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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1인치 자막의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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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즐겨보는 CBS This Morning에서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 다음날 방영한 내용. 여기서 호스트인 게일 킹이 한 말을 소개.

게일 킹은 오른쪽에 노란 옷을 입고 있는 흑인 여성. 아주 경험이 많은 방송인이자 저널리스트다. 나이는 65세. 기생충의 수상을 전하는 리포터의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덧붙인다.

“패러사이트(기생충) 영화 이야기를 조금 하고 싶다. 영화를 봤다. 그런데 사실 보는 것을 좀 망설였다. 자막(Subtitle)이 있는 영화를 보는 것을 사실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가 너무 좋았다. 내가 자막을 읽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였다!”

그러면서 옆의 진행자에게 말한다. “그렇지 않나? It was so good you forget what you’re reading!”

위 동영상 3분 18초 지점에서 그런 얘기가 나온다.

미국에 5년간 살면서 정말 그렇다는 것을 실감했다. 미국인들은 자막을 읽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워낙 영어로 된 좋은 콘텐츠가 넘치기 때문에 굳이 비영어권 콘텐츠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등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오타쿠들도 있지만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보통 미국 사람들은 극장에서 자막이 나오는 영화를 본 경험이 거의 없을 것이다.

심지어 서점에 가서도 그런 생각을 한 일이 있다. 미국의 서점에서는 번역서를 보기가 쉽지 않다. 한국의 서점에는 서구와 일본, 중국책의 번역서들이 넘쳐난다. 한국인 저자가 쓴 책보다 번역서가 휠씬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미국서점에서는 비영어권 작가가 쓴 베스트셀러는 거의 본 일이 없다. 번역자의 이름이 같이 나온 책을 본 기억이 없다.

이런 분위기에서 그동안 오스카상이 영미 영화중심으로 운영된 것이 이해가 안가는 바가 아니다. 일단 미국인들은 자신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나오는 영화를 보는 것 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기생충이 오스카상 4개부문, 그것도 외국어영화상(이제는 국제영화상으로 이름을 바꿨다)뿐만 아니라 작품상까지 거머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이런 놀라운 일이 일어난 것은 기생충이 워낙 뛰어난 작품이기 때문에 그렇기는 하지만 나는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사이트의 영향도 크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미국에서 한국영화의 인지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6년 1월 넷플릭스가 전세계 130개 국가로 서비스확장을 시작하면서 전세계 각국의 글로벌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영어로 더빙을 제공하는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막을 통해서 봐야했다. 나는 넷플릭스가 미국인들의 자막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프랑스의 영어방송인 France 24에서도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에 대해 “”Streaming services made Americans like subtitles”(스트리밍 서비스가 미국인들이 자막을 좋아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예전에 미국인들은 자막이 있는 영화를 보지 않는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스트리밍서비스 덕분에 지금 미국인들은 자막이 있는 이탈리아TV시리즈를 보게 됐습니다. 5년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태국, 콜럼비아 같은 곳에서 만든 작품을 다 보게 됐습니다. 1인치의 장벽(자막)이 사라진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속에 봉준호 감독도 골든그로브 시상식에서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더 많은 놀라운 작품들을 즐길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전세계의 경쟁력있는 스토리텔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콘텐츠세계에 언어와 국경의 장벽이 사라지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그것을 증명했다.

Written by estima7

2020년 2월 16일 at 12:05 오전

2019년 테크트렌드를 보여주는 차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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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Recode에서 그 해의 테크업계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그래프나 차트를 연말에 소개한다. 이번에도 기사가 나와서 몇 개의 그래프를 기억해 두고자 내 블로그에도 기록해 둔다.

상장(IPO)후 주가가 폭락한 유니콘이 많았던 해였다. 특히 리프트와 슬랙은 반토막이 났다. 우버도 상장후 29%나 빠졌다. 그렇다고 다 주가가 빠진 것은 아니다. 화상회의 솔루션인 줌은 3.8% 올랐다. 의외인 것은 원격 동영상 피트니스 솔루션인 펠로톤이 20% 상장후 주가가 상승했다는 점이다. 사실 가장 거품이 아닐까 생각했던 회사다.

