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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속 빅테크 회사들의 경이적인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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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이롭다고 생각하는 것이 코로나19 상황에서 빅테크 회사들의 성장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페이스북, 구글(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의 시총 상승을 보여주는 WSJ기사 그래픽이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성장이다.

정말 놀라운 것은 분기 매출액이 1백조원에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이런 공룡 회사들이 연간 두 자리수 성장도 모자라 심지어 44%(아마존), 33%(페이스북) 성장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코로나 속 세상이 얼마나 컴퓨터, 인터넷 등 테크놀로지에 의존하게 됐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 중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 팀스의 성장이다. 한국 대기업중에서도 만명단위로 팀스로 사내 협업시스템을 갈아탄 곳도 있다. 줌+슬랙 조합보다 팀스를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가성비가 높아서 이렇게 빠른 성장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오피스에서 , 클라우드에서, 팀스같은 협업툴까지 세상의 변화에 정말 빠르게 잘 대응하는 회사가 마이크로소프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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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6일 at 11:03 pm

거품이 터질 때 주의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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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거품이 걷히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미국의 벤처 투자금액은 지난해 1309억 달러, 약 150조원이 넘을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기업 가치가 1조 2000억원이 넘는 비상장 회사를 뜻하는 유니콘 스타트업도 전 세계에서 거의 400개, 미국에서만 200개 정도가 나왔다. 닷컴 거품이 최고조였던 2000년을 능가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거품 붕괴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출처 : NYT

우선 전 세계에서 공유 오피스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위워크가 논란의 주인공이다. 애덤 뉴먼이 2010년 뉴욕에서 창업한 위워크는 소프트뱅크가 투자하면서 기업 가치가 47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한국에 오면 시가총액이 SK하이닉스와 맞먹는 엄청난 기업 가치다. 그런데 창업자 애덤 뉴먼의 방만한 경영과 조 단위 적자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결국 애덤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위워크는 일단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위워크의 기업 가치는 3분의1로 떨어졌다. 이미 상장에 성공한 우버나 리프트, 슬랙 같은 유니콘 스타트업들의 주가도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거기다가 최근 제조업 지수 하락 등 미국 경제의 불황 가능성이 더해지면서 테크 거품 붕괴 가능성이 많은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런 뉴스에 지금부터 19년 전인 2000년 중반을 떠올렸다. 당시 내가 유학으로 실리콘밸리에 인접한 버클리에 갔을 때다. 입학허가서를 받고 갔을 때만 해도 실리콘밸리는 뜨거웠다. 테크 기업에서 쉽게 일자리를 얻고 큰 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가 회자됐다.

UC버클리 하스 경영대학원

그런데 내가 거품이 터졌다고 느낀 첫 징조는 가을에 터졌다. 다음해 섬머인턴 채용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하루 전날 시스코시스템스가 모두 취소했다. 이어서 다른 회사들도 채용 인터뷰를 줄줄이 취소했다. 실리콘밸리의 IT회사에서 섬머인턴 기회를 잡을 기회가 없어졌다.

그리고 펫츠닷컴, 웹밴 등 닷컴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파산하기 시작했다. 신선식품을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집에까지 30분 안에 배달해 준다고 했던 웹밴은 당시 무려 4억 달러 이상을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받았다. 그리고 상장에 성공해 기업 가치가 48억 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요즘의 유니콘이다. 하지만 8억 달러가 넘는 적자를 기록하며 2001년 파산해 버렸다. 한때 3500명에 이르렀던 직원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었다.

9ㆍ11 테러 사건이 일어났을 때의 경제상황은 더 엄중해졌다.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고속도로에는 차가 줄어 교통체증이 별로 없을 정도였다. 친하게 지내던 동네 아저씨 칼은 “실리콘밸리의 오만함이 터져 버렸다. 실리콘밸리는 다시 재기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을 내게 했다. 2002년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벤처기업의 상당수는 사기였다는 생각을 했다.

2002년 당시 이런 봉투를 주고 받으며 넷플릭스에서 DVD를 빌려봤다.

그런데 내가 당시에 전혀 못 본 것이 있었다.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성장하는 회사들이다. 우선 구글이 있었다. 당시 야후 대신 구글로 검색을 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검색만으로 어떻게 돈을 벌지?” 하는 생각에 나를 포함해 구글의 성장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이 없었다. 또 당시 우편으로 DVD 영화를 보내 주는 넷플릭스라는 서비스가 있었다. 유학 시절 무척 편리하게 이용했다. 내가 졸업하던 2002년 5월 이 회사가 나스닥에 상장됐는데 그때는 전혀 몰랐다. 9ㆍ11 테러가 터진 다음달인 2001년 10월에 스티브 잡스가 아이팟을 처음 발표했다. 당시는 테러의 충격이 가라앉지않아서 아이팟이란 제품이 나왔는지 전혀 몰랐다. 한참 지나서야 그때 그런 참신한 제품이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장에 돈이 넘치면 잘나간다는 소문이 난 회사에 유행처럼 돈이 몰리며 거품이 생긴다. 일부 창업자들은 오만함과 허영심에 사로잡힌다. 지나치게 부풀어 오른 거품은 당연히 터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세상은 계속 변화한다. 기술의 진보와 사회의 변화에 맞춰서 새로운 기회를 노리고 도전하는 창업가들은 계속 나온다. 그리고 그런 창업가들이 결국 세상을 또 바꾼다. 내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떠난 암흑기의 실리콘밸리에서 구글, 넷플릭스가 탄생했고, 애플이 다시 재기했고, 모두 수백조의 기업 가치를 가진 공룡이 됐다.

세상의 모든 것은 지나치게 번성하면 기울게 돼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그런 사이클이 또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항상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 성장하는 창업가들이 있다. 거품이 빠지는 과정에서 오히려 옥석이 가려진다. 터지는 거품만을 보고 이면의 진짜 변화와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자. 거품이 터질 때는 오히려 진짜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

2019년 10월 6일 서울신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여담인데 2002년 5월 넷플릭스가 상장할 때 주식을 1천불어치라도 사두고 묻어놨으면 지금 1억원 가까이 됐을 것 같습니다…

Written by estima7

2019년 10월 12일 at 9:43 pm

테헤란로 스타트업 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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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지금의 선릉역 인근 테헤란로 423 현대타워 7층에 자리잡은 것이 2014년초다. 2013년 중반에 디캠프가 오픈했고 스얼 다음에 역삼에 마루 180, 삼성역인근에 구글캠퍼스 서울이 생겼다. 그리고 다음해에 강남역 근처에 네이버액셀러레이터 그리고 역삼쪽에 팁스타운이 생겼다. 그렇게 해서 테헤란로의 스타트업 벨트가 생겼다고 많이 이야기했다.

