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마의 인터넷이야기 EstimaStory.com

Thoughts on Internet

Posts Tagged ‘기업문화

카카오뱅크의 기업문화

leave a comment »

지난 6월16일에 VC들의 모임인 4차산업혁명 벤처투자협의회에서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님을 모시고 강연을 들었습니다. 그때 많은 인상적인 내용을 듣고 메모했는데 그중 기업문화에 대한 부분을 페이스북에 메모해 뒀습니다. 카뱅의 IPO를 앞두고 그 내용을 블로그에도 옮겨 둡니다.

VC들의 모임에서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님을 모시고 강연을 들었습니다. 카카오뱅크의 성공요인에 대해서 영감을 주는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중에서 제게 가장 흥미로운 얘기는 기업 문화였습니다.

카카오그룹 전체에서 카카오뱅크가 아마도 가장 리버럴한 문화를 가지고 있을 것이란 얘기입니다.그렇게 한 것은 의도적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기존 보수적인 금융업계에서 오신 분들이 많아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런 분들을 품기 위해서는 오히려 가장 리버럴하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답니다.

카카오뱅크는 호칭에서 있어 예전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님’문화와 그냥 영어이름을 부르는 문화에서 고민을 하다가 영어이름을 부르는 문화로 결정을 했다고 합니다. 윤호영 대표의 영어이름은 ‘다니엘’입니다. “호영님”이라고 부르는 것보다 “다니엘”이라고 부르는 것이 당연히 더 어렵습니다. “님”을 붙이는 것으로 하면 “호영대표님”, “다니엘 대표님”하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영어 이름만으로 하자고 하면 그게 안되죠.

가장 어려운 부분은 새로 입사한 분들이 앞에 가는 윤대표를 뒤에서 부르면서 “다니엘”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쉽지는 않지만 2달 정도 되면 이것까지 가능하게 되면서 적응한다고 합니다.

또 카카오뱅크는 대표부터 임원까지 따로 방이 없이 평등한 문화라고 합니다. 그리고 주차공간이 모자라서 주위 빌딩까지 주차 공간을 추가로 빌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추가 주차공간 임대료를 주차하는 직원들이 n분의 1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거기서 윤대표도 일반직원과 똑같이 n분의 1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별도 운전기사도 있는 금융사 대표가 말이죠.)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아무리 그래도 상하관계가 뚜렷하고 보수적인 문화의 금융업계 분들이 카카오뱅크에 와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카카오뱅크의 직원수는 1천명정도 된다고 하고 그중 금융권에서 오신 분들이 30% 정도 된다고 합니다. (개발자는 전체의 40%라고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금융사분들이 왔다가 적응 못하고 퇴사하지 않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윤대표는 이런 대답을 했습니다.

1. 금융권에서 오신 분들의 대부분은 금융권의 보수적인 문화가 싫어서 온 사람들이 많다는 겁니다. “왜 오셨느냐”라고 질문해보면 연봉, 비전 외에 문화가 끌려서 온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괜찮다고 합니다.

2. 카뱅의 공유문화가 강하다고 합니다. 대표부터 법카 사용내용이 다 투명하게 공유된다고 합니다. 일하는 방식, 프로세스 등이 아지트로 다 공유됩니다. 이런 투명한 분위기에서 일하다보면 기업문화, 호칭 등에 처음은 적응을 힘들어하지만 한 2달이면 다 적응하는 것 같다고 합니다.

어쨌든 솔직히 일도 많고 굉장히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이겨내는 힘은 성장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희열이라고 생각한 답니다.

지금 카카오뱅크의 사용자수는 1650만. MAU(월간 사용자수)는 1300만입니다. 주간 UV가 1천만입니다. MAU로 보면 한국 13위의 앱인데 14위가 페북이라고 합니다. 수신이 25조, 여신이 23조입니다.

인상적인 얘기는 본인이 생각하기에 “혁신이냐 아니냐”의 판단은 고객이 내리는 것 같다고 합니다. “고객이 많이 쓰면 혁신이 아닌가”하는 얘기입니다. 결국 조직의 ‘성장’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 아니냐는 말입니다. 공감하면서 들었습니다.