이미 다 알고 있듯이 위워크의 상장전 밸류에이션이 47B에서 온갖 스캔들이 터진 후 7.8B까지 하향 조정되고 창업주인 애덤 뉴먼은 쫓겨났다. 위워크의 거품 붕괴는 유니콘 스타트업 관련해 올해 최고의 화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위워크의 거품붕괴와 우버, Wag 등의 손실 처리 때문에 잘 나가던 소프트뱅크가 갑자기 큰 7B 가까운 분기 적자를 냈다. 기본적으로 실질적인 현금흐름에서 오는 흑자가 아니라 투자회사의 평가 이익에서 오는 영업손익이라는 것이 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어쨌든 현재 회계 시스템이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이니 소프트뱅크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소프트뱅크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테크회사들의 힘이 너무 강해지면서 테크와 독점금지에 대한 기사가 늘어나고 있다.

아마존의 파워가 커지면서 미국기업의 연간 보고서(Annual Report)에서 아마존을 위협으로 언급한 경우가 이렇게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영상 스트리밍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큰 격차로 1등. 이 시장에 디즈니와 애플이 참전. 하지만 2020년까지는 넷플릭스의 독주가 계속될 것 같다. 디즈니와 애플은 당분간 콘텐츠에 계속 투자해야 할 듯.

사람들이 모바일 인터넷에 중독되는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미국에서 테크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지만 그 과실은 샌프란시스코, 산호세, 시애틀, 샌디에이고, 보스턴만 가지고 가고 있다는 그래프.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국 바이트댄스의 틱톡앱이 미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그래프. 내년에도 이 인기가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Written by estima7

2019년 12월 20일 at 10:56 오후

거품이 터질 때 주의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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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거품이 걷히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미국의 벤처 투자금액은 지난해 1309억 달러, 약 150조원이 넘을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기업 가치가 1조 2000억원이 넘는 비상장 회사를 뜻하는 유니콘 스타트업도 전 세계에서 거의 400개, 미국에서만 200개 정도가 나왔다. 닷컴 거품이 최고조였던 2000년을 능가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거품 붕괴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출처 : NYT

우선 전 세계에서 공유 오피스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위워크가 논란의 주인공이다. 애덤 뉴먼이 2010년 뉴욕에서 창업한 위워크는 소프트뱅크가 투자하면서 기업 가치가 47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한국에 오면 시가총액이 SK하이닉스와 맞먹는 엄청난 기업 가치다. 그런데 창업자 애덤 뉴먼의 방만한 경영과 조 단위 적자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결국 애덤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위워크는 일단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위워크의 기업 가치는 3분의1로 떨어졌다. 이미 상장에 성공한 우버나 리프트, 슬랙 같은 유니콘 스타트업들의 주가도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거기다가 최근 제조업 지수 하락 등 미국 경제의 불황 가능성이 더해지면서 테크 거품 붕괴 가능성이 많은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런 뉴스에 지금부터 19년 전인 2000년 중반을 떠올렸다. 당시 내가 유학으로 실리콘밸리에 인접한 버클리에 갔을 때다. 입학허가서를 받고 갔을 때만 해도 실리콘밸리는 뜨거웠다. 테크 기업에서 쉽게 일자리를 얻고 큰 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가 회자됐다.

UC버클리 하스 경영대학원

그런데 내가 거품이 터졌다고 느낀 첫 징조는 가을에 터졌다. 다음해 섬머인턴 채용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하루 전날 시스코시스템스가 모두 취소했다. 이어서 다른 회사들도 채용 인터뷰를 줄줄이 취소했다. 실리콘밸리의 IT회사에서 섬머인턴 기회를 잡을 기회가 없어졌다.

그리고 펫츠닷컴, 웹밴 등 닷컴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파산하기 시작했다. 신선식품을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집에까지 30분 안에 배달해 준다고 했던 웹밴은 당시 무려 4억 달러 이상을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받았다. 그리고 상장에 성공해 기업 가치가 48억 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요즘의 유니콘이다. 하지만 8억 달러가 넘는 적자를 기록하며 2001년 파산해 버렸다. 한때 3500명에 이르렀던 직원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었다.