그때도 테헤란로에 스타트업이 많았다고 했지만 지금만큼은 아니었다. 뭔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 테헤란로를 따라서 공유오피스가 늘어나면서부터였다. 처음에는 패스트파이브가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2016년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 스타트업 공룡인 위워크가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지점을 늘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위워크 지점은 한국에 20곳이 넘는다.

위워크 선릉점

그러다보니 스얼이 있는 선릉역 10번출구부터 포스코사거리 사이에 공유오피스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패스트파이브 선릉점을 시작으로 공유오피스가 생기기 시작했다. 스얼 옆옆에 야놀자가 있던 빌딩을 위워크가 완전히 접수해서 위워크 빌딩으로 바꿔버렸다. 그리고 패스트파이브 옆에 롯데가 만든 빌딩에 스파크플러스가 들어왔다. (스얼 바로 옆에는 또 롯데액셀러레이터가 있다.)

그리고 또 위워크 선릉점 옆에 싱가포르의 공유오피스 유니콘인 저스트코가 16층 빌딩 전체를 임대해 공유오피스를 곧 열 예정이다. (지금은 공사중이다.)

이렇다 보니 정말 스얼주위에 스타트업이 많이 늘어났다는 것을 느낀다. 스타트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스얼의 행사는 예전보다 휠씬 빨리 마감된다. 어떤 분들이 오시는가 보면 상당수가 스얼 주위에 있는 스타트업에 계신 분들이다.

내가 테헤란로를 걸어갈 때도 그렇다. 도대체 아는 스타트업분이나 VC분을 길에서 마주치지 않고 다니기가 쉽지 않다. 정말 이 지역에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이 많이 늘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근처 커피숍이나 식당에 가도 아는 분들을 만나는 것이 일상다반사다.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라는 것은 그 구성원들이 자주 만나서 활발한 활동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거리를 무시 못한다. 멀리 있으면 만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스탠포드대학을 중심으로 한 혁신 스타트업이 많이 나오는 것은 스탠포드대 바로 옆 길인 샌드힐로드에 미국을 대표하는 유명 VC들이 모여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투자자들이 스탠포드 학생들을 만나고 그들이 만든 스타트업과 만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테헤란로에 이렇게 구성원들이 밀접하게 자주 만날 수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테헤란로에 스타트업이 모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타트업 입장에서 인재를 구하기 쉽고, 투자자를 만나기 쉽고 (한국의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강남에 사무실이 있고 그중에서도 포스코사거리부터 삼성역사이에 가장 밀집해 있다.) 스타트업의 시장이 되는 크고 작은 회사, 소비계층이 강남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테헤란로 스타트업 밸리가 또 어떻게 발전해 갈지 궁금하다. 어쨌든 스타트업을 만나려면 이제는 테헤란로로 가야 하는 시대가 됐다.

Written by estima7

2019년 9월 11일 at 11:22 pm

구글스토리-구글 창립 20주년 기념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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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책이 나와서 소개. 구글 설립 20주년을 기념해 개정판이 나온 ‘구글스토리’. 인플루엔셜에서 출간했다. 영광스럽게도 장병규 4차위 위원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장관에 이어 내 추천사도 책 뒷면에 실렸다.

사실 이 구글스토리는 미국에서는 2005년 11월에 초판이, 한국에서는 2006년 3월에 ‘구글, 성공신화의 비밀’이란 제목으로 번역판이 나온 책이다. 2004년 8월에 성공적으로 기업을 공개(IPO)하고 쑥쑥 성장하고 있던 구글에 대해서 전 워싱턴포스트 기자 데이빗 A 바이스가 쓴 책이다. 사실 번역자인 우병현 선배가 13년전에 내게 번역판을 주셔서 별 기대없이 봤다가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로 이번에 개정판을 내는 인플루엔셜에서 추천사 부탁을 해서 다시 보게 됐다.

1998년 9월4일이 구글의 설립일자라 지난해 2018년 9월 설립 20주년을 맞아 이 책의 예전 내용에 구글의 문샷과 자율주행차에 대한 챕터가 더해져서 개정판이 나오게 된 것 같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어떤 가정에서 어떻게 성장했고, 그들의 스탠포드 생활은 어땠는지, 어떻게 구글 검색엔진을 생각해 내서 창업을 하게 되고 엔젤투자를 받고, VC투자를 받고,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내고 상장까지 하게 되었는지 흥미진진하게 묘사되어 있다. ‘초기 스타트업’ 구글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고 할까. 20년전이나 지금이나 테크 스타트업의 성장과정은 비슷하다. 대학이 창업을 장려하고, 교수들이 실력있는 VC들과 연결되어 있어 적절하게 재능있는 학생을 투자자와 연결해주는 실리콘밸리가 얼마나 혁신기업이 나오기 좋은 환경인지도 느낄 수 있다.

이 책이 나오던 2005년의 구글의 매출은 6.1B에 이익은 1.4B이었다. 이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2018년의 구글 매출은 136.8B, 이익은 30.7B의 어마어마한 회사가 됐다. 2005년 당시만해도 주위에 구글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던 기억이 있다. 구글은 애들 장난 같은 회사이며 저러다 거품이 꺼지는 것 아니냐고 하시던 분들 기억도 난다.

그리고 이 책을 다시 들춰보다가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했다. 2006년에 책을 읽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는지 생각이 안난다. 96년 래리 페이지의 스탠포드 대학원생 시절을 묘사한 3장에 이런 부분이 나온다.

왜 구글이 2009년도에 일찍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섰고 2013년에 우버에 2억5천8백만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했는지 궁금했다. 구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율주행차 개발부문을 웨이모로 독립시키고 자율주행차 서비스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왜 그런지 궁금했는데 96년 스탠포드대 대학원건물에서 공부하던 래리 페이지는 이미 이렇게 자율주행차시스템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이제 수긍이 간다. 앞으로 구글이 정복하고자하는 넥스트 프론티어는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모빌리티 서비스일 것이란 생각이 확실히 든다.

Written by estima7

2019년 2월 5일 at 1:2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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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모바일 첫화면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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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개편된 모바일화면이 나왔다. 안드로이드에서는 바로 베타버전을 써볼 수 있어서 설치해봤다. (설치하는 방법은 여기)

처음에는 검색창만 있는 저 화면을 보고 뉴스트래픽이 많이 떨어지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설치해보니 오른쪽으로 스와이프하면 바로 예전 같은 뉴스 화면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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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지면 별 문제없이 예전같이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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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닷을 누르면 나오는 화면도 괜찮다. 익숙해지면 자주 써보게 될 듯 싶다. 고민 많이 해서 나온 결과 같다.

