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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에 목마른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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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4년간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비약적으로 좋아졌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나 정부프로그램이 크게 늘어났고, 이를 통해 쭉쭉 성장하면서 수백 억원을 한번에 투자받은 스타트업도 드물지 않게 보인다. 배달의 민족이나 송금앱 토스처럼 이제는 천만명이 사용하는 국민앱을 만드는 스타트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좋은 스타트업이 나오고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큰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무작정 정부지원을 늘리는 것은 답이 아니다. 다음의 몇 가지가 필요하다.

첫 번째로 다양한 신산업분야에서의 창업을 늘리기 위해 더 적극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사석에서 스타트업 투자자들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하냐”고 물어보는데 아직도 이구동성으로 “규제완화가 시급하다”고 한다.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핀테크, 헬스케어 등 소위 4차산업혁명 분야에서 기존 산업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큰 기회가 있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런 분야에서 1조원이상의 가치를 가진 유니콘 스타트업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관련 분야에서 유니콘스타트업이 나오기는 커녕 창업조차 많지 않다. 반면 규제가 없는 O2O서비스분야 등에 창업이 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도 4차산업혁명 분야에서 골고루 활발한 창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과도한 규제를 걷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 법규제의 틀을 쉽게 바꿀 수 없다면 규제 샌드박스, 규제프리존 등의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보는 것도 좋겠다.

두 번째로 벤처캐피털(VC)산업을 민간주도로 선진화시켜야 한다. 실리콘밸리는 정부가 아니라 현지의 훌륭한 VC들이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해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며 키워냈기 때문에 혁신회사들이 즐비한 것이다. 우리도 모태펀드 등 주로 정부자금에 의존하는 창투사보다는 민간자금으로 스타트업의 성장단계에 맞춰 소신 있게 투자하며 명문 VC 대접을 받는 투자회사들이 많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벤처캐피털 관련 규제를 줄여 VC들이 소신 있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하며, 펀드의 운용기간을 7년에서 10년으로 늘려 좋은 스타트업에 좀더 장기적인 호흡으로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VC가 늘어나면 그에 비례해서 좋은 스타트업도 같이 늘어나고 성장한다.

세번째로 스타트업 지원정책은 더하기보다 빼기가 필요하다. 지난 박근혜정권에서는 각 부처별, 각 지자체별로 경쟁적으로 창업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바람에 유사·중복 지원사업이 난립했다. 정부지원과제를 받은 스타트업이 사업에 집중하기 보다는 각종 보고서와 증빙자료 작성에 귀중한 시간과 자원을 빼앗기는 일도 많았다.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보다 정부과제를 따내기 위한 지원서 쓰는데 최적화된 스타트업도 많았다. 스타트업에게 일단 자금을 쥐어주는 창업정책보다는 간접지원으로 정책의 기조를 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이런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사령탑을 기존 관료나 교수보다는 실제 경험이 많고 스타트업계의 존경을 받는 명망가를 영입해 책임과 권한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보다 현실성 있는 정책을 만들고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네번째로 대기업과 스타트업간의 평등한 경쟁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들이 내부IT기업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하청으로 싼 값에 소프트웨어를 사는 관행을 없애고, 공정하게 제값에 스타트업의 제품을 사주기만 해도 큰 시장이 형성된다. 정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제품을 구매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해서 성장한 스타트업들이 대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하기 시작하면 대기업들도 새로운 경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인수합병을 늘릴 것이다.

그 밖에도 필요한 것들은 많다. 학생들이 문제해결과정을 통해 창업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경험위주의 창업교육, 실패를 딛고 재도전하는 것을 격려하는 문화, 성공한 선배창업가가 후배창업자를 조건없이 돕는 페이잇포워드(Pay it forward)의 문화 등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스타트업문화가 앞서있는 실리콘밸리, 중국, 이스라엘을 보면서 자괴감에 빠질 필요는 없다.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꾸준히 일관성을 가지고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다. 젊은이들이 이들을 우러러보고 롤모델로 삼는 방향으로 변하다 보면 공무원 같은 안정된 직업만 선호하는 사회분위기도 바뀔 것이다.