9ㆍ11 테러 사건이 일어났을 때의 경제상황은 더 엄중해졌다.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고속도로에는 차가 줄어 교통체증이 별로 없을 정도였다. 친하게 지내던 동네 아저씨 칼은 “실리콘밸리의 오만함이 터져 버렸다. 실리콘밸리는 다시 재기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을 내게 했다. 2002년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벤처기업의 상당수는 사기였다는 생각을 했다.

2002년 당시 이런 봉투를 주고 받으며 넷플릭스에서 DVD를 빌려봤다.

그런데 내가 당시에 전혀 못 본 것이 있었다.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성장하는 회사들이다. 우선 구글이 있었다. 당시 야후 대신 구글로 검색을 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검색만으로 어떻게 돈을 벌지?” 하는 생각에 나를 포함해 구글의 성장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이 없었다. 또 당시 우편으로 DVD 영화를 보내 주는 넷플릭스라는 서비스가 있었다. 유학 시절 무척 편리하게 이용했다. 내가 졸업하던 2002년 5월 이 회사가 나스닥에 상장됐는데 그때는 전혀 몰랐다. 9ㆍ11 테러가 터진 다음달인 2001년 10월에 스티브 잡스가 아이팟을 처음 발표했다. 당시는 테러의 충격이 가라앉지않아서 아이팟이란 제품이 나왔는지 전혀 몰랐다. 한참 지나서야 그때 그런 참신한 제품이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장에 돈이 넘치면 잘나간다는 소문이 난 회사에 유행처럼 돈이 몰리며 거품이 생긴다. 일부 창업자들은 오만함과 허영심에 사로잡힌다. 지나치게 부풀어 오른 거품은 당연히 터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세상은 계속 변화한다. 기술의 진보와 사회의 변화에 맞춰서 새로운 기회를 노리고 도전하는 창업가들은 계속 나온다. 그리고 그런 창업가들이 결국 세상을 또 바꾼다. 내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떠난 암흑기의 실리콘밸리에서 구글, 넷플릭스가 탄생했고, 애플이 다시 재기했고, 모두 수백조의 기업 가치를 가진 공룡이 됐다.

세상의 모든 것은 지나치게 번성하면 기울게 돼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그런 사이클이 또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항상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 성장하는 창업가들이 있다. 거품이 빠지는 과정에서 오히려 옥석이 가려진다. 터지는 거품만을 보고 이면의 진짜 변화와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자. 거품이 터질 때는 오히려 진짜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

2019년 10월 6일 서울신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여담인데 2002년 5월 넷플릭스가 상장할 때 주식을 1천불어치라도 사두고 묻어놨으면 지금 1억원 가까이 됐을 것 같습니다…

Written by estima7

2019년 10월 12일 at 9:43 오후

[강추] 믿을 수 없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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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믿을 수 없는 이야기’ https://www.youtube.com/watch?v=4Prz0DJIz-s

Unbelievable이라는 제목처럼 정말 믿기지 않는 스토리다. 지난 몇 년간 본 넷플릭스 작품중 내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화를 넘기는 것이 약간 어렵지만 이후에는 단번에 끝까지 볼 수 밖에 없다. 무척 평범해 보이는 미국인들이 나와서 다큐멘터리 같은 구성일까 싶었다. 그런데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뛰어나서 바로 몰입하게 됐다. 특히 두 여형사의 연기는 너무 개성이 넘치고 훌륭해서 보면서 브라보를 외치게 된다. (앞으로 상을 많이 받을 것 같음.)

워싱턴주의 한 마을에서 ‘마리’라는 한 소녀가 한밤중 집에 침입한 괴한에게 강간을 당한다. 마리는 일을 당하고 바로 911에 신고했다. 그런데 조사를 받으며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남성 경찰들의 강압적인 수사 태도와 주위의 의심에 위축되어 실제 강간은 없었고 자신이 상상해서 지어낸 것이라고 어이없이 진술해 버리게 된다. 이후 마리가 겪는 주위의 차가운 시선과 냉대, 그로 인한 고통이 담담하게 묘사된다. 너무 불쌍해서 지켜보기 어려울 정도다. (1화를 넘기기 어려운 이유다.)

