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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vs. 짐 아코스타 기자
지난주 문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있었던 경기방송 김예령 기자의 질문에 대해 참으로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나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질문을 받는 입장에서 보면 날서있고 공격적인 질문을 받으면 나라도 기분이 좋지는 않다. 하지만 대통령이란 그런 어려운, 불편한, 질문을 받고 대답해야 하는 자리가 아닐까.
그리고 이런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태도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면 나는 항상 트럼프대통령 기자회견에서의 CNN 짐 아코스타 기자의 모습을 떠올린다. 아코스타기자는 나로서는 정말 어떻게 일개 기자가 일국의 대통령에게 저렇게까지 할 수가 있을까하고 상상하기 정도의 어려운 설전을 트럼프대통령과 벌였다.
영어라서 알아듣기는 힘들지만 그 설전의 모습을 직접 봐야 이해가 간다. 아래는 지난 2018년 11월초에 엄청나게 이슈가 된 트럼프의 기자회견 모습이다.
이민자행렬인 캐러밴 문제를 집요하게 질문하는 CNN 아코스타 기자에게 트럼프가 “그만 마이크를 내려놓고 앉아라”라고 얘기한다. 아코스타는 듣지 않는다. 트럼트는 분을 삭이지 못하다가 “너는 건방지고 형편없는 사람이다. 창피한줄 알아라”등의 악담을 퍼붓는다. 기자가 질문 하나를 던지고 바로 앉아서 대통령의 답변을 얌전히 듣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에게 험한 소리를 들으면서도 계속 마이크를 붙들고 대통령과 대화를 이어나간다. 백악관의 여성 인턴이 마이크를 달라고 하는데도 거부하는 상황이 문제가 됐었다.
흥미롭게도 다음 질문을 하는 NBC의 피터 알렉산더 기자가 “짐과 같이 출장다녀봤는데 그는 아주 부지런한 기자다”라고 아코스타기자를 동료로서 감싸자 대통령은 피터 알렉산더에게 “나는 너도 별로 안좋아한다”고 쏘아 붙인다.
이 파문이후 백악관은 짐 아코스타 기자의 백악관 출입을 정지시켰다. 그런데 얼마 안가서 법원명령으로 다시 복구됐다. 법원은 아코스타기자의 출입을 금지시킨 백악관의 결정이 정당한 절차를 밟을 기자의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사실 내가 아코스타기자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16년 1월이다. 2년전이다. 트럼프가 대통령당선자가 되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트럼프에게 질문기회를 얻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그 맨 앞에 아코스타 기자가 있다.
아코스타 기자는 미친듯이 소리지른다. “대통령 당선인님, 당신이 우리 회사를 공격하고 있으니 제게 꼭 질문 기회를 주십시오.” 트럼프는 계속 외면하면서 “너에게 질문 기회를 안줄거야, 너희는 가짜뉴스야”라고 반복해서 외친다.
대통령이 무례하게 굴지 말라고 계속 주의를 주는데도 아코스타기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끈질기게 외친다. 자기에게 질문 기회를 달라고.
나는 너무나 공격적인 CNN기자의 모습에, 또 너무나 언짢아 하는 트럼프의 모습에서 CNN이 백악관출입기자를 바꾸겠거니 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CNN 백악관 출입기자다.
저런 모습이 좋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저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하여간 천조국 기자회견에서는 저런 모습도 보인다는 것을 언급하고 싶었다.
이번 기자회견에 관한 글 중에서는 한겨레신문 권태호 출판국장의 글이 아주 공감이 가서 여기에서도 소개하고 싶다. 일독해 보시길 추천한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제 1차 회의 후기
중요한 국가행사에 참석해서 이런 후기를 남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나를 위한 기록의 차원에서 간단히 메모. 오늘은 4차산업혁명위원회 제 1차 회의에 참석했다. 20명의 민간위원중 한 명으로 임명된 나는 지난 9월25일의 현판식에는 일본출장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오늘 회의는 청와대에서 하지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 상암동의 에스플렉스센터에서 했다. 이런 곳이 있는지 몰랐는데 지난해 완공된 IT-미디어센터로 서울시와 서울산업진흥원이 운영한다. 이 건물에는 TBS가 있는데 2층의 방송용 홀에서 행사가 열렸다. 청와대내부에서 하는 것보다는 외부에서 하는 행사가 보안검색 등이 간결해서 부담이 덜하다. (들어갈때 랩탑을 꺼내서 맡기지 않아도 되서 좋다.)
2시행사인데 나는 1시20분쯤 도착해 간단한 보안검색대를 통과한뒤 다른 민간위원들과 장관님들, 그리고 청와대분들과 인사하고 대화를 나눴다. 행사장 밖의 작은 복도에 차와 다과를 마련해 두고 서서 편하게 담소를 나누는 분위기였다. 지난 4년간 스타트업 관련해 많은 행사에 참가해서 그런지 의외로 아는 분들이 많아서 기분좋게 인사를 나눴다.