/ 디지털타임스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Written by estima7

2017년 6월 26일 at 11:18 오후

짧은 생각 길게 쓰기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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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 스타트업, 왜 한국에서는 쉽게 등장하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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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5년간 살다가 2013년말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국의 스타트업을 돕고 바람직한 스타트업생태계를 만드는 일을 시작한지 이제 2년이 되어 간다. 그런데 그동안 관찰한 결과 정부가 창조경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창업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지만 생각만큼 다양한 분야에 걸쳐 스타트업이 나오는 것 같지는 않다. 쿠팡으로 대표되는 소셜커머스분야나 배달의 민족이 있는 O2O분야, 선데이토즈, 데브시스터즈가 떠오른 모바일게임분야를 제외하고는 아직 많은 성공사례가 나오지는 않았다.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다.

특히 몇몇 분야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불모지에 가까왔다. 금융분야에서 혁신을 추구하는 핀테크스타트업이 전세계적으로 수천개씩 쏟아나와 있는데도 한국에는 지난해까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스마트폰과 택시를 연결해주거나 일반인이 자신의 차로 직접 택시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미국의 우버, 리프트나 중국의 디디타처 같은, 교통분야에서의 혁신을 추구하는 서비스들이 전세계적으로 다양하게 뜨고 있는데도 한국은 최근에 카카오택시가 인기를 끌기 전까지는 유사한 서비스가 거의 없었다.

중국의 DJI 같은 기업이 일반 대중이 즐길 수 있는 드론을 만들어 세계시장을 호령하고 세계적으로 다양한 드론기업이 수백개 쏟아져 나올 동안에도 한국에는 드론파이터라는 드론을 만드는 바이로봇외에 눈에 띄는 드론기업이 없었다.

스마트폰시장에서도 샤오미나 원플러스 같은 새로운 중국 스마트폰 스타트업들이 등장해 중국은 물론 세계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동안 한국시장에는 새로운 기업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팬택은 쓰러지고 LG전자의 스마트폰비즈니스는 더욱 고전하는 중이다.

도대체 왜 그럴까? 왜 한국에서는 이런 핀테크, 드론, 교통, 스마트폰 분야의 혁신스타트업이 잘 나오지 않을까. 단지 시장이 작아서 그런 것인가. 그 이유를 몇가지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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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규제스타일은 네거티브형, 한국은 포지티브형.

미국의 도로에서는 아무 교차로에서나 유턴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유턴을 할 수 없는 곳에만 금지표시가 되어 있다. 규제시스템도 비슷하다. 안되는 것(Negative)만 표시해놓고 규제대상으로 표시되어 있지 않은 것은 자유롭게 해봐도 되는 시스템이다. 그렇기 때문에 규제를 아랑곳하지 않고 새로운 분야에서 도전을 하는 기업이 많이 나온다.

올 5월의 아시아리더십컨퍼런스에서 만난 루프페이 윌 그레일린 CEO. 루프페이의 초기모델은 스마트폰에 동글을 끼우고 카드정보를 입력해 쓰는 것이었다. (사진출처 루프페이)

올 5월의 아시아리더십컨퍼런스에서 만난 루프페이 윌 그레일린 CEO. 루프페이의 초기모델은 스마트폰에 동글을 끼우고 카드정보를 입력해 쓰는 것이었다. (사진출처 루프페이)

한국같으면 위법이라 못할 사업도 미국에서는 거침없이 한다. 2015년 2월 삼성전자가 약 2천5백억원을 주고 인수한 루프페이 윌 그레일린CEO를 컨퍼런스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때 직접 물어봤다. 루프페이는 신용카드정보를 읽어서 스마트폰에 집어넣는 방식인데 기존 카드회사들의 허락을 받고 했냐고 했다. 그랬더니 “그런 규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해도 된다. 허락받지 않고 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덕분에 루프페이는 이런 신기술을 킥스타터를 통해 ‘시도’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연락을 받았다.