****

강연이 끝나고 다음커뮤니케이션시절 동료이던 윤대표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무엇보다 2015년 처음 인터넷뱅크를 하자는 얘기를 카카오임원회의에서 말했을 때 내부 임원들은 대부분 반대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김범수의장에 “한번 해보라”고 했고 덕분에 1인 TFT로 시작할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금융위에 신청할 때는 4명까지 팀을 키웠답니다. 사내의 반대를 딛고 이렇게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서 오늘에 이르렀기 때문에 윤대표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보통 회사 같았으면 묵살됐을 수도 있는 이런 아이디어를 살려서 6년만에 18조원 가치로 만들어낸 셈입니다. 요즘 카카오의 진격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Written by estima7

2021년 7월 21일 at 8:12 am

경영에 게시됨

Tagged with , ,

샤오미의 경영철학을 다룬 ‘참여감’을 읽고

leave a comment »

Screen Shot 2015-08-14 at 1.27.12 PM

샤오미의 공동창업자인 리완창이 쓴 ‘참여감’이란 책의 번역본을 다 읽었다. (추천사를 써달라고 출판사인 와이즈베리에서 부탁을 받아 미리 읽어본 것이다. 이 책은 8월말에 번역판이 출간될 예정이다.)

Screen Shot 2015-08-14 at 1.35.35 PM

리완창은 샤오미의 경영진 소개페이지에서 레이쥔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다. 그는 레이쥔이 CEO로 있던 소프트웨어회사인 킹소프트에서 2000년부터 일했다. 10여년간 레이쥔과 고락을 같이 한 샤오미의 핵심멤버다. 샤오미 초기에는 MIUI 연구개발을, 나중에는 샤오미닷컴을 총괄 담당했다.

Screen Shot 2015-08-14 at 6.06.07 PM

샤오미의 철학은 고객에게 굴복하거나 고객에게 군림하는 것이 아니고 “고객과 친구가 된다”는 것이다. (그림 출처 : 참여감)

이 책은 사용자의 참여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그 좋은 제품을 (인터넷) 입소문을 통해 널리 퍼지게 한다는 샤오미의 핵심철학에 대해서 쓴 것이다. 샤오미의 성장과정에 있어서 실제로 어떻게 제품개발을 하고, 고객과 소통을 해왔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소개한다. “참여감이라는 ‘태풍’은 돼지도 하늘을 날게 한다”라는 제목의 레이쥔 서문은 이 책이 그의 철학을 그대로 표현해 냈다는 인상을 준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다음과 같다. 이 책에 실린 샤오미의 철학, 전략이 과장이 아니고 실제로 조직내에서 다 그대로 실행하고 있다면 샤오미는 앞으로 무서운 회사로 계속 성장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회사는 실리콘밸리회사 못지 않은 제품중심주의, 사용자중심주의, 그리고 수평한 조직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용자에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참여감을 갖게 하고 ‘친구’로서 끌어들이는 힘은 왠만한 실리콘밸리 회사 이상이다. 게다가 마치 애플처럼 디자인중심문화까지 가졌다.

이 회사는 모바일, 소셜미디어(SNS)시대라는 글로벌트랜드에 딱 맞는 체질을 가진 회사다. 그런 회사가 실리콘밸리가 아닌 중국에서 나왔다는 것이 놀랍다. 삼성, LG는 샤오미를 배워야 하겠지만 이렇게까지 회사를 변화시키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왜냐하면 샤오미는 출발부터가 스타트업이었던 회사고, 레이쥔을 비롯한 경영진이 모바일기술, 소프트웨어기술과 소셜미디어를 뼈속 깊이 이해하고 솔선수범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기존 회사들이 CEO를 비롯한 경영진을 송두리채 바꾸지 않으면 따라하기 힘든 부분이다. DNA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어쨌든 샤오미는 계속 주시해야 할 회사다. IT강국이라고 자부했던 한국에서는 이런 새로운 문화를 지닌 강력한 성장회사가 거의 나오지 못하고 재벌계열기업들만 융성하게 되었다는 점이 좀 아쉽다.