그런데 몇년뒤 콜로라도 덴버지역에서 강간 사건이 이어서 발생한다. 새벽에 침입한 괴한이 몇시간동안 피해자를 쉼없이 범하고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복면에 장갑을 끼고 일을 마친 후에는 피해자가 샤워를 하게 하는 등 증거를 철저히 없애서 도저히 단서를 잡을 수가 없다.

이 몇 건의 강간 사건에 듀발과 라스무슨이라는 두 명의 여형사가 각각 달라 붙어 치밀한 수사를 벌인다. 일에 대한 프로페셔널한 모습뿐만 아니라 여성피해자의 입장을 공감하며 배려하는 자세에 감탄하게 된다. 각기 다른 관할 경찰서에서 일하는 두 형사가 만나서 힘을 합하고 팀이 혼연일체가 되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이다. 마지막편에서는 거의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 남자로서 피해자인 여성의 입장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실화에 바탕을 둔 작품이라는 것이 놀랍다. 프로퍼블리카의 An Unbelievable Story of Rape라는 퓰리처상을 받은 탐사보도 기사에 기초했다. 이 기사의 한글번역도 있다.

찾아보니 거의 실화 그대로 재현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범인과 여형사 둘의 외모조차 실제와 비슷하다. 45분 내외의 에피소드 8편이다. IMDB 평점 8.6. 시간날 때 한번 보시면 좋을 것 같아서 추천.

Written by estima7

2019년 10월 6일 at 7:53 오후

넷플릭스 아메리칸 팩토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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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에 나와서 워낙 호평인 아메리칸 팩토리를 봤다. 과연 큰 찬사를 받을만한 다큐멘터리라는 생각을 했다.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다. 2008년 GM이 데이톤에서 공장을 폐쇄해 2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후 극심한 후유증을 겪는 이 중부도시에 중국의 유리회사인 후야오 유리공업(福耀玻璃工业)이 들어와서 2016년 약 2천명을 고용하는 자동차용 유리공장을 개설했다.

그래서 다큐멘터리의 도입부분에는 희망이 넘친다. 일자리를 잃고 밑바닥 생활을 하던 평범한 미국인들이 새로 공장에 들어와서 익숙하지 않은 일이지만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한다. 영어는 한마디도 못하지만 회장님 포스가 넘치는 후야오 차오 더왕회장님은 공장 곳곳을 둘러보며 지시한다. 약 2백명의 중국인들이 복건성 후야오본사에서 넘어와서 공장 초기 생산 안정화를 위해 일하며 미국인들과 교류하기 시작한다. 이 중국인들도 대부분 생전 처음 자기 땅을 떠나본 평범한 공장 노동자들이다. 미국인경영진과 주요 라인매니저들은 복건성 후야오 본사에 초대된다. 군말없이 밤낮없이 일하는 중국 공장 노동자들과 가족과 회사가 일체가 된 중국회사의 문화를 보며 놀라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잘해보겠다고 다짐한다.

그런데 세상 일이란 것이 그렇게 생각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작업속도가 느린 미국인노동자들에게 중국인들은 불만을 터뜨린다. 미국인노동자들은 중국인매니저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고 무조건 시킨다고 고개를 젓는다. 또 경영진이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작업장에서 사고가 빈발한다고 한다. 시급 12불도 너무 적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GM공장시절에는 시급 29불을 받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노조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나온다. 한편 공장의 생산성은 본사만큼 오르지 않고 품질 문제도 심각하다. 흑자전환이 생각보다 어려울 것 같다.

이런 갈등속에서 미국인 경영진이 교체되고 중국인CEO가 임명된다. 미국에서 26년을 살았다는 이 CEO는 중국인직원들에게 미국인의 정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미국인들은 어릴 때부터 칭찬을 많이 들으면서 자라서 자신감이 넘친다는 식이다.