한국같으면 카드정보를 스마트폰에 저장한다는 것부터 위법일 가능성이 있고 또 카드회사들의 반발로 시작도 하지 못할 아이템이다. (실제로 모카드회사분에게 물어본 일이 있는데 단호하게 안된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루프페이의 기술을 이용해 삼성페이를 개발해 8월20일부터 국내서비스를 시작했고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루프페이가 만약 한국회사였다면 이런 기술을 개발해 선보이고, 삼성 같은 대기업에 인수될 가능성은 아주 희박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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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6조가 넘는 기업가치의 회사가 됐지만 2007년 렌딩클럽도 아주 미약하게 시작했다. 2007년 페이스북위에서 투자자와 돈을 빌리고자 하는 사람들을 중계해주는 회사로서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 스타트업이 규제를 신경쓰지 않고 시작했더라도 회사가 덩치가 커지면 그때 규제당국이 나선다. 소비자보호를 위해 필요할 경우다. 개인간의 투자와 대출을 연결해주는 렌딩클럽의 경우 2007년 창업후 규제에 상관없이 비즈니스를 키우다가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해 영업정지를 당했다. 하지만 6개월뒤 규제기관과 합의를 했고 P2P대출이 제도권에서 인정을 받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후 P2P대출은 미국에서 꽃을 피우게 된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의 도로에서는 유턴은 무조건 안된다. 허용되는 곳에만 표지만이 있다. 규제시스템도 비슷하다. 허용되는 것만 촘촘하게 규정해놓은 가이드라인이 있고 그곳에 없는 것을 하면 무조건 위법이다. 규제에 걸릴 것 같더라도 소비자들이 불편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으면 우버처럼 일단 질러보는 미국의 스타트업들과는 달리 한국의 스타트업은 시작하기도 전에 법령을 세심히 살펴야 한다. 사후규제가 아니고 사전규제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필요이상으로 법률지식에 해박하다. 제품개발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라든지 전자금융거래법 몇조 몇항을 외울 정도로 해박하게 알고 있는 스타트업창업자들을 만나서 놀라기도 했다. 이런 꼼꼼한 규제는 창업자들의 상상력을 제한한다. 그리고 결국 그들을 좌절시키고 포기하게 만든다.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컨퍼런스에서 이야기하는 트랜스링크 음재훈대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컨퍼런스에서 이야기하는 트랜스링크 음재훈대표.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인 트랜스링크캐피탈의 음재훈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규제시스템은 방목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커다란 목장에 양떼를 풀어놓고 울타리를 쳐놓는 식이죠. 울타리안에만 있는 한은 마음대로 뭐든지 해보라는 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이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더 많은 데이터를 공개하는 미국, 데이터를 감추는 한국.

미국은 공공데이터를 되도록 많이 공개한다. 법원의 판례정보, 부동산거래정보 등등 수많은 공공데이터가 공개되어 있고 그 데이터를 가공해서 판매하는 데이터업자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해서 자동으로 투자를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개인이나 기업의 공개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분석을 해주는 핀테크기업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빅데이터 산업도 이런 기반위에서 성장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공공기관도 사기업도 데이터를 꽁꽁 싸매고 공개하지 않는 편이다. 공개를 하더라도 가공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엄격한 보안규정도 그렇고 개인정보보호법이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스타트업이 공공데이터에 기반한 사업을 시작하기가 어렵다.

아웃소싱문화의 미국, 전부 직접 내부에서 해야 하는 한국.

