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Tagged ‘뉴욕타임즈’
감탄스러운 데이터저널리즘-NYT The Upshot
뉴욕타임즈가 지난 3월 Upshot이란 이름의 데이터저널리즘을 전문으로 하는 블로그를 시작했었다. 네이트 실버가 NYT에서 선거 및 정치분석웹사이트로서 운영하던 FiveThirtyEight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블로그라고 했다.
3명의 그래픽저널리스트를 포함한 15명의 인원으로 출범한 이 신문사내의 작은 벤처는 데이터를 이용해 정치, 정책, 경제뉴스를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보여준다는 것이 목표다.
그런가 했는데 오랜만에 NYT를 종이지면으로 보다가 이렇게 큰 그래픽 기사를 만났다. “불황이 미국경제를 어떻게 변모시켰나”(How the Recession Reshaped the Economy)가 큰 제목이었다.
지난 10년간의 미국경제를 각 산업별로 워낙 세밀하게 분석한 귀중한 기사같아서 온라인에서는 어떻게 만들었나 보고 싶었다. 그래서 집에 와서 다시 NYT.com을 통해 그 기사를 찾아보았다. 알고 보니 The Upshot에서 만든 그래픽기사였다.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고 정말 감탄했다.
How the Recession Reshaped the Economy, in 255 Charts 바로 가기
첫 페이지다. 255개의 산업별로 2008년의 리먼쇼크가 있기를 전후해서의 트랜드를 보여준다. 하나하나 스크롤해가면서 자세히 볼만한 가치가 있다.
디지털혁명부분에서는 인터넷쇼핑, 인터넷퍼블리싱, 서치 등은 큰 성장을 보였는데 서점, 신문사 등은 급속하게 가라앉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쨌든 The Upshot의 멋진 데이터저널리즘에 감탄해서 메모삼아 블로그에 남겨놓는다. 종이지면보다 온라인버전을 만드는데 휠씬 큰 정성을 기울인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월스트리트의 내부고발자
3월 14일자 뉴욕타임즈에 월스트리트와 미국언론을 뒤흔든 화제의 칼럼 하나가 실렸다. 골드만삭스를 오늘을 마지막으로 떠나는 그레그 스미스란 런던주재 Executive Director의 “Why I Am Leaving Goldman Sachs” 뉴욕타임즈의 오피니언란을 멋진 삽화와 함께 가득채운 비중있는 칼럼이었다. 뉴욕타임즈가 작정하고 실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아니나 다를까 오늘 저녁 미국의 메이저뉴스들이 일제히 비중있게 다룰 정도로 큰 파장을 불러왔다. 안그래도 탐욕스러운 월스트리트를 한 내부고발자가 거세게 비판한 것이니까.
NBC Nightly News는 톱뉴스로 다뤘고, ABC월드뉴스도 주요기사로 리포트했다.
스탠포드를 졸업하고 골드만삭스에서 12년동안 일했다는 그는 골드만삭스가 초심을 잃고 지금은 Toxic and destructive한 문화로 단지 탐욕을 위해 고객의 등골을 빼먹는 회사로 전락했다고 작심하고 고발을 한다.
그는 칼럼이 실리는 날, 그의 보스에게 아침 6시40분에 사직의사를 담은 이메일을 보내서 사직한다. 그러면서 NYT에 폭탄을 터뜨린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주가는 이날 3.4% 하락했다.
Update: 15일 NYT의 후속기사를 보니 그레그 스미스는 골드만삭스의 중간간부급으로 그다지 높은 직위는 아니었다. 골드만삭스의 직원은 3만3천3백명인데 그는 1만2천명중 한명인 Executive Director였다. 미국에서는 흔하디 흔한 Vice president급이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부사장이라 느낌이 좀 다르지만) 비교적 고위직이라고 할 수 있는 Managing Director는 2천5백명이라고. 그래도 그레그의 작년 수입은 50만불(한화로 거의 6억원에 육박)에 달했다고 하니 월스트리트사람들이 정말 많이 벌기는 번다.