참여감의 마지막 장인 ‘인터넷 체질로의 전환, 폭-편-상이 관건이다’라는 부분에서 인상적인 내용을 몇군데 발췌해서 아래 소개한다. 회사가 제품 라인을 단일화하고 조직 구성을 효율화하면 직원들은 홀가분해진다는 뜻의 제목이다.

***

“조직은 평평하게, 즉 단순하고 효율적인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 인터넷 시대의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적극성과 창의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층층이 이루어진 수직 구조 안에서 과연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을까? 제안 하나 하려 해도 일곱, 여덟 단계의 의사결정 구조를 거쳐 최종 피드백을 받기까지 다시 두세 달이 걸린다면, 어느 누가 대담한 혁신을 시도할 수 있을까? (중략) 샤오미의 연구개발 조직은 엔지니어, 핵심 주관, 협력 파트너, 이렇게 세 개 층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특히 연구개발 부문에는 과장, 부장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관리체계가 없다.

“직원들을 세세한 규정으로 옭아매지 말고, 회사 안에서도 자유롭고 홀가분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사실 샤오미의 방법은 다른 기업에 맞을 수 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의 관리자들이 좀 더 자세를 낮추고 직원들과 하나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직원들이 좀 더 참여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지 귀 기울여 듣고 직원들을 격려해야 한다. 자신의 일터에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는 직원들은 자연히 최고의 열정을 불태우며 일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창업 초기부터 직원들을 뽑을 때 능력과 경험이 풍부한 동시에 창업 마인드를 갖춘 인재를 원했다. 우리 또한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고, 회사의 이익도 함께 공유했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충분히 금전적 보상을 하고 자긍심과 참여감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제품과 서비스의 질은 자연히 높아진다.”

“KPI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샤오미에는 사실상 KPI가 없다. 그러나 KPI가 없다고 해서 회사 차원의 목표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직원들에게 KPI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창업자들이 KPI를 책임진다. (중략) 우리는 결과보다 과정에 더 집중한다. 모든 직원들이 과정에 최선을 다 하면 자연히 최상의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다.”

피라미드형 조직에 층층시하, 상명하달의 경직된 조직문화로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들고 직원들의 주인의식과 동기부여가 어려운 한국의 대기업은 귀담아 들어야 할 이야기다.

“레이쥔은 크게 절박하지 않은 상태에서, 열린 마인드로 샤오미를 만들었다. 창업 당시에도 그는 20년 가까이 기업 활동을 하면서 돈과 명예와 성공을 거머쥔, 무엇하나 부족할 것 없는 엔젤투자자였다. 사람들은 믿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런 그가 샤오미를 만든 것은 어디까지나 위대한 기업을 만들어 위대한 일을 하고 싶다는 꿈 때문이었다. 그래서 공동창업자들은 물론 핵심 직원들에게도 충분한 이익과 권한을 보장하고, 직원 존중을 다른 무엇보다 중시했던 것이다.”

한번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창업에 도전해 성공하는 이런 사람을 연쇄창업자(Serial entrepreneur)라고 한다. 몇번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세상을 바꾸는 의미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어하는 창업가들을 실리콘밸리에서 가끔 봤다. 레이쥔도 그런 사람의 하나인듯 싶다.

“직원 채용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언제나 최고의 인재를 요구한다. 연구 개발 업무는 창의적이기 때문에 개발자들에게 충분한 여유가 주어지지 않으면 제대로 일하기 어렵다. ‘최고의 인재’란 혼자서 10명, 100명의 몫을 해내는 인재를 가리킨다. 특히 핵심 엔지니어는 천금을 아끼지 말고 적극적으로 영입해야 한다. 적당히 똑똑한 대학생을 뽑아 잘 양성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은 금물이다. 최고의 인재는 스스로 강한 동기와 추진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회사는 단지 그가 좋아하는 일에 그를 배치하기만 하면 된다. 그는 스스로 즐기는 마음으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와 비슷하다. 그에게 영감을 받은 것이 확실하다.