미국기업들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핵심비즈니스에만 집중한다. 그렇지 않은 것은 주저 없이 외부기업의 제품을 사서 쓴다. 예를 들어 휴렛패커드 같은 대기업이 사내 인사관리시스템은 워크데이라는 외부기업의 인사관리 소프트웨어를 계약해서 쓴다. 내부에서 직접 만들어 쓰지 않는다. 핵심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다. 이런 풍토가 뛰어난 역량을 지닌 외부 소프트웨어회사들이 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Workday의 HR시스템(출처: Workday 홈페이지)

Workday의 HR시스템(출처: Workday 홈페이지)

반면 한국기업들은 어떤가. 외부 회사의 제품을 쓰지 않는다.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그룹내 계열IT회사를 시켜서 직접 제작하거나 하청을 줘서 만들어서 쓴다. 최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져다 쓰기 보다는 좀 품질이 떨어져도 내부 계열사의 것을 우선해서 쓴다. 그렇게 하다보니 역량있는 독립 소프트웨어회사들이 클 수 있는 자리가 없다. 올해부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제품을 쓰지만 삼성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문서작성을 하는데 내부에서 만든 훈민정음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했다.

좋은 품질의 외부제품보다 내부 계열사의 제품을 쓰는 것을 우선시하는 이런 문화는 기업들의 전체적인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 그리고 국내에서 큰 B2B(엔터프라이즈)소프트웨어회사가 나올 수 없게 한다. 정부나 기업이 사주질 않으니 나올 수가 없다. 기업들은 하청업체처럼 쓸 수 없는 오라클, SAP, 마이크로소프트 등 외국대형소프트웨어회사들의 소프트웨어정도를 직접 구매한다.

혁신에 둔감한 리더

그리고 한국은 정부나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이 혁신을 받아들이는데 둔감하다.

미국 민주당의 유력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요즘 이메일 때문에 궁지에 몰려있다. 국무장관시절 사설 이메일서버를 써서 주고 받은 이메일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FBI가 힐러리가 사설이메일서버를 통해 국가기밀이 담긴 이메일을 주고 받은 일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는데 그 이메일갯수가 3만여통이다. 역설적으로 미국의 장관들이 얼마나 업무에 이메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지 알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을때 우버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젭 부시.(출처 : 베이에어리어 KPIX방송)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을때 우버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젭 부시.(출처 : 베이에어리어 KPIX방송)

또 젭 부시 등 공화당 대선후보들은 우버를 옹호하며 유세중에 우버차량을 불러서 이용하기도 한다. 4백60만명의 팔로어를 가진 도널드 트럼프는 ‘트위터의 달인’이다. 이처럼 미국의 교수, 기업인, 관료 등 지식인들을 만나보면 능수능란하게 트위터,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며 우버 등 새로운 혁신서비스를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출처 : 이기는 야당을 갖고싶다.(금태섭 저) 37쪽.

출처 : 이기는 야당을 갖고싶다.(금태섭 저) 37쪽.

그런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 금태섭변호사의 신간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에는 이메일을 사용하지 않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이야기가 나온다. 국가의 IT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이메일도 쓸 줄 모른다는 것이다. 얼마전 나는 장관 등 고위직을 역임한 분들이 많은 그룹에 강연을 하면서 인터넷쇼핑이나 인터넷뱅킹을 직접 하시는 분이 계신지 물어보았다. 20여분의 그룹에서 단 2명이 손을 들었다.

지금은 정부부처의 상당수는 세종시로 옮겨가 있고 많은 정부산하기관들이 전국으로 이전해있다. 그런데 내가 만나보는 상당수의 공무원이나 산하기관직원들은 출장을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화상회의나 컨퍼런스콜을 하면 간단히 끝날 일을 위해 하루를 날린다. 물어보면 고위층일수록 이메일이나 화상회의에 익숙하지 않다고 한다. 그냥 오라고 한다는 것이다. 클라우드서비스조차 다 차단해놓아서 외부에서 업무를 보는 것도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

이처럼 최종의사결정권자인 사회고위층이 혁신을 받아들이는데 있어 미국보다 한국이 휠씬 보수적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혁신기업이 더디게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이런 경우 혁신기업에 대해 우호적인 정책이나 투자, 인수합병 등의 의사결정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뭔지 모르는데 어떻게 그 가치를 제대로 산정하고 투자를 하겠는가.