그런데 첫화면에 검색창만 넣는 것이 글로벌트렌드라고 생각할 분들이 많을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요즘 내 구글 첫 화면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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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구글 검색키워드 히스토리에 맞춰서 볼만한 뉴스를 추천해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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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바이두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검색창만 있었는데 지금은 굉장히 적극적으로 뉴스콘텐츠를 보여준다. 바이두가 이렇게 바뀐 것은 사실 인공지능 개인화 뉴스로 급성장한 토우티아오(头条)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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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이번 개편으로 네이버도 잘 되고, 언론사들도 트래픽 타격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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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11일 at 12:10 am

포켓몬GO의 탄생비화와 그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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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휴가로 미국에 다녀왔는데 마침 샌프란시스코로 입국한 7월6일이 포켓몬GO가 발표되는 날이었다. 미국을 뒤흔든 포켓몬GO광풍을 그대로 실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런 혁신적인 게임이 나올 수 있었는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최근 포브스지 기사를 인상깊게 읽었다. 포켓몬GO를 만든 나이앤틱랩스가 1년전까지만해도 구글의 사내벤처였고 계속 존속될지 생사의 기로에 섰었다는 내용이다. 워낙 흥미롭고 우리에게 시사점도 있어서 그 내용을 가볍게 메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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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행키 나이앤틱랩스CEO의 트위터사진.

나이앤틱랩스 CEO인 존 행키는 텍사스 시골출신이다. 그는 텍사스주립대를 졸업하고 90년대중반 UC버클리 하스스쿨에서 MBA과정을 밟았다. 여기서 만난 클래스메이트의 3D롤플레잉게임을 만드는 스타트업에 합류하면서 그의 창업여정이 시작됐다. 그는 2000년 공동창업한 키홀을 2004년에 구글에 3천5백만불에 매각하면서 구글에 조인한다.

구글을 몇달만 다니다 바로 떠날 줄 알았던 그는 예상과 달리 10년넘게 구글에서 일하게 된다. 구글어스와 구글맵 개발 등을 지휘했던 그는 2010년에 구글 샌프란시스코오피스에서 구글의 비밀게임조직을 만들고 나이앤틱랩스라고 이름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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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위치기반 모바일게임인 잉그레스를 2012년말에 발표했다. 이 게임은 전세계에서 열렬한 사용자층을 형성하는 등 어느 정도 성과는 냈지만 큰 성공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정도였다.

2014년 봄 행키는 위치기반게임에 잘 알려진 캐릭터들을 조합해 만들어보는 것을 꿈꾸기 시작했다. 마리오나 돈킹콩 같은 캐릭터를 생각했는데 브레인스토밍과정에서 포켓몬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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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소프트웨어엔지니어로서 포켓몬 만우절장난 프로젝트를 생각해내고 실행한 노무라 테츠오상. (사진출처: 그의 링크드인)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우연히도 구글맵부문에서 일하는 일본인 소프트웨어엔지니어 노무라 테츠오라는 사람이 나이앤틱랩스와는 전혀 상관없이 흥미로운 일을 꾸미고 있었다. 만우절장난프로젝트용으로 구글맵에서 포켓몬을 사냥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구글은 매년 말도 안되는 황당한 만우절 장난프로젝트를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공개하는 전통이 있다.) 그는 친구를 통해서 포켓몬컴퍼니를 소개받아 미팅을 가졌다. 마침 편리하게도 구글재팬과 포켓몬컴퍼니는 사무실이 롯퐁기힐스 같은 빌딩내에 있기도 했다. “포켓몬CEO는 이 딜을 바로 마음에 들어했고 별다른 협상없이 일이 진행됐다”는 것이 노무라의 이야기다.

이 포켓몬챌린지 만우절장난비디오는 1천9백만뷰를 기록할 정도로 대성공을 거뒀다. 행키는 이것을 보고 노무라에게 포켓몬컴퍼니와 미팅을 주선해달라고 부탁했다. 행키는 포켓몬컴퍼니가 모바일게임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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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컴퍼니CEO인 이시하라 츠네카츠. 사진 출처 포켓몬 위키.

2014년 5월 행키는 포켓몬 CEO인 이시하라 츠네카츠씨와 통역을 대동하고 미팅을 가졌다. 그런데 열렬한 인그레스 플레이어인 이시하라는 포켓몬을 이용한 위치기반게임의 가능성을 바로 이해했고 닌텐도CEO 고 이와타 사토루씨의 허락을 받아줬다. 행키는 덕분에 그해 여름부터 포켓몬 게임제작에 들어갔다.

한편 구글안에서 나이앤틱랩스의 위치는 갈수록 애매해졌다. 구글은 회사조직을 알파벳체제로 재편중이었는데 나이앤틱은 안드로이드그룹으로 통합되는 얘기가 나왔다. 행키는 관료적인 거대조직안으로 다시 들어가는데는 흥미가 없었고 독립회사로 스핀오프하는 것을 제안해 허락을 얻어냈다. 그리고 외부VC들에게 투자를 받으러 다녔다. 기업가치를 1억5천만불로 투자를 받으러 다녔는데 포켓몬 프로젝트 이야기를 공개하지 않은 행키에게 VC들은 너무 과한 밸류에이션이라고 투자를 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당연히 그럴 것이었다.) 하지만 행키는 결국 구글, 닌텐도, 포켓몬컴퍼니로부터 오히려 당초 계획보다 더 높은 1억7천5백만불의 밸류에이션으로 3천5백만불을 투자받는데 성공한다.

알파벳Inc이 정식으로 설립된 2015년 10월에 나이앤틱랩스도 정식으로 분사했다. 처음 포켓몬 만우절 장난 아이디어를 냈던 노무라 테츠오상도 이때 구글을 떠나 나이앤틱에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로 조인했다.

***

이 흥미로운 스토리에서 내가 감탄한 몇가지 점들.

만우절장난 아이디어에서 포케몬GO가 탄생했다. 이런 장난질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

구글의 일본인엔지니어 덕분에 포켓몬이 쉽게 나이앤틱에 연결됐다. 직원의 다양성이 중요하다. 보수적인 일본회사와 처음 연락하고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데 노무라라는 구글직원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던 것 같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직원들이 많은 실리콘밸리기업들이 글로벌진출도 수월하게 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시하라 포켓몬 CEO가 선뜻 구글의 만우절장난프로젝트나 나이앤틱에게 포켓몬캐릭터를 쓸 수 있도록 허락했다. 59세의 이시하라상이 열렬한 인그레스유저였다는 점이 놀랍다. 이런 나이 많은 고위임원들도 playful하고 말랑말랑한 마인드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즐겨보는 것이 중요하다. 포켓몬CEO가 인그레스게임을 안해봤다면 이렇게 쉽게 허락을 해줬을까.