문대통령은 1시50분쯤 도착했다. 우선 민간위원들과 악수를 나눈뒤 서울산업진흥원 주형철대표의 안내로 인공지능 대화기능이 내장된 뽀로로 캐릭터로봇 뽀로롯과 대화를 나눴다. 뽀로로는 아이코닉스 등과 함께 서울산업진흥원이 투자해 성공시킨 캐릭터다.
그리고 회의가 시작됐다. 민간위원 20명, 정부측 당연직 6명(과기정통부 장관, 산업부장관, 고용부장관, 벤처부장관(차관대참), 청와대 정책실장, 과기보좌관) 그리고 대통령까지 27명이나 앉은 정말 큰 둥근 테이블이 준비됐다.
예전 박대통령행사때는 일단 행사가 시작되면 휴대폰을 쓸 수 없도록 전파를 막았던 것으로 기억했는데 오늘 행사에서는 신기하게 전화를 그대로 쓸 수 있었다. 심지어 사진을 찍어도 될 것 같았다. 처음에는 눈치를 보면서 가만히 있다가 나중에는 LG V30 스마트폰을 들어서 사진을 몇장 찍기 시작했다. 여기 올린 사진들은 모두 내가 직접 찍은 것들이다.
첫 발표는 유방암 등 질환을 조기 검진하는 인공지능시스템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인 루닛의 백승욱대표의 4차산업혁명 현황에 대한 발표. 백대표는 대한민국정부가 한국의 인재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여러가지 자유로운 시도를 하는 창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고, 또 R&D 연구를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원하고, 인공지능의 원료인 데이터가 풍부하게 흘러다닐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다음은 과기정통부 유영민장관의 4차산업혁명에 대한 설명.
그리고 문재인대통령의 연설이 이어졌다. “혁신 창업 생태계를 만들겠다.”, “규제샌드박스를 만들겠다” 등이 특히 내 귀에 남았다.
이어서 2시반부터 장병규위원장이 진행하는 토론이 이어졌다. 발언자 한명 한명 발언 내용을 미리 받아서 조율하고 리허설까지 했던 지난 정권의 행사와는 달리 이번에는 사전 준비가 없었다. 장위원장은 “소신껏 이야기해달라”고 미리 이메일로 주문했다.
하지만 민간위원이 20명이나 되는데 주어진 시간은 약 40여분. 나는 미리 생각해간 내용을 발언하면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이 됐다는 내 페이스북 포스트에 좋아요가 1500여개 달렸을 정도로 기대가 크다”고 세간의 기대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음은 발언 내용을 다시 기억을 더듬어서 메모한 것.
“사람중심의 4차산업혁명을 이야기하십니다. 그런데 많은 국민들이 인공지능기술이 발전되면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 아니냐고 걱정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아까 대통령님이 뽀로로와 대화를 하셨는데요. 이런 인공지능 인형, 강아지가 외로운 노인들의 벗이 된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일본의 소니는 강아지형 인공지능 로봇 아이보를 12년만에 다시 개발해 내년초에 내놓는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런 인공지능 강아지로봇이 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뭔가 문제가 생기면 자식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또 미국 산호세의 4천명이 사는 한 중산층 은퇴자 커뮤니티에서는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이 노인들을 위한 무료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운전이 어려운 노인들을 위한 발 역할을 하면서 자율주행기술도 테스트한다는 것입니다. 커뮤니티 자체가 규제프리존이 된 것입니다. 이처럼 뭐든지 많이 빨리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환경을 우리나라에서도 만들어 줬으면 합니다.”
장병규위원장은 특유의 화법으로 진행을 아주 잘했다. 발언을 하고 싶어하는 위원을 지명해서 이야기를 듣고 그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고 대통령께 전달하면서 효과적으로 잘 진행해서 신기하게 느꼈다. 나중에 끝나고 나서 의외로 잘하시더라고 하니 “생각이 다른 투자자들을 모신 이사회를 오래 진행하다보면 내공이 쌓입니다. 그래도 처음에는 많이 긴장했네요”라고 하신다. ^^
3시15분쯤 되서 장위원장이 회의를 마무리하려고 하자 문대통령은 “시간이 더 있습니다. 말씀 못한 위원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습니다”라고 하셔서 한 10분정도 더 발언이 이어졌다.
추가로 산업부, 고용부, 과기비서관의 발언을 듣고 대통령 말씀으로 마무리. 장위원장은 “사람중심의 4차산업혁명”, “민관팀플레이가 중요하다”라고 정리했다. 그리고 사진 촬영을 하고 행사는 끝났다.
