하나가 소프트뱅크다. 도어대시가 부상할 때 우버는 인수를 검토했다. 당시 1.5B의 기업가치였는데 우버는 결국 인수하지 않았다. 지금 도어대시는 7B의 기업가치로 올라갔으며 미국 음식배달시장에서 1위로 올라섰다. 이런 경쟁 때문에 우버이츠는 원래 30%까지 받는 수수료를 낮춰 받고 있다고 한다.

급성장하는 인도 음식배달시장에서는 Swiggy와 Zomato의 도전을 받고 있다. 두 회사는 누적해서 거의 2조원을 투자받았다. Zomato는 지난 12월에 “No cooking December”라는 프로모션을 진행할 정도로 공격적이다. 이때 모든 고객에게 50% 할인을 제공했다.

위 동영상은 50% 할인을 제공한다는 Zomato 광고다.

또 바로 얼마전 소프트뱅크는 콜럼비아의 Rappi라는 음식배달 스타트업에 1B, 1조원을 투자했다. 2015년 설립된 이 스타트업은 와이컴비네이터를 거쳐 세콰이어캐피탈, 앤드리슨호로비츠 등 미국의 명문VC들에게 투자받으며 라틴아메리카에서 급성장중이다. Rappi는 이번에 콜럼비아의 첫 유니콘 스타트업이 됐다. 우버이츠로서는 라틴아메리카에서도 버거운 경쟁상대가 생긴 셈이다.

Cornershop

이 밖에 칠레에는 신선식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인스타카트 같은 코너숍이란 회사가 있는데 월마트가 지난해 9월 약 2천6백억원에 인수했다.

또 음식부터 뭐든지 24시간, 20분내에 신속하게 배달해 준다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Glovo도 최근에 약 2천억원을 투자받았다. 이 회사는 유럽은 물론 라틴아메리카까지 공략중이다.

모바일앱을 통한 음식배달이나 신선식품 배송이 극단적일 정도로 잘 되어 있어서 지나칠 정도로 편리하게 되어 있는 것은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제법 있다. 나도 한국인은 배달의 민족이니까… 스마트폰을 통한 음식배달은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일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제는 스타트업관련 이런 해외 테크뉴스를 접하고 조금만 조사해 보면 해외도 이런 트렌드는 마찬가지거나 오히려 더하다는 느낌이다.

손안의 수퍼컴퓨터, 스마트폰이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한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실시간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즉각 파악해서 전달할 수 있고, 바로 그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 보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벌기 원하는 사람들을 플랫폼에 연결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변화는 이 모든 사람들의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기회를 본 소프트뱅크같은 글로벌 자본가가 아낌없이 돈을 대준다. 그리고 이런 우버, 디디추싱 그리고 각국의 급성장 스타트업들은 자국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빠르게 주변국가로 성장해 나간다.

이런 빠른 변화속에서 오히려 우리 스타트업은 너무 지나치게 협소한 한국시장에만 안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정도다. 다른 나라의 스타트업보다 새로운 시도를 일찍 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작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리 작지는 않은 애매한 시장크기에 안주해서 해외진출이 너무 느린 편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쨌든 이런 변화를 타고 전세계 곳곳,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유니콘이 나오는 시대다. 이제는 더이상 이런 혁신 IT스타트업을 실리콘밸리에서 독점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각 시장의 상황에 맞춰 성장하는 그랩, 고젝, 올라 같은 로컬 강자들이 나와서 유니콘으로 쑥쑥 성장하고 있다. 우리도 세계적으로 확장하는 이런 신흥 유니콘기업들을 더 많이 키워낼 수 있었는데 규제라든지, 변화에 대한 지나친 우려 등으로 이런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봤다.

Written by estima7

2019년 5월 5일 at 9:38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