“핵심 인재를 감동시켜야 다른 직원들에게도 널리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 지금 샤오미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은 모두 스스로 즐기는 마음으로 창의적으로 일하고 있다. 최고의 인재를 찾았다면, 그가 가장 잘하고 좋아 하는 일을 하게 하라. 특히 연구개발 부문의 직원들은 너무 엄격하게 관리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 창의적 인재일수록 엄격히 관리하려 들면 갑갑함을 느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엔지니어들은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하는 데 관심이 없고, 형식에 맞춘 보고서 작성도 골치 아파한다. 관리자가 아닌 사용자들이 엔지니어를 관리하게 하라. 엔지니어들은 사용자에게서 긍정적 피드백을 받으면 신이 나서 혼을 불사르며 일하고, 사용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스스로 참지 못해 문제 개선에 매달린다.

관리자가 아닌 사용자들이 엔지니어를 관리하게 하라는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든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이제 중국기업에서 배워야 할 것 같다. 윗 글은 중국기업이 아니라 실리콘밸리 회사의 문화에 대한 내용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믿을 것 같다.

베이징의 샤오미 본사 건물.

베이징의 샤오미 본사 건물.

지난해 8월 아무 생각없이 베이징의 샤오미본사에 갔다가 아주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때 쓴 샤오미 방문기 맨 아래부분에 내가 직원들에게 받은 좋은 인상에 대해서 썼다. 참여감을 읽고 직원들의 친절함과 적극성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오미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잘 나가는 회사의 실적보다도 우리를 맞아준 직원들의 친절함이었다. 회사에 들어가는데 있어 복잡한 보안절차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스티커하나를 나눠주고 붙이라는 것 정도. 회사내에서도 마음껏 사진을 찍으라고 놔두었다. 찍어서 SNS에 올리든 어떻게 하든 전혀 상관없다는 자세였다. 아마 회사의 보안체계가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아서 그랬겠지만 어쨌든 신선했다.

우리를 안내해준 MIUI담당 신디는 중앙대에서 유학한 경력이 있어서 조금 서툴지만 한국어로 설명해주려고 노력했다. 4년전부터 샤오미에 조인했으니 창업멤버나 다름없는데도 전혀 뽐내지 않는 겸손한 모습이었다.

거의 2시간동안 회사에 대한 설명도 해주고 우리 스타트업일행의 서비스에 대한 설명도 듣고 500미터 떨어진 MI스토어에 가서 안내까지 해준뒤에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샤오미 직원들은 우산을 받쳐주며 떠나는 우리 일행이 모두 택시를 잡을때까지 기다리고 도와주었다. (변두리 지역이라 택시가 거의 오지 않았다. 모두 떠나는데 한 20분정도는 걸렸다.)

급성장하는 잘 나가는 회사의 직원들이 거만하게 행동하지 않고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이 내게는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말랑스튜디오 김영호대표의 이야기에 따르면 대체로 샤오미의 문화가 그렇다는 것 같다.

‘대륙의 실수’ 샤오미가 계속 잘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 회사는 특허도 없고 모방을 통해 싸구려 제품을 만들기만 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해외진출이 불가능한 회사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중국경제가 최근 어려움을 겪으면서 샤오미의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는 뉴스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회사든지 어려움은 겪게 되어 있고 그런 난관을 극복하면서 더 강한 회사가 된다. 그런 어려움을 이기기 위해서는 훌륭한 리더와 좋은 기업문화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샤오미를 방문해보고, 일부 제품을 써보고, 참여감을 읽고 나니 이 회사가 우리 생각보다는 더 큰 역량을 지닌 회사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계속 지켜봐야겠다.

Written by estima7

2015년 8월 14일 at 8:06 pm

“회사의 진정한 문화는 보상, 승진, 해고가 결정한다”-남태희

with 10 comments

사진출처: Storm Ventures

사진출처: Storm Ventures

오늘 스톰벤처스 남태희매니징디렉터(변호사)의 코너오피스 인터뷰가 뉴욕타임즈에 실렸다. 이 코너오피스는 매주 NYT일요판에서 미국의 주요 기업리더들과 문답을 통해 리더십에 대해서 탐구하는 코너다. 주옥같은 인터뷰가 많다.