외부 투자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존 행키는 분사를 택했다. 대기업 구글이 주는 안락함을 던져버린 것이다. 5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다시 스타트업창업에 나선 것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창업가기질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

기꺼이 분사를 허락해준 구글과 거의 2천억원이라는 큰 밸류에이션에 같이 투자를 해준 구글, 닌텐도, 포켓몬컴퍼니가 놀랍다. 존 행키가 외부 유명VC투자를 받아오지 못했음에도 믿고 거액을 투자해줬다.

구글이야 그렇다고 쳐도 보수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본회사들이 이렇게 유연하게 움직였다는 것이 놀랍다. 대기업의 내부 혁신이 어려운 시대에 어떻게 하면 조직내부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제품을 키우고 잘 살려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인 것 같다.

2천억원의 기업가치로 분사한 나이앤틱의 포켓몬GO는 지금 하루에 6백만불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5~6조원정도로 얘기되고 있다. 물론 이 포켓몬GO의 열기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게임역사에 중요한 이정표를 찍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8월 4일 at 9:37 pm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 온 인공지능비서-아마존 에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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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한국을 강타한 알파고 충격.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충격의 4대1 패배를 당한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인공지능이 바꿀 미래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것을 모두 깨닫게 됐다. 정부는 대책회의를 열고 5년간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또 대기업주도의 인공지능연구소를 세우기로 했다. 갑자기 호떡집에 불이 난 느낌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것이 있다. 인공지능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와 있다. 미국의 가정에는 지난해부터 인공지능비서가 급속하게 보급되고 있다. 그리고 그 이름은 아마존 에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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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에코 홍보비디오에서 캡처한 사진.

아마존 에코 홍보비디오에서 캡처한 사진.

지난해말 미국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화제의 제품을 하나 사왔다. 아마존에서 나온 에코라는 원통형 무선 블루투스 스피커다. 180불로 좀 비싸다. 이미 블루투스 스피커는 많이 있는데도 이 제품을 구입한 이유는 우선 호기심 때문이었다. 2014년 여름 아마존은 파이어폰이라는 첫 스마트폰을 내놨다가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그런 다음 2014년 11월에 평범해 보이는 원통형 스피커를 내놓은 것이다. “누가 저런 것을 살까. 아마존도 어지간히 만들 것이 없었나 보다”하는 생각도 잠시, 이 제품은 놀랄만한 히트상품이 됐다. 아마존에서 에코에 3만6천개의 리뷰가 달렸으며 평균 평점은 5점만점에 4.4점이다. 조사기관인 CIRP에 따르면 에코는 3월현재 에코는 미국에서는 4백만대가 팔렸다.

[에코의 쓰임새를 잘 설명한 아마존 홍보 비디오. 한번 보시길.]

다른 블루투스 스피커와 차별화되는 이 제품의 특징은 목소리로 대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비서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항상 켜져있기 때문에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그냥 “알렉사”라고 부르면 번쩍거리며 스피커가 깨어난다. “플레이 뮤직”이라고 음악을 틀어달라고 하면 알아서 미리 아마존클라우드에 저장해 둔 곡을 틀어준다. 소리가 너무 크면 “볼륨 다운”이라고 하면 된다. 음악재생을 중단시키려면 “알렉사, 스톱”이라고 하면 된다. 라면을 끊일 때도 냄비에 면을 넣으면서 “알렉사, 셋더타이머포포미닛”이라고 하면 된다. 그러면 4분뒤에 알람을 울려준다.

영어원어민이 아닌 관계로 이 제품을 집에 가져와서 좀 유치하게 쓰고 있지만 아내는 아주 편리해 한다.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거나 요리를 할 때 음악을 듣는 용도로 주로 쓴다. 손을 뻗어 스마트폰을 누를 필요가 없이 음성으로 켜고 끌 수 있으니 편하다는 것이다.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춘 제품인 것이다. 스마트폰을 조작해서 특정 음악을 틀거나 날씨를 알아보거나 뉴스를 읽는 것은 번거로울 수 있다. 하지만 말로 명령하는 것은 4살짜리 어린 꼬마도 쉽게 할 수 있다. 더구나 집안 어디에서나 “알렉사”하고 부른 다음에 물어보면 대답해준다.

사물인터넷(IoT) 대응 제품을 연결하면 음성으로 조명을 켜거나 끌 수 있다. 아마존을 통해 자주 쓰는 일용품을 주문할 수 있다. 피자를 주문하거나 심지어 차고에 있는 자동차의 시동을 미리 켜거나 우버택시를 호출할 수도 있다. 편리한 인공지능 개인비서다. 심지어 아이들은 알렉사와 친구처럼 대화하기도 한다.

에코의 성공에 고무된 아마존은 이 제품을 사물인터넷 허브로 만들기 위해서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와 쉽게 연결될 수 있도록 표준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확장성을 높였다. 인터넷에 보면 심지어 아마존 에코와 테슬라 전기자동차를 연결해 “알렉사, 테슬라를 차고에서 꺼내라”라는 명령으로 테슬라를 차고에서 자동으로 꺼내는 사람까지 나왔다. 아마존 리뷰에 한 사용자는 “알렉사, 내 사랑. 알렉사가 온 뒤로 외롭지 않게 됐다”고 고백하기까지 했다.

아마존 에코가 파이어폰의 처참한 실패를 딛고 나온 제품이라는 것이 재미있다. 파이어폰은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개발된 음성인식, 인공지능 기술이 에코에 적용되는 바람에 의외의 히트상품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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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gle Home

이렇게 에코돌풍이 일어나자 이번에는 구글이 반격에 나섰다. 구글은 지난 5월 18일 열린 구글개발자컨퍼런스에서 ‘구글 홈’이라는 무선 블루투스 스피커를 올해말에 내놓는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컨퍼런스에서 보여준 데모동영상에서 한 가족이 이 스피커를 중심으로 바쁜 아침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헤이 구글”이라고 스피커에 말을 걸며 아들방에 불을 켜라고 시키기도 하고, 저녁식당예약시간을 변경해달라는 요청도 쉽게 한다. 아이들은 숙제를 하면서 어려운 내용을 몰래 구글 홈에게 물어본다.