대통령직속이라고 하지만 워낙 큰 위원회다. 뭔가 직접 실행하는 조직이라기 보다는 자문위원회의 성격이다.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열정과 진정성이 넘치는 장병규위원장이 맡아주셨다는데 희망을 걸고 있다. 뭔가 혁신을 위해서 필요한 변화에 대해서 정부쪽에 건의하고 설득한 수 있는 채널역할을 이 위원회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단은 그런 방향으로 변화를 만들어가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볍게 메모 끝.
오바마의 VR체험사진을 보고 느낀 점 몇가지

-그는 자신이 직접 출연하고 나레이터 역할까지 한 내셔널파크VR동영상을 보고 있다.






대통령의 밤 시간
Obama after dark이라는 NYT기사를 인상적으로 읽었다. 내가 항상 궁금하게 여기는 것은 대통령이나 큰 기업의 CEO같은 리더들이 자신의 시간, 특히 밤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이다.
최근 몇년간 대통령, 장관, 한국 주요 대기업의 CEO 등 높으신 분들을 지근거리에서 뵐 기회가 여러번 있었다. 이들의 일정이 얼마나 바쁜지를 목도하면서 나와 똑같이 하루 24시간밖에 없는 이 높은 분들이 어떻게 시간을 관리하고 엄청난 정보를 흡수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궁금했다.

백악관 트리티룸에서 국민들에게 온 편지를 읽는 오바마. 사진 : 피트 수자.
하물며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위치에 있는 리더인 오바마대통령의 경우는 어떨까. 이 NYT기사가 오바마의 밤 시간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도록 해줬다.
-오바마는 매일 저녁 6시30분에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한다.
-7시15분쯤 게임룸에서 요리사와 함께 당구게임을 한다.
-그런 다음 그는 Treaty room이라는 자신의 서재로 간다.
-그는 여기서 보통 4시간에서 5시간정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진다.
-많은 경우 그는 이 시간에 자신의 연설문을 가다듬는다. 정말 중요한 연설문을 쓸 경우에는 연설문작성 비서를 불러서 같이 작업한다.
-행정부 각 부서에서 온 데일리브리핑 문서를 읽는다.
-그에게 온 국민들의 편지중 비서가 골라준 10개의 편지를 읽는다.
-중요한 스포츠경기가 있을 때는 ESPN을 본다. 경기내용 관련해서 스탭들에게 장난스러운 이메일을 보내곤 한다.
-소설을 읽기도 하고 NYT, 워싱턴포스트, WSJ 등을 아이패드로 읽는다.
-밤에는 물만 마신다. 커피나 알콜은 마시지 않는다. 간식으로는 아몬드 7알을 먹는다.
-부부가 케이블 드라마를 같이 보기도 한다. 그는 보드웍 엠파이어, 게임오브쓰론스, 브레이킹 배드의 팬이다.
-금요일밤은 무비나잇이다. 백악관에 있는 40명 좌석이 갖춰진 스크리닝룸에서 최신 개봉영화를 가족이 같이 보기도 한다.
바쁜 리더일수록 이렇게 뭔가 생각을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바마는 조용한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고 잘 사용하는 것 같다. 특히 그 시간을 연설문 작성에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대통령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임무중 하나는 효과적인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나가는 메시지를 본인이 직접 생각하고 작성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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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리 박대통령은 밤시간을 어떻게 보내시는지 정말 궁금하다. 나는 대통령이 너무 딱딱하게 지내는 것보다는 오바마처럼 TV, 영화도 시청하고, 가족, 친지들과 편하게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여유가 있어야 생각도 할 수 있고 좋은 아이디어도 떠오른다.
위 사진 출처 SBS [비디오머그] 이원종 “가장 슬픈 분이 대통령”…’세월호 보도통제’ 공방
그런데 “대통령이 공식 일정이 없을 때 주로 관저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업무를 보시냐”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대해서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이 “휴식이라는 말씀에 동의할 수 없고 대통령께서는 제가 보기에 주무시는 시간을 제외하고 100% 일을 하고 있고 그 분 마음속에 오직 대한민국의 발전과 국민 외에는 없다”고 대답한 것을 보고 실망했다. 나라 걱정 그만하시고 좀 한국드라마도 보고, 편하게 소설책도 읽고, 조카의 재롱도 보고, 친구들을 불러서 수다도 떨고 그랬으면 좋겠다. 여유가 있어야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나오고 국가경영도 잘 된다.
그리고 그런 대통령의 잉여롭고 여유로운 모습을 언론을 통해서 살짝 공개해주면 좋겠다. 대통령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느낄 때 국민들은 더욱더 대통령을 공감하고 지지하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