한국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의 혁신스타트업이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위에 열거한 규제시스템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 한국에서 창조경제가 불을 뿜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통령과 장관들부터 직접 솔선수범해서 혁신트렌드를 배우고, 혁신스타트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직접 쓰는 모습을 보고 싶다.

***

지난 8월 31일 한국일보에 기고했던 글을 다듬어서 다시 블로그에 써봤습니다.

Written by estima7

2015년 10월 18일 at 6:59 오후

스타트업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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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와 한국 식약처의 규제정책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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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헬스케어

김치원님(서울와이즈요양병원원장)이 쓴 ‘의료, 미래를 만나다'(부제:디지털헬스케어의 모든 것)을 읽었다. 스마트폰, 웨어러블 등의 등장으로 혁신에 가속도가 붙은 디지털헬스케어시장을 한 눈에 조망한 책이다.

책을 읽다가 177페이지 ‘통제와 지침의 창구인 규제기관’부분의 미국 FDA와 한국 식품의약품 안전처의 규제현황에 대한 비교가 눈에 들어왔다. 기존 금융기관만을 보호하고 새로운 기업과 혁신 모델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포지티브규제로 꽉꽉 막아놓은 핀테크분야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억해두고 공유하고 싶어서 저자의 허락을 얻어서 주요부분만 발췌해서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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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로고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FDA의 규제 방향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기존의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환자에게 미칠 위험에 바탕을 두고 규제하겠다는 원칙을 세워 지키고 있다. 의료기기 데이터 시스템에 대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한 것이나 액세서리 기기를 메인 의료기기와 별도로 규제하기로 정하는 등 환자에게 미치는 위험이 적다고 밝혀진 분야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규제를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둘째,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규제 지침을 내놓을 때 지침에서 다루는 대상을 정의하고 지침이 다루지 않는 내용을 분명히 함으로써 혼동의 여지를 줄이고 있다. 또 앞선 지침 혹은 보고서에서 향후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하는 분야를 명시하면 곧 이어 그에 대한 지침이 나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FDA는 민간 영역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규제 지침을 내놓기 전에 규제 지침 초안을 발표해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고 있다. FDA에서 생각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바꾸어 가기보다는 민간 영역의 생각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미국 FDA의 규제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본 것은 우리나라 식약처가 FDA규제 변화를 시차를 두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의 규제 방향은 FDA와 비교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규제의 폭이 넓다. 비록 건강 관리용 웰니스 제품에 대한 규제를 풀겠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FDA와는 달리 모바일 의료용 앱을 규제대상과 비규제대상만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의료기기에 해당하는 모든 앱을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두번째, 규제 내용을 보완하고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FDA가 꾸준히 지침을 개정하면서 관련 기기들이 환자의 안전에 미칠 영향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위험이 적다면 과감하게 규제를 완화하는 것과는 달리 한 차례 규제지침 발표후 추가 발표가 없다.

세번째 예측 가능성이 낮다. 디지털 헬스케어 가운데 아직 다루지 않은 분야가 무엇인지를 정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식약처가 어떤 분야에 대한 지침을 내놓을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특히 삼성전자가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 그에 대한 규제를 뒤늦게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런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식약처는 환자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기관인 것은 맞다. 하지만 마찬가지 입장인 FDA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기술을 의료에 적용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비해서 식약처는 아직 규제에 치우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회사들이 최신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개발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혜택을 보는 것이 점점 힘들어 가는 것이 사실이다.