[구글I/O컨퍼런스에서 공개된 구글 홈 홍보 동영상. 역시 아마존 에코처럼 온가족이 다같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컨셉으로 만들었다.]

과연 구글 홈이 아마존 에코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가가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구글에 이어 애플도 아마존 에코 대항마를 개발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스피커형태의 인공지능비서 개발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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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공지능비서는 모바일메신저안으로도 침투중이다. 페이스북이 최근에 발표한 챗봇은 메신저서비스를 통한 인공지능 고객응대 서비스다. 사람들이 페이스북메신저에서 대화형식으로 쇼핑도 하고 뉴스와 교통상황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신문사인 월스트리트저널, 의류회사인 H&M, 꽃배달회사인 800플라워스 등이 페이스북의 챗봇기능을 우선 도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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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챗봇을 이용해 하이얏호텔을 예약하는 모습. 사진출처: 페이스북]

예를 들어 메신저창에 대고 “꽃을 보내고 싶어요. 장미꽃이요.”, “이런 꽃다발이 있는데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챗봇]”, “1번이 좋겠네요.”, “누구에게 보내실 겁니까. 이름과 주소를 알려주세요.[챗봇]” 이런 대화를 인공지능봇과 나누면서 물건을 주문하게 되는 것이다.

구글도 개발자컨퍼런스를 통해 ‘알로’라는 인공지능 모바일메신저를 내놨다. 이 메신저에는 구글비서가 들어가 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우리 근처 한국식당에 가서 점심할까?”라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해보자. 구글비서가 끼여들어서 “근처 한국식당은 1. 아리랑 2. 무궁화 3. 금강산이 있습니다”라고 알려준다. 그런 다음 친구와 “아리랑이 맛있겠다. 1시가 어떨까”, “그래, 그렇게 하자”고 대화가 오간다면 구글비서가 “1시 아리랑으로 예약을 완료했습니다”라고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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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눈치빠른 인공지능비서와 음식점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소위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주는) 비즈니스환경 덕분이다.

이처럼 싫든 좋든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다. 아마존 에코나 구글을 음성으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문화를 가진 미국에서는 일반인들이 거부감 없이 이런 인공지능비서를 이용하는 시대다. 가족끼리 같이 이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아마존 에코는 이미 천만명이상이 이용하고 있을 것이다.

구글은 아예 ‘알파고’를 일상생활에 비서로서 파견할 기세다. 이들 인공지능비서는 스피커의 모습으로, 스마트폰의 모습으로 조용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필요할 때 끼여든다. 지금까지는 “알렉사”하고 물어봐야 답을 하지만 앞으로는 물어보기도 전에 척척 “아기 기저귀가 거의 다 떨어졌습니다. 미리 주문해 둘까요”라고 먼저 말을 걸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프라이버시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된다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애플 같은 회사들은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파악하는 ‘빅브라더’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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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미커의 인터넷트렌드2016 슬라이드에 나온 아마존 알렉사 플랫폼의 목표. 음성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둑고수들의 수를 학습해서 실력을 키운 알파고처럼 수백만명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아마존 에코는 갈수록 더 똑똑해진다. 얼마지나지 않아 나와 대화하는 상대가 진짜 사람인지 컴퓨터인지 분간하기도 어려워질지 모른다. 소리소문없이 조용히 인간세상에 들어오는 이런 인공지능컴퓨터와 어떻게 같이 살아갈 것인가. 우리 아이들의 일자리를 이들이 빼앗아가는 것은 아닐까. 고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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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에 기고했던 글을 업데이트.

Written by estima7

2016년 6월 6일 at 2:56 pm

창업자의 호기심은 기업의 성장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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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에 보도된 소프트뱅크 손정의회장 닛케이신문 인터뷰와 NYT의 구글 래리 페이지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서 세상을 바꾸는 기업을 만들어낸 창업자들에게는 뭔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마르지 않는 호기심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 기업의 성장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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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회장은 닛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범으로 여기는 경영자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일본에서는 혼다자동차의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郎)상을 가장 좋아합니다. 제가 젊었을 때 혼다상과 같은 치과에 다닌 인연으로 그의 생일을 축하해 드리자 자택에서 열리는 파티에 초청받은 일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젊었고 무명이었습니다. 그 곳에는 거물급 인사들이 가득 있었습니다. 하지만 혼다상은 나를 붙잡고 “PC란 것이 무엇이냐?”, “CPU(중앙연산처리장치)라는 것은 뭐냐?”, “그것이 진화하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 등 계속해서 질문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설명을 해드리면 그는 눈을 반짝거리며 “그런 것이구나! 대단하다!”라며 진심으로 감동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혼다자동차가 잘 나가는 이유는 여기에 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감동해주는 할아버지(오야지)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혼다의 엔지니어들이 얼마나 열심히 할까 하는 생각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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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혼다 소이치로를 검색하니 ‘엔지니어’라고 나온다.

장인정신으로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를 만들어낸 혼다 소이치로가 어떤 사람인지 대충 짐작이 간다. 그는 생전에 직원들에게 사장님으로 불리는 것을 싫어했고 ‘오야지'(할배)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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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래리 페이지의 집착이 구글의 비즈니스가 됐는가”라는 NYT의 기사에는 이런 부분이 나온다.

3년전 록히드마틴의 핵융합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엔지니어인 찰스 체이스씨가 구글이 주최하는 컨퍼런스에 갔을 때다. 그는 소파에 앉아있었는데 처음보는 남자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들은 20분동안 핵융합반응을 통해 어떻게 태양에너지 같은 클린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에 대해서 토론했다. 그리고 나서 체이스씨는 그 남자의 이름을 물어봤다.

“저는 래리 페이지라고 합니다.” 그제서야 체이스씨는 자신이 억만장자인 구글의 창업자 CEO와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에게는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아’하는 투의 느낌이 전혀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했죠.”

래리 페이지는 이제는 지주회사 알파벳의 CEO를 맡고 그룹(?)의 주력인 구글의 CEO자리는 순다 피차이에게 맡겼다. 그리고 자신은 구글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쓴다.

래리 페이지는 과학자나 엔지니어들이 모이는 컨퍼런스에 가서도 전혀 티를 내지 않고 행사의 대부분 자리를 지키고 내용을 다 듣는 경우가 많아 주위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너무 자연스럽게 청중들속에 녹아들어가 실리콘밸리밖에서 온 사람들의 경우 그가 구글의 창업자인지 전혀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넘치는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이렇게 행동하는 것인데 컴퓨터 공학과 교수였던 래리 페이지의 아버지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로보틱스컨퍼런스 등에 아들을 데리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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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래리 페이지의 이름을 검색하니 ‘컴퓨터 과학자’로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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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의 호기심을 이야기하니 네이버 김상헌대표께 들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이야기도 생각난다.