어쨌든 갈등은 고조되고 노조설립 주장 피켓을 들고 다니는 노동자들이 나타난다. 그래서 해고 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회사밖에서 UAW, 미국자동차노조와 같이 노조설립 시위를 벌인다. 노조설립 찬반 투표를 앞두고 회사는 노조회피 컨설팅 회사를 고용해 직원들을 모두 면담하도록 하고 노조설립을 만류한다. 시급을 2불 올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노조설립을 위한 찬반투표 날이 밝았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끝까지 보고 나서 감탄한 것은 이런 모든 상황을 참으로 객관적으로 담았다는 점이다. 노동자를 착취하는 중국인 경영자와 그 때문에 고통받는 미국인 중산층으로 흑백구도로 다룰 것 같았는데 끝까지 보면 그렇지 않다. 선동적이지 않다. 그저 중국인 회장님이나 중국인 직원들이나 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담았다. 당대에 10조가 넘는 규모의 기업을 키운 중국인 회장님도 자신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경영자인지 환경파괴자인지 고민하는 모습을 담았다.

나도 예전에 미국 보스턴 라이코스에 가서 미국인 직원들과 부대끼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미국인은 세계최강국의 국민이라 뭔가 다 잘살고 똑똑한 엘리트일 것처럼 느끼기 쉽다. 하지만 만나서 얘기해보면 대부분 우리와 똑같은 보통 사람들이다. 가족을 소중히 여기며 성실하게 일하고 돈을 벌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희노애락의 감정을 가진 사람이다. 다만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인해 서로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 뿐이다. 이 다큐는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아메리칸 팩토리를 보면서 놀란 점은 “어떻게 저런 장면을 찍었을까”였다. 중국인직원이나 미국인노동자들이나 가감없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찌보면 비밀스러운 중국인 CEO와 회장님의 대화나 미국인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거침없는 비난이 날 것 그대로 나온다. 도대체 어떻게 찍었을까 궁금했다.

그 궁금증은 이 다큐를 찍은 스티븐 보그나와 줄리아 라이커트의 오바마 부부와의 대화 동영상을 보고 풀렸다. 버락 오바마와 미셸 오바마의 제작사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스는 첫 제작 배급작품으로 이 작품을 골랐다.

이 대담에서 스티븐 보그나감독은 “처음부터 우리가 들어가서 다 찍을 수 있도록 해줬다”고 말했다. 단순히 회사의 홍보동영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편집권은 우리에게 있다고 했는데도 허용해줬다고 말했다. (아마 잘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처음에는 신이 났어요. 양쪽의 문화가 융합되며 모든게 잘 될 것 같았어요. 모두가 낙관적이었죠. 우리도 현장에 있었어요. 그런데 상황이 어려워지기 시작했죠. 우리도 현장에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상황이 어렵지만 당신들도 이제 우리와 같은 사람이니 여기 계속 같이 있도록 해요’라면서 다 찍을 수 있도록 해줬어요. 사람들은 우리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줄 것이라고 신뢰했고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노력했죠.” (스티븐 보그나)

그래서 이 부부 제작팀은 3년동안 1200시간의 영상을 담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나온 작품은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지 않고 국가간 문화의 차이, 글로벌라이제이션, 자동화로 인한 미래 일자리의 변화 등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내용을 담은 명작이 됐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에 대해서 궁금해서 찾아본 동영상중에 The Hill에서 스티븐 보그나와 줄리아 라이커트를 인터뷰하는 동영상을 흥미롭게 봤다. 이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후야오 아메리카 공장은 지금 어느 정도 안정이 되서 큰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오히려 재미있는 점은 여기 나오는 남성 진행자의 태도다. “어떻게 중국회사가 미국에서!”하는 식으로 차별적인 관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댓글에서 많은 사람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런 사람이 이런 다큐를 만들었으면 완전히 다른 내용이 나왔을 것이란 생각을 해봤다. 어쨌든 강추하는 다큐.

Written by estima7

2019년 9월 7일 at 9:05 오후

스트리밍서비스로 인한 콘텐츠업계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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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닛케이에서 콘텐츠 산업 부활극의 사각지대라는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음반업계가 MP3 등의 부상으로 인해서 완전히 고사 직전까지 몰렸다가 온라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부상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스마트폰의 보급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다시 성장 고민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음반업계는 MP3를 필두로 하는 해적판이 범람하고 CD판매 비즈니스모델이 몰락하면서 극도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다가 2014년 143억불의 매출을 바닥으로 반전해서 2018년까지 34% 상승했다.