흥미로운 점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새로운 헬스케어 센서를 탑재할 때마다 식약처가 이와 관련된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책에 따르면 2014년 3월 삼성전자가 갤럭시S5에 심박 센서를 탑재했을 때 심박수를 표시하는 제품은 용도에 상관없이 의료기기로 관리한다는 입장을 바꿔 새로운 고시 개정안을 내놓았다. 2014년 9월 삼성이 갤럭시 노트4에 탑재된 미국에서는 허용되는 산소포화도측정기가 국내에서는 의료기기로 간주되자 비활성화해서 출시했다. 그러자 2015년 1월 식약처는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의료용과 비의료용으로 구분하는 제정 공고안을 행정 예고했다.

업계인사중에서는 식약처가 특정 규제를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면 다음 갤럭시 모델에 특정 기능이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예측까지 하는 분이 나왔다. ㅠ.ㅠ 이는 마치 삼성전자가 삼성페이를 준비한다고 하자 먼저 연락해서 도와줄 것이 없냐고 문의했다는 금융위관계자의 코맨트를 연상하게 한다.

매번 느끼는 것인데 규제를 잘하는 것도 정부의 중요한 능력이다. 규제 자체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산업계의 혁신속도가 달라진다. 대기업, 라이센스 사업자 등 업계의 기득권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소비자의 니즈와 해외트랜드를 잘 보면서 합리적으로 규제정책을 가져가는 것이 당국이 할 수 있는 혁신이다. 특히 작은 스타트업이 업계의 터줏대감인 대기업들과 경쟁해서 불공정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한국당국의 정책 혁신 능력은 미국당국에 비해서 참 많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규제정책의 틀이 소비자들을 위한 혁신을 빨리 수용할 수 있도록 송두리째 바뀌어야 한다.

Written by estima7

2015년 7월 19일 at 11:49 오후

우버 같은 서비스를 무조건 규제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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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서울경제신문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버’ 서비스 도입해야 하나“라는 찬반논쟁 지면기사를 게재하는데 ‘찬성’편에서 써달라는 요청을 받아서 쓴 글이다. 무조건 우버의 한국도입을 찬성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나 ‘데빌스애드버킷’을 한다는 심정에서 가볍게 써봤다.  무조건 막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한적으로이라도 서비스도입을 허용해서 새로운 혁신의 물꼬를 터야 한다.

***

지난 연말 한국에 돌아오기 전까지 5년동안 미국에서 살았다. 그곳에서 4년전쯤 처음 이야기를 들었던 에어비앤비라는 서비스는 말도 안되는 것처럼 들렸다. 집의 남는 방을 생판 모르는 타인에게 빌려준다는 아이디어는 그만큼 생소했다.

에어비앤비가 인기를 끌자 나는 직접 한번 써보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나서야 그 잠재력을 이해하게 됐다. 모르는 타인을 자신의 집에 들인다는, 또는 타인의 집에 가서 묵는다는데서 오는 사람들의 우려를 에어비앤비는 멋진 사진과 인터넷평점 등을 보여주는 잘 디자인된 서비스를 통해서 날려버린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며 호텔, 모텔이라는 형태가 수백년동안 지속되어 온 숙박업계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다. 에어비앤비가 실정법을 어기고 탈세를 하는 서비스라고, 개인정보가 잘 보호되지 못한다고, 숙박객이 강도로 돌변할 위험성이 있다고 미국정부가 처음부터 에어비앤비를 금지를 했다면 이런 거대한 공유경제형 숙박비즈니스자체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얼마전 방문한 베이징에서 우버앱을 실행해보니 우버블랙, 우버X, 피플스우버 등 세가지 방식의 서비스가 모두 실행중이었다.

얼마전 방문한 베이징에서 우버앱을 실행해보니 우버블랙, 우버X, 피플스우버 등 세가지 방식의 서비스가 모두 실행중이었다.