 

 

김 대표는 2011년 11월, 실리콘밸리의 저명한 벤처투자가인 유리 밀너(YuriMilner)의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밀너의 생일파티에는 실리콘밸리의 유명 인사들이 다 모여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한국의 인터넷 기업 CEO에게는 관심조차 없다는 듯 건성으로 인사를 하고는가버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풀이 죽어 있던 김 대표 앞에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서 있었다. 김 대표는 자신이 한국 최고의 검색엔진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CEO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저커버그가 예상외로 반색을 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네이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궁금한 것이 많은데 내일 우리 회사에 와서 좀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없겠느냐”. 다음 날 아침 비행기로 귀국할 예정이었던 김 대표가 정중히 거절하자 저커버그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다음에 오면 꼭 연락해달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김 대표는 다른 오만한 실리콘밸리 거물들과 달리 의외로 겸손하고 호기심 많은 저커버그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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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를 구글에서 검색하니 ‘컴퓨터 프로그래머’라고 나온다.

이렇게 호기심이 넘치는 창업자들이 이끄는 회사들이 잘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 래리 페이지의 알파벳(구글)은 곧 시가총액에서 애플을 꺾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회사로 등극할 전망이다. 생각해보면 역시 호기심이 넘치는 창업자 CEO 스티브 잡스가 사라진 애플이 쭉쭉 떠오르는 구글과 페이스북을 상대하기 벅찰 것 같다.

우리에게는 이렇게 호기심 넘치는 창업자 CEO가 건재한 회사가 있는가? 한국의 재계에 이런 사람들이 이끄는 회사가 별로 없다는 것이 한국경제가 가진 숙제가 아닐까 싶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1월 24일 at 10:45 pm

우버, 구글, 테슬라가 바꾸는 자동차업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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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온지 이제 2년쯤 됐다. 그리고 일년에 1~2번씩 실리콘밸리에 다시 출장을 갈 기회가 있다. 그때마다 세상이 얼마나 빨리 바뀌고 있는지를 보고 놀란다. 특히 우버, 구글, 테슬라 등이 만들어 내는 파괴적인 혁신을 보면 미래가 두렵기까지 하다. 세계의 자동차와 운송업계에 혁명적인 변화가 진행중이다. 실리콘밸리에서 볼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을 소개한다.

#우버

실리콘밸리에 매번 갈 때마다 우버 같은 스마트폰으로 부르는 승차 서비스가 생활속으로 점점 더 깊이 침투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 내가 아는 지인들은 모두 다 우버의 이용자가 됐고 심지어 여행자들도 아무렇지 않게 우버를 불러서 이용한다.

우버풀화면

지난 9월 컨퍼런스참석차 샌프란시스코에 갔을 때의 일이다. 시내에서 외곽에 있는 컨퍼런스행사장에 가는데 우버앱을 실행하니 우버풀(UberPool)이라는 새 서비스가 나왔다. 우버를 이용한 일종의 합승인데 샌프란시스코시내에서는 어디나 7불이면 갈 수 있다. 대신 같은 방향으로 가는 다른 1명의 손님과 동승해야 한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승객이 없으면 혼자서 가도 되고 그래도 7불만 내면 된다.) 덕분에 택시를 타면 수십불이 나올 거리를 7불로 편하게 다녔다. 우버의 트래비스 캘러닉 CEO는 “우버풀은 버스나 지하철같은 대중교통수단보다 더 저렴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버가 택시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수단과도 경쟁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출장에서 만난 웰스파고은행의 이주희부사장은 “우버만큼 생활에 큰 변화를 준 서비스는 없는 것 같다”며 “우리집 꼬마는 택시는 모두 우버라고 생각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교외에 사는 그녀는 남편과 함께 차 2대를 소유하고 있는데 1대는 팔아버릴 생각이다. 우버덕분에 필요가 없게 됐다는 것이다. 우버의 보안최고책임자인 조 설리번은 패스트컴퍼니지 인터뷰에서 “나는 우리가 택시와 경쟁하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우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차를 운전하고자 하는 욕구와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하나면 원할 때 차를 부를 수 있는데 자동차가 왜 필요하냐는 것이다. 멀지않아 우버의 영향으로 미국의 자동차판매대수가 둔화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올지도 모른다.

#구글이 개발하는 자율주행자동차

구글셀프드라이빙카

사진출처 : 구글

구글은 지난 9월말 마운틴뷰의 구글본사건물 옥상주차장을 비우고 색다른 행사를 열었다. 기자들을 초청해서 구글의 자율주행자동차 시승행사를 가진 것이다. 컵케이크처럼 생긴 귀여운 모습의 구글카에는 운전대와 페달이 없다. 대신 출발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운행을 시작한다. 구글이 직접 제작한 이 프로토타입 자동차는 차량에 달린 센서로 축구장 2개 거리까지 360도 사방을 살필 수 있다. 기자들은 2분동안의 탑승시간동안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구글 직원 같은 장애물을 적당히 피해 천천히 안전하게 주행하는 무인운전차량을 경험했다.

구글카가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 스쿨버스를 인식하고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멈춰서 기다린다. (사진출처 : 구글)

구글카가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 스쿨버스를 인식하고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멈춰서 기다린다. (사진출처 : 구글)

사람을 인식하는데서 더 나아가 구글카는 사람의 제스처가 무슨 뜻인지도 식별하고 있다. (사진출처 : 구글)

사람을 인식하는데서 더 나아가 구글카는 사람의 제스처가 무슨 뜻인지도 식별하고 있다. (사진출처 : 구글)

첨단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구글카는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2009년부터 테스트를 시작한 구글의 자율주행자동차는 이제 단순한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신호등과 횡단보도, 공사표지판, 자전거, 행인 등으로 가득찬 일반도로를 달리며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수천가지의 다양한 상황을 학습하게 되면 무인운전차는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더 안전한 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360도 사방으로 사람이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까지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술취한 운전자가 나타나 무인운전차를 들이받지 않는한 큰 사고가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구글이 무인운전차를 테스트하면서 일어난 9건의 경미한 사고는 모두 다른 차를 운전하고 있는 사람의 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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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무인운전차 개발프로젝트를 총지휘하는 크리스 엄슨은 CBS 60미닛 인터뷰에서 “지금 11살짜리 아들이 4년반뒤면 운전면허를 딸 수 있게 된다”며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하니 자율운전기능이 추가된 테슬라 모델S

테슬라모델S의자동운전기능대시보드

테슬라모델S의자동운전기능대시보드

전기자동차분야에서 계속해서 혁신을 해나가고 있는 테슬라는 모델S의 소프트웨어를 7.0으로 업그레이드한다고 10월중순 발표했다. 이번 업그레이드에서는 고속도로에서의 자동운전기능이 들어갔다. 이 기능을 켜면 자동으로 차량흐름에 맞춰 운전을 해준다. 깜빡이를 켜면 자동으로 안전하게 다른 차선으로 옮겨간다. 자동주차기능도 생겼다. 이런 기능은 벤츠 등 다른 고급차량에도 비슷하게 들어가 있다.