그는 확실히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는 회사의 가치시스템(Value system)에 대해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무엇보다도 “돈을 버는 것만이 최고”라는 탐욕 말이다. 아래 부분에서 그런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To put the problem in the simplest terms, the interests of the client continue to be sidelined in the way the firm operates and thinks about making money. (문제를 간단한 용어로 정리해보면 고객의 이익은 계속해서 뒷전이고 회사는 돈을 버는 것만을 생각하고 그렇게 운영된다.)
It makes me ill how callously people talk about ripping their clients off. Over the last 12 months I have seen five different managing directors refer to their own clients as “muppets,” sometimes over internal e-mail. (얼마나 사람들이 고객들을 벗겨먹는 것에 대해 무신경하게 이야기하는지를 보면 내 마음이 아프다. 지난 12개월동안 나는 5명의 각기 다른 매니징디렉터들이 자신의 고객을 ‘머핏'(꼭두각시인형)이라고, 심지어는 내부이메일에서까지, 그렇게 부르는 것을 들었다.)
These days, the most common question I get from junior analysts about derivatives is, “How much money did we make off the client?” It bothers me every time I hear it, because it is a clear reflection of what they are observing from their leaders about the way they should behave. (요즘 주니어애널리스트로부터 파생상품에 대해 가장 흔히 받는 질문은 “클라이언트로부터 우리가 얼마나 벌었나요?”라는 것이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불편하다. 왜냐하면 이것은 명백히 그들이 회사의 리더들로부터 그들이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를 배운 것이 반영된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가치관이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괴롭다. 부도덕성이나 불법 등 명백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도 그렇다.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데 있어서 개인이 생각하는 방법과 회사가 추구하는 방법이 다를 때 나오는 괴리다. 나는 장기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 당장은 성과를 내지 못할 인프라에 투자를 하자고 주장하는데, 회사 경영진은 반대로 당장의 성과와 이익이 중요하다며 눈에 보이는 부분에만 투자를 하자고 하면 그것도 가치관의 차이다. 회사경영진과 자신의 의견차이가 이런 식으로 계속 쌓이면 정말 괴로워지고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어진다.
그 회사의 가치시스템은 리더들의 행동에서 나오며 회사의 문화가 된다. 리더들이 탐욕스럽게 돈만을 추구하는 것이 오늘날의 월스트리트의 모습인지도 모르며 그것이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사태를 부르고 전세계의 금융시스템을 혼란에 빠뜨렸다. 그런데 그레그 스미스의 글에 따르면 아직도 월스트리트는 반성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내부고발자(Whistleblower)의 글을 받아서 멋지게 실어준 뉴욕타임즈도 대단하다.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파워풀한 집단인 골드만삭스에 대해서 이렇게 직격탄을 날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텐데. 오늘 골드만삭스는 “한 불만이 있는 직원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Damage control에 나섰다.
친정에 칼을 꽃은 그레그 스미스는 금전적으로는 많은 것을 희상하게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즈는 보도했다. 골드만삭스가 그에게 소송을 걸수있고 스톡옵션페이를 거부할 수 있다. 그는 더이상 월스트리트에서 일할 수 없게 될수도 있다. 그래도 워낙 똑똑한 사람이니 잘 알아서 헤쳐나갈 것으로 생각하지만.
예전에 트위터와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됐던 LG전자를 떠나며 CEO에게 남긴 글이 생각난다. 그때 이 글이 온라인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키며 공감을 얻었지만 온라인미디어를 제외한 기존 언론에서는 그다지 크게 다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 언론에서도 이런 용기있는 내부고발자들의 글을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족: 누가 유대인들이 지배하는 월스트리트 아니랄까봐 위 골드만삭스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도 그렇고 고발칼럼을 쓴 그레그 스미스도 유대인인듯 싶다.ㅎㅎ (칼럼내용중 이스라엘에서 열린 소위 Jewish Olympic 탁구대회에서 동메달을 땄다는 언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