음반업계를 구원해준 것은 스포티파이를 위시로 한 뮤직스트리밍서비스였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어디서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면서 이용량이 폭증했다.

동영상 마켓도 마찬가지다. DVD판매가 사라지고 넷플릭스 등의 정액 스트리밍서비스가 자리잡으면서 시장의 비즈니스모델이 바뀌고 있다.

다만 디지털서적의 판매는 줄어들고 있다. 미국출판협회에 따르면 미국 전자서적시장에서의 13년부터 4년간 36% 매출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종이책은 12% 증가했다. 디지털피로가 현실화된 것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지금부터의 문제는 전세계 스마트폰의 출하대수가 정체상태라는 것이다. 이제 더이상 이런 서비스들이 압도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뭔가 새로운 것이 나와서 또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지도 모른다.

20여년전 나는 카세트테이프가 닳도록 같은 음악을 워크맨으로 들었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당시의 나보다 휠씬 다양한 음악을 유튜브나 뮤직스트리밍사이트에서 쉽게 찾아서 듣는다. 그리고 그렇게 듣는 음악은 매번 카운트되서 소액이라도 저작권자에게 돈이 지급된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아도 알고 보면 또 다른 엄청난 기회가 존재한다. 다만 이런 미래의 변화를 이해하고 미리 선점하는 사람에게만 이런 기회가 보이는 것 같다.

Written by estima7

2019년 5월 23일 at 11:59 오후

FYRE: 꿈의 축제에서 악몽의 사기극으로 [넷플릭스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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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YRE 꿈의 축제에서 악몽의 사기극으로’ , 지인의 추천으로 본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2016년 빌리 맥파랜드라는 사업가와 자 룰이라는 유명한 래퍼가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소유했던 바하마의 섬에서 파이어페스티벌이라는 화려한 음악페스티벌을 열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켄달 제너와 수퍼모델들이 이 섬에서 환상적인 시간을 보내는 이미지로 소셜인플루언서들을 써서 큰 화제를 끈 인스타그램 캠페인을 펼친다. 그리고 일일 참가비만 500불에서 1000불 그리고 VIP패키지는 최고 1만2천불에 달하는 티켓 5천장을 다 판매한다.

그런데 악몽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원래 행사를 개최하기로 했던 섬 주인은 그들을 쫓아내고, 다시 찾아서 옮긴 섬에는 5천명을 수용할 충분한 숙박시설이 없다. 행사에 적합하지 않은 애매한 장소에 공연무대와 싸구려 텐트를 서둘러 설치했는데 전기도, 수도시설도 없다. 유명 뮤지션은 안오겠다고 한다. 그런데 행사를 총지휘하는 보스 빌리는 “뭐 어떻게 되겠지”라는 태도다. 꿈속에서 사는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결국 2017년 4월 28일 행사 당일이 됐다. 수천명이 행사장에 도착해서 발견한 것은 거지 같은 텐트와 비에 젖은 매트리스였다.

빌리는 실제 이상으로 과장해서 홍보하는데 능란하고 자신의 능력이 되지 않는데도 팀에게 안되는 일을 계속 주문한다. 투자자에게는 계속 잘되고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일삼아 계속 거액을 투자받는다. 겉보기에는 허우대가 멀쩡한, 열심히 일하는 젊은이처럼 보이고 언론에도 나오고 유명인들과 가까운 것처럼 보이니 많은 사람들이 속는다. 마치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즈가 연상되기도 한다.

어쨌든 소셜미디어가 일반화되고, 모든 사람의 손에 스마트폰이 있는 시대라 그런지 그 과정을 기록한 이런 다큐가 나온 것 같다. 사실 따져보면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비일비재하고 어이없게 속는 사람들은 더 많은 것 같다. “이런 일도 있구나”하고 킬링타임용으로 보기 괜찮은 다큐.

Written by estima7

2019년 5월 4일 at 9: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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