서비스의 성격은 다르지만 우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버는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원터치로 간단히 차를 불러서 원하는 곳까지 가고 지갑없이도 앱에 저장된 신용카드로 자동으로 돈을 지불할 수 있는 편리한 서비스를 개발해냈다. 너무 사용하기 쉽고 간단해 보여서 별게 아니라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혁신인 것이다. 택시를 쉽게 잡기 어렵고 비싸고 불친절한 경우가 많은 서구대도시들에서 우버는 이용자들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혁신의 산실 샌프란시스코시는 이런 변화에 너그러운 편이다. 기득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보다는 혁신기업과 시민의 편에 서서 판단을 내린다. 그렇게 때문에 샌프란시스코를 본거지로 우버, 리프트, 사이드카, 히치 등등 대중교통분야에서 새로운 혁신을 이끄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실리콘밸리에서는 구글의 무인자동차까지 달리고 있다. 테슬라와 닛산의 전기차들이 길거리에 이미 가득하다. 무인자동차가 사고를 냈을때 보험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배기가스가 없는 전기자동차도 환경오염분담금을 내야 하는가? 기존의 법규와 잣대로는 이런 무인자동차, 전기자동차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누구나 말하듯 세상의 변화를 낡은 규제와 법제도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버를 막는 서울시의 결정은 실망스럽다. 무조건 규제하기 보다는 시민의 입장에서 편리한 서비스이면 제한적이라도 우버를 받아들일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해보는 것을 기대했다. 우버를 막으면 같은 영역에서 혁신을 꾀하는 수많은 한국스타트업들이 등장하는 길도 같이 막는 것이다. 그리고 출퇴근길에 불편을 겪는 서울시민들에게 등장한 새로운 선택수단을 앗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교통혁신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우리가 금지한다고 해서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을 막을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중국 베이징에 출장을 와 있는데 우버를 실행하자 수많은 차들이 가득 나타났다. 그리고 교통지옥인 베이징에서는 이미 디디다처, 콰이디다처 같은 택시앱을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중국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해 경쟁에 나설 것이다.

사실 나는 다른 나라에 비해 택시요금이 싸고 잡기도 쉬운데다 서비스의 질도 높은 편인 한국에서 우버가 큰 반응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존 택시를 위협하기 보다 택시를 잡기 어려울때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보완적인 서비스가 될 것으로 여겼다. 그 결과 우버에 자극받아 한국택시서비스의 질도 높아지고 한국에서도 다양한 경쟁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것은 택시회사에게는 경쟁이 늘어나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리고 택시운전사들에게는 같은 시간을 운전해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로 이어질 수도 있다.

5년 10년뒤의 세상이 어떻게 변해있을지 모르는 마당에 서울시의 무조건적인 우버 규제는 우버의 마케팅만 도와준다는 생각이다. 서울시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기대한다.

Written by estima7

2014년 8월 31일 at 9:47 오후

“우리나라에서는 안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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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캐시 화면

스퀘어캐시 화면

지난해 미국에서 저녁에 맥주모임을 가진 일이 있다. 모임을 끝내고 계산을 위해 각자 20달러씩 달라고 했다. 그런데 몇분이 현금을 가져오지 않았다. 그러자 한 사람이 스마트폰을 꺼내서 내 이메일을 물어보더니 바로 1분 만에 돈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그 사람을 따라 바로 내게 이메일로 돈을 보내줬다. 상대방의 이메일 주소를 알고 은행 현금카드만 있으면 즉석에서 손쉽게 돈을 보내줄 수 있는 ‘스퀘어캐시’(Square Cash)라는 앱이었다. 나는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단 몇번의 클릭으로 쉽게 이메일로 받은 돈을 은행에 집어넣을 수 있었다. 정말 신기한 서비스라며 나중에 사람들과 이야기했다. 그리고 누가 “한국에서도 될까?”라고 질문했다. 바로 나온 반응은 “우리나라에서 돈을 주고받으려면 액티브엑스(X)와 공인인증서 같은 것이 막고 있잖아. 우리나라에서는 안 될 거야”였다.