마침 남변호사는 내가 실리콘밸리에 있을때 만나뵙고 대단한 내공에 감탄했던 분이다. 미국에 5살때 가족과 함께 이민을 가서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됐으나 실리콘밸리로 가서 결국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변신한 분이다.

인터뷰내용중 기업문화에 대한 문답이 인상적이라서 기억해두려고 번역해봤다.

질문은 “당신은 수많은 다양한 기업문화를 지켜봐왔다. 문화에 있어서 무엇이 가장 큰 차이를 가져오는가”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남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내게 있어서 문화란 사람들이 위에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일일이 지시를 받지 않아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문화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결국 회사안에서 누가 승진되며, 누가 연봉을 올려받고, 누가 해고되는지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물론 CEO는 우리 회사의 문화는 이런 것이라고 공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진정한 문화는 보상(compensation), 승진(promotions), 해고(terminations)에 의해 정의됩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회사내의 누가 성공하고 실패하는지 관찰하면서 문화를 형성하게 됩니다. 회사내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회사가 어떤 것에 가치를 두는가를 보여주는 롤모델이 됩니다. 그리고 그러면서 회사의 문화가 형성됩니다.

“Culture, to me, is about getting people to make the right decision without being told what to do. No matter what people say about culture, it’s all tied to who gets promoted, who gets raises and who gets fired. You can have your stated culture, but the real culture is defined by compensation, promotions and terminations. Basically, people seeing who succeeds and fails in the company defines culture. The people who succeed become role models for what’s valued in the organization, and that defines culture.”

“만약 CEO가 회사의 비전선언문의 일부로서 기업문화가 어떤 것인지 공식화하고 그것이 회사의 (누가 보너스를 받고 승진하고 해고되는지에 기반한) 비공식적인 문화와 일관성을 가지고 합치된다면 최고의 기업문화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공식적인 문화와 실제 비공식문화가 서로 일치하지 않으면 회사조직내에는 혼란(chaos)이 발생합니다.”

“If the C.E.O. can outline, as part of the vision statement, what the stated culture is, and if that official proclamation of culture is aligned and consistent with the unofficial culture — based on who gets raises and promotions and who gets fired — then you have the best culture. When the two are disconnected, you have chaos.”

위 글을 읽고 “과연”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장이 아무리 우리 회사의 최고 가치는 ‘청렴’(integrity)이라고 강조해도 거래처담당자에게 뇌물을 써서 높은 매출을 올린 영업담당자를 임원으로 승진시키고 보너스까지 준다고 하면 직원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과연 자신들도 청렴하게 일을 하려고 할까.

어떤 회사 사장이 “우리 회사는 직원들의 창의력을 존중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우리 회사는 실리콘밸리회사처럼 운영한다”고 항상 자랑하고 다닌다고 하자. 그런데 정작 본인은 사내회의석상에서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의견을 낸 사람을 강등시키고, 해고하고, 결국 예스맨만 승진시켜 자신의 심복으로 쓴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아무리 매일처럼 리더가 창의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들 그 조직은 과연 창의성이 넘치는 문화를 갖게 될까.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회사의 문화에 맞는 인재에게 적절한 보상과 승진을 제공하고 문화에 맞지 않는 사람은 내보내거나 아예 뽑지 말아야 한다. 대내외적으로 내세우는 문화와 실제 인사가 일치해야 한다. 지향하는 문화와 실제 조직내 인사가 일치하지 않으면 혼란이 발생한다. 사실 우리는 전국민이 그것을 매일처럼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Written by estima7

2015년 6월 28일 at 7:27 pm

우아한 형제들 사무실 탐방 시즌 2

with 12 comments

IMG_9342

우아한 형제의 사무실 손님 로비역할을 하는 10층 입구의 모습.

지난해 7월에 ‘배달의 민족’앱을 만든 잠실의 우아한 형제들 사무실에 들렀다가 받은 느낌을 “포스터로 가꿔나가는 기업문화”라는 포스팅으로 소개한 일이 있다. 그런데 이 글이 네이버탑페이지에 소개된 덕분에 거의 5만회의 조회수를 올리며 내 블로그사상 최고 페이지뷰의 주인공이 됐다.