하지만 테슬라가 대단한 것은 신모델이 아닌 기존에 구매한 차량에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 하면 성능이 더 좋아지도록 했다는 것이다. 테슬라의 차를 사람들이 “바퀴달린 아이폰”이라고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또 하나 테슬라가 대담한 것은 규제당국을 아랑곳하지 않고 어찌보면 위험한 이 베타버전의 기능을 수만명의 테슬라고객들에게 공개해 버렸다는 점이다. 자동운전기능을 고속도로에서만 사용하고 꼭 운전대에 손을 올려놓으라는 경고문이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고속도로가 아닌 곳에서도 잘 작동하고 장시간 핸들에 손을 올려놓지 않아도 된다. 기존 자동차업체들은 이렇게 하다가 사고가 나면 책임을 지는 것이 두려워 선뜻 자동운전기능을 과감하게 고객들에게 제공하지 못한다. 하지만 테슬라는 그런 규제환경이나 잠재적 위험을 아랑곳하지 않고 공개해버린 것이다. 덕분에 유튜브 등에는 자동운전기능을 다양한 환경에서 테스트해본 사용기 동영상이 가득 올라오고 있다. 고객들이 나서서 테슬라를 위해 테스트를 해주고 있는 셈이다. 이런 고객들의 테스트데이터는 모두 자동으로 테슬라에게 인터넷을 통해 전송된다.

이번 발표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3년정도면 A지점에서 B지점으로 가는데 운전자는 자면서 갈 수 있는 차가 준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테슬라 모델S의 자동운전기능을 한국의 도로에서 테스트한 분이 있다. 그런데 잘 작동한다.

#무인운전차 기술에 투자하는 우버

무인운전차 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구글이나 자동차회사뿐만이 아니다. 우버도 투자중이다. 우버는 카네기멜론대학과 제휴해 무인운전차와 로봇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카네기멜론출신 연구자들을 40여명 스카웃해갔으며 이 대학에 60억원이상을 기부해서 관련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업계관계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우버가 무인운전차에 관심을 갖는 것은 우버에 대한 높은 승객수요에 비해 운전자공급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또 무인운전차를 통해서 승객을 수송하면 우버이용요금을 낮출 수 있다는 노림수도 있다. 패스트컴퍼니지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우버기사로 활동하는 사람은 전세계에 1백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우버는 매일 2백만회의 승차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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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소개한 실리콘밸리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자동차업계에 혁명적인 변화가 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국내자동차업계관계자는 이런 얘기를 했다. “그동안 자동차회사의 핵심경쟁력은 엔진과 변속기를 잘 만드는 기술이었다. 이것은 후발자동차회사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모터가 중심이 되는 전기차세상이 되면 경쟁의 규칙이 바뀌어 버린다.”

게임의 규칙이 완전히 바뀌어 버리는 것이다. 우버와 전기차, 그리고 무인운전차가 떠오르는 세상에서는 소프트웨어개발능력이 핵심 경쟁력이 된다.

우버의 핵심경쟁력은 단지 스마트폰앱을 통해서 전세계 60개국 3백여개의 도시에서 1백만명의 운전기사가 매일 2백만회의 승차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능력이다. 각 도시마다 천차만별로 다른 환경에서 움직이는 수백만명의 차량과 승객을 최적화시켜서 이동시킬 수 있는 노하우인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우버는 우리돈으로 약 60조원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세계최대의 스타트업이 됐다. 한국에서 두번째로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인 현대자동차의 36조원 시가총액의 두배가까운 규모다. 우버가 전세계 많은 국가에서 규제당국과 충돌하고 있지만 생활속에서 매일 편리하게 우버를 사용하고 있는 실리콘밸리 주민들은 우버편을 드는 사람이 많다. 구글과 테슬라가 만드는 첨단 자동차에 열광하는 얼리어답터들이다. 그들은 이런 트렌드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런 세상의 변화에 한국은 깜깜한 편이다. 어떤 벤처투자가는 한국의 대기업사장에게 우버의 기업가치가 현대자동차의 2배라고 설명하자 그가 “세상 말세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웃었다. 우버를 일개 택시회사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나온 반응일 것이다.

이런 우버와 무인자동차, 전기차 등의 혁명적인 변화에 한국이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런 혁신을 거부하지 않고 우호적으로 끌어 안는 자세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프트웨어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토요타가 실리콘밸리 리서치센터의 수장으로 영입한 길 플랫박사.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토요타가 실리콘밸리 리서치센터의 수장으로 영입한 길 플랫박사.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심지어 세계최대의 자동차회사인 토요타도 이런 트렌드에 뒤질세라 지난주 향후 5년간 10억불을 들여 팔로알토에 인공지능리서치센터를 만든다는 발표를 했다. 그리고 인공지능분야의 권위자인 미국인 길 프랫박사를 총책임자로 임명했다. 이 길 프랫박사는 이런 말을 했다.”이런 시도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자동차회사중 하나(토요타)를 세계의 톱소프트웨어개발회사중 하나로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토요타는 성공적인 하드웨어회사에 멈추지 않고 소프트웨어기술을 융합시킨 새로운 회사로 변신해서 사회에 공헌할 것입니다. 그것이 내가 토요타에 합류한 이유입니다.”

나는 요즘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우는 시대이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 대기업들도 소프트웨어역량을 키우기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곳곳에 다니면서 하고 있다. 그런데 토요타도 확실히 그것을 깨닫고 있는 모양이다.

한국도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이런 혁신이 한국에서도 나올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정비하고 소프트웨어인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자. 자동차회사에 있어서 부동산에 10조원을 투자하는 것보다 소프트웨어기술에 그런 투자를 하는 것이 휠씬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무인자동차시대가 눈앞에 있다.