사진출처 Blog.lyft.com

사진출처 Blog.lyft.com

 샌프란시스코에 갔다가 핑크색 콧수염 장식을 단 차들을 만났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인 리프트(Lyft.com)에 가입한 차들이다. 자신의 차를 가지고 리프트 운전사로 등록해서 통과가 되면 원하는 시간에 마치 택시처럼 운행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서비스다. 고객은 리프트 앱으로 차를 불러서 이용하고 돈은 앱으로 내면 된다. 실제로 이용해 봤는데 쉽게 차를 잡고 택시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900억 가까운 돈을 투자받아 미국 20여개 도시로 확장중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9월 기본안전규정과 보험규정만 제대로 따른다면 이런 승차 공유 서비스를 허용한다고 결정하기도 했다. 한 신문의 기자와 이 모델이 한국에서도 될까 하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안 될 겁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걸릴 것이고 또 어떤 다른 규제 이슈가 튀어나올지 모르니까요. 규제만 없다면 될 텐데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서울을 방문한 한 홍콩 투자자를 만났다. 한국 인터넷회사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한국 인터넷회사는 미국이나 다른 나라 인터넷회사에 비해서 저평가되어 있다. 나와 같은 해외투자자들이 한국 인터넷회사에 투자하는 데서 가장 망설여지는 것이 한국 정부의 규제다.” 그는 “한국 사람이 온라인쇼핑을 하는 것을 봤는데 아이디, 패스워드 넣고 신용카드번호, 주소 등을 매번 다시 입력하는 것을 봤다”며 “너무 복잡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당신도 알다시피 전세계 어디 가도 아이디, 패스워드 넣고 미리 입력해둔 카드번호 선택하고 보안번호만 입력하면 결제가 끝난다. 한국이 이제는 다른 어떤 나라도 쓰지 않는 액티브엑스까지 포함해서 이렇게 복잡하게 결제시스템을 만든 이유가 이해가 안 간다”고 물어봤다. 나는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알리페이와 텐페이 로고

알리페이와 텐페이 로고

 그는 이어서 “중국 정부가 인터넷산업을 규제할 것 같지? 아니다. 거의 통제가 없다. 콘텐츠 검열을 제외하고는 인터넷업계가 다 자유롭게 알아서 한다. 그래서 엄청나게 빠르게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는 중국에 가면 알리페이나 텐페이를 이용해 현금 없이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타고 물건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한국 인터넷회사들도 자기가 보기에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쓸데없는 규제 이슈에 발목을 잡혀서 제 실력 발휘도 못하고 글로벌 진출도 안 되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2007년 아이폰이 열어젖힌 스마트폰혁명이 이제는 모든 산업에 파괴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더는 낡은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시대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많은 장애물이 남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장애물이 우리의 상상력을 위축시킨다. 그리고 항상 “우리나라에서는 안 될 거야”라는 말을 하게 만든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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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4일자 한겨레신문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칼럼으로 기고한 글.  한국에서는 인터넷비즈니스를 하기에는 공인인증서, 액티브X, 본인확인제, 게임셧다운제 등 너무 규제가 많다는 생각을 평소하고 있었다. 그런데 몇주전 후배의 소개로 우연히 만나 이야기한 홍콩의 투자자의 이야기가 뇌리에 남아있어서 써봤다. 그 친구는 그나마 한국의 인터넷회사에 아직도 관심이 있으니까 그런 애정어린 걱정(?)을 해준 것 같다.

예전에 휴고 바라의 중국 인터넷마켓 이야기라는 포스팅에서 중국의 인터넷업계혁신이 얼마나 빠른지 전한바 있다. 이제는 그런 얘기가 곳곳에서 들린다. 한때는 한국의 인터넷회사를 벤치마킹하기에 열중했던 중국 인터넷회사들이 이제는 한국에는 매력있는 인터넷회사가 없다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한다고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인터넷망 속도만 빠른 ‘IT강국’ 허상에서 빨리 깨어나야 한다. 안그러면 멀지않아 혁신은 전혀 없고 인터넷망만 좋은 ‘IT약소국’이 될지도 모르겠다.

Written by estima7

2014년 3월 6일 at 6:00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