어쨌든 그 우아한 형제들 사무실에 일이 있어서 며칠전  2번째로 방문할 기회를 갖게 됐다. 이번에는 작년 여름에 공사중이었다가 새로 확장한 10층 사무실을 구경할 수 있어서 사진을 또 많이 찍어두었다.

우아한 형제들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하고 즐거운 기업문화를 가진 한국의 토종 스타트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혼자 보기 아까워 찍어둔 사진을 공유한다.

우아한 형제들 기업문화에 대한 내용은 얼마전 나온 조선일보 위클리비즈의 “지각 출근 빼고 뭐든지 허용된다”기사를 참고.

IMG_9347세심하게 사무실 구석구석 투어를 시켜준 김봉진대표. 벽면의 ‘우아한 모의고사’는 회사의 핵심가치를 묻는 질문으로 만들어져 있다.

IMG_934510층의 회의실 겸 세미나룸. 20여명 정도가 들어간 작은 세미나도 가능하고 사진촬영스튜디오로도 쓴다.

IMG_934695명의 회사직원들이 인쇄된 뱃지들이 전시되어 있다. 회사에 입사하면 개성있는 모습의 사진을 찍게 되있고 그 사진을 뱃지로 만들고 출입증에 넣는다.

Screen Shot 2014-01-12 at 6.22.27 AM김봉진대표의 출입증이다. 가족을 소중히 하자는 마음에서 모든 직원의 출입증 뒷면에는 가족사진을 인쇄해 넣었다고 한다.

IMG_9383예전에는 탄산음료 등을 무제한 제공했는데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서 과일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책을 바꿨다. 과일은 모두 ‘총각네 야채가게’에서 공급받는다.

IMG_9351사무실의 모습이다. 큐비클 같은 칸막이가 없고 모두 오픈된 공간에서 같이 일한다. 사무실에 음악을 틀어놓아서 약간은 시끄러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조용히 있는 것 보다 서로 자유롭게 대화하고 떠들면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떠들면서 새로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IMG_9350이런 스툴형 의자를 사무실에 많이 배치해 놓아 다른 팀사람들도 자유롭게 옆자리에 와서 앉아서 대화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한다.

IMG_9353어떤 층 사무실에 들어가면서 이 등신대의 사진과 맞닥뜨려서 깜짝 놀랐다. 직원들의 출입증 사진중 포토제닉상을 받은 것을 확대해서 전시해놨다는 것이다.

Screen Shot 2014-01-12 at 6.23.38 AM회사내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라인메신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95명의 직원들이 모두 들어있는 대화방이 있고 여기서 계속 서로 이야기한다.

IMG_9340 IMG_9355 IMG_9349사내 곳곳에 붙여져 있는 인상적인 포스터도 여전했다.

IMG_9348심지어는 이런 포스터까지 ….

IMG_9368사내 공지사항도 이렇게 코믹하게 만들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등장인물도 실제 그 층에서 일하는 팀장님이다.

IMG_9376 IMG_9372 IMG_9373 IMG_9367 IMG_9359회사곳곳에 넘쳐나는 재치있는 글귀가 이 회사의 문화를 말해준다.

IMG_9380 IMG_9378성격유형분류도 이처럼 재미있게 만들어놓았다.

IMG_9382방문기념으로 가져가라는 배달음식들(?).

IMG_9357

 

진지한 내용도 있다. 대회의실의 여닫이 문에 쓰여있는 글.
IMG_9370 IMG_9371사내 곳곳에 책이 넘쳐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책값은 회사에서 무제한으로 지원해준다. 위는 우아한 형제 추천도서. 독서가인 김봉진대표의 자리에도 책이 한가득이다.

IMG_9377김대표가 자랑스러워 하는 것이 이 우유캠페인이다. 이제 이런 나눔을 실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창업자의 철학과 생각이 얼마나 기업문화에 큰 영향을 끼치는가를 우아한 형제들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IMG_9361멋진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하나하나 성취해 나가는 회사. 앞으로 우아한 형제가 어떤 회사로 성장해 나갈지 궁금하다.

Written by estima7

2014년 1월 12일 at 10:34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