/한국일보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Written by estima7

2015년 11월 8일 at 10:51 pm

마션의 원작자 앤디 위어의 1년8개월전 구글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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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een Shot 2015-10-11 at 8.12.49 AM

화제의 소설 마션(The Martian)을 읽고 영화도 봤다. 맷 데이먼 주연,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마션은 원작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살린 훌륭한 영화다. 다만 원작을 읽은 분들은 책에서 마크 와트니가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이 많이 생략되어 있어서 아쉬웠을 것이다.

책과 영화의 여운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나는 유튜브를 검색해서 마션의 원작자인 앤디 위어가 1년8개월전에 구글에서 가졌던 강연동영상을 찾아냈다. 호기심에 약간 들여다본다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끝까지 다 봤다.

흥미로웠던 포인트 몇가지를 메모.

  1. 앤디 위어가 소설 집필을 위해 만든 Orbit이라는 프로그램. (14분 40초지점 소개)

Screen Shot 2015-10-10 at 11.10.17 PM

위어는 마션을 과학적으로 정확히 쓰기 위해서 실제 지구, 화성, 그리고 헤르메스호의 궤적을 시뮬레이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소설내에 나오는 헤르메스호의 항해궤도와 지구와의 통신소요시간 등은 모두 이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뒤에 쓴 것이라고 한다. 작품에 묘사되는 내용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직접 코딩까지 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소설가가 얼마나 많이 있을까.

2. 그가 마션을 출간하게 된 과정.(22분지점)

마션은 원래 그가 블로그에 토막토막 쓰던 글이다. 인기를 얻자 독자들이 “읽기 쉽게 한권의 전자책으로 엮어줄 수 없느냐”는 요청을 했다. 그래서 킨들에 넣어서 읽기 쉽도록 하나로 모아서 ePub, mobi 포맷으로 만들어서 그의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그러자 그것도 어렵다며 “킨들에서 다운받아 볼 수 있도록 아마존에 올려줄 수 없느냐”는 요청이 들어왔다. (전자책파일을 다운받아 킨들에 파일로 전송하는 것은 처음해볼때는 조금 복잡하긴 하다.)

그래서 그가 아마존 킨들플랫폼을 확인해보니 누구나 전자책을 쉽게 출간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다만 아마존은 자선단체가 아닌지라 최소가격으로 99센트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었다. 어쨌든 독자를 위해서 그는 99센트에 아마존 킨들버전으로 책을 공개했다.

그리고 그는 아마존의 전자책 유통능력에 놀랐다. 그의 웹사이트에서 공짜로 공개한 것보다 휠씬 많은 사람들이 킨들을 통해서 그의 책을 99센트에 구매해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SF소설 랭킹 톱 10에 오르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읽게 됐다.

그렇게 조금씩 주목을 받게 되자 랜덤하우스의 줄리안이란 편집자가 그의 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위어에게 바로 접촉하지는 않고 북에이전트인 데이빗에게 “이 책 한번 읽어보고 출간계약을 할만한지 의견을 달라”고 했다. 그러자 데이빗은 책을 읽고 나서 “충분히 출간할 만한데 잠깐만 내가 먼저 이 작가의 전속에이전트로 계약해야 겠다”고 하고 위어에게 연락해서 먼저 에이전트계약을 했다. 순발력이 대단하다. 그리고 데이빗이 나서서 랜덤하우스와 출간계약을 해줬다.

마션의 미국판 북커버.

마션의 미국판 북커버.

한마디로 위어는 돈에도 관심이 없었고, 책을 유명출판사와 계약하는데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콘텐츠의 내용이 워낙 좋으니 독자의 호응으로 SF웹소설이 저절로 주류시장의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자가출판(Self publishing)이 가능한 아마존 킨들이라는 플랫폼의 힘이 있었다. 즉, 이런 전자책 플랫폼을 통해 앞으로는 숨겨진 좋은 작가들이 더욱 더 쉽게 나올 수 있게 될 것 같다.

3. 화성의 모래폭풍.(32분40초지점)

마션은 대단히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쓰여진 책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옥의 티가 있는데 그것은 도입부에 나오는 모래폭풍이다. 화성의 대기밀도는 지구에 비해서 극히 낮기 때문에 주인공 마크 와트니가 부상을 입고 날라갈 정도의 모래폭풍이 생길 가능성은 아주 낮다. 작가인 위어는 이 강연 동영상에서 “비밀인데 사실은 화성에 강력한 모레폭풍은 없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극적인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 이 부분은 타협을 했다”고 이야기한다.

***

Screen Shot 2015-10-11 at 10.46.54 AM

앤디 위어는 이 구글에서의 강연을 책이 정식 출간된지 이틀만에 했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편한 분위기다. 유명해지기 전이어서 그런지 청중도 많지 않다. 덕후스러운 분위기가 넘치는 구글직원들의 질문도 재미있고, 그런 질문에 자신있게, 재치있게 답하는 위어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예를 들어 NASA의 조직과 내부 정치가 너무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다고 혹시 직접 취재하고 쓴 것인지 상상한 것인지 물어보는 질문에 “다 만들어낸 것이다.(Made it all up!)”이라고 일말의 주저도 없이 자신있게 대답하는 모습이 매력적이다.(29분20초지점)

낙천적인 성격에 어떤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문제의 해결방법을 과학적으로 모색하는 마션의 주인공 마크 와트니의 캐릭터는 앤디 위어 그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20세기 폭스사가 판권을 사갔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 책이 영화화될지 모른다는 얘기도 한다.

또 그는 당시 모바일아이언이라는 회사의 안드로이드개발자로 일하고 있었는데 다음 책이 계약되면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작가가 될 것이라는 말을 한다. 지금은 아마도 그렇게 됐을 것이다.

어쨌든 그의 강연동영상에서 기술의 진보에 대해 항상 낙천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실리콘밸리 사람들의 모습을 봤다. 이 책을 쓴 계기도 사람을 화성에 보낸다면 어떻게 할까를 과학적으로 상상해보면서 쓰기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앤디 위어에게서 전형적인 실리콘밸리 긱(Geek-덕후)의 모습을 봤다. (자기는 자신을 Dork이라고 표현한다. Dork은 Geek보다도 더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다. 좀 심한 오타쿠라고 할까.) 이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실리콘밸리가 실리콘밸리인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깨달은 것. 미국에서는 이런 과학소설이 실제로 사람들에게 우주탐사에 대한 동기부여를 해주는 강력한 로켓같은 추진력을 낸다. 그렇게 해서 미국의 과학기술이 항상 세계를 리드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Written by estima7

2015년 10월 10일 at 11:38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