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the ‘경영’ Category
일론 머스크 60 Minutes 인터뷰

미국 CBS방송의 유명 시사프로그램인 60 미닛츠에서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를 인터뷰했다. 2008년에 그를 인터뷰하고 10년만이라고 한다. 14분짜리 인터뷰에서 그의 트윗 스캔들, 테슬라 도산위기와 극복 과정, 가혹한 공장 노동환경 등에 대해서 나온다. 흥미로운 인터뷰라 가볍게 메모.

두 사람이 대화를 하면서 화면 가득히 생생한 표정이 나오는 편집이 좋다.

내게 흥미로웠던 부분은 테슬라가 올초 모델3 생산량을 맞추지 못해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을 때 이렇게 테슬라공장 주차장에 3주만에 텐트공장을 세워서 위기를 극복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2개 라인의 지나친 자동화 때문에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었는데 이 제3 텐트공장 라인을 세워서 사람들을 투입해서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다. 순발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한국의 공장현장에서도 이렇게 대처하는 것이 가능할까하는 생각도 했다.
또 흥미로웠던 부분은 위 동영상이다. 10년전에 60미닛츠가 실리콘밸리의 전기차 스타트업들을 취재하면서 당시 일론 머스크를 취재했던 내용을 프로듀서가 회고했다.

당시 테슬라 공장은 이랬던 모양이다. 당시 60미닛츠팀이 인터뷰했던 실리콘밸리의 자동차 회사들은 테슬라를 빼고 다 망했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다른 자동차 회사 CEO들은 문제 없다며 큰소리를 쳤지만 일론 머스크는 굉장히 솔직했다고 한다. 당시도 그는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고 했다.

10년전의 더 앳된 얼굴이다.
당시 그는 “생각한 것보다 회사를 살리는데 돈이 많이 든다”고 했다. 그래서 레슬리 스탈이 “얼마나 많이 개인 돈을 넣었냐”고 물어본다. 그러자 그는 “5천5백만불”이라고 대답한다. 지금 환율로 해도 600억원이 넘는 거액이다.

이 말을 듣고 레슬리 스탈도 깜짝 놀란다.

“10년전에 만났을 때 직원수가 몇명이었나?”, “약 500명이었다.”
“지금은 얼마나 되나?”, “거의 5만명이다.” 테슬라의 일자리는 10년만에 100배 성장했다. 거의 5만명의 고용을 새로 창출한 것이다. 여기에는 디트로이트에서 온 인력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레슬리는 또 “10년전에 내가 성공할 것 같냐고 물어봤을 때 당신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일론은 “그때는 사실 거의 실패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레슬리가 “지금은 어떻냐”라고 하자 “이제는 거의 성공할 것 같다”고 답했다.

50조원이 넘는 시총의 회사가 되서도 테슬라만큼 파산설에 시달린 회사도 없을 것이다. 물론 그만큼의 무모한 도박과 같은 도전을 했기 때문이고 모델3를 일주일에 5천대씩 생산하겠다는 호언장담을 못맞췄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페이스X도 그렇고 일론 머스크만큼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해서 이뤄낸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의 솔직함과 지치지 않는 도전정신이 엿보이는 인터뷰여서 가볍게 메모해 본다. 앞으로 또 5년후 10년후 테슬라는 어느 정도 회사가 될까. 테슬라의 미래가 정말 궁금하다.
[추천] 장병규의 스타트업 한국
장병규의 스타트업 한국 (Yes24링크)
4차산업혁명위원장 장병규대표의 스타트업 입문서. 스타트업이 뭔지에 대해서 가족에게 설명해준다는 마음으로 쓴 책이라고. 학생시절부터 네오위즈 공동창업해서 성공하고, 첫눈을 창업해서 네이버에 매각하고, 또 블루홀스튜디오를 창업해서 10년여만에 배틀그라운드로 글로벌 대박신화를 만들고, 그러면서 동시에 엔젤투자자로, 본엔젤스의 파트너로 1백여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아마도) 수천개의 스타트업에 투자검토를 한 내공이 쌓여있는 책.
무엇보다 읽기 쉽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쉬운 말로 썼고, 어렵고 복잡한 내용은 다루지 않았다. 그렇다고 창업 초보자에게만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니라 나처럼 어느 정도 이 동네를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수퍼엔젤투자자인 장병규대표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책의 백미는 각 장 사이사이에 소개된 스타트업 스토리다. 네오위즈(대박성공스토리), 조이코퍼레이션(초기 어느 정도 성공이후 좌절했다가 피봇해서 순항중), 소개요(1백만뷰 다운로드를 달성했음에도 결국 폐업), 배달의 민족(강력한 경쟁사의 등장이 자극을 주고 도약하게 됨)의 사례다.
특히 내게는 조이코퍼레이션과 소개요의 이야기가 와닿았다. 특히 좋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큰 운영비부담과 벤처캐피탈의 추가펀딩에 실패한 소개요의 사례는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소중한 실패담이다. (이런 어려운 이야기를 공개하는데 동의해주었을 홍진만, 노재연 두 창업자도 훌륭하다.) 이 회사의 성장과 폐업과정에서 장병규대표의 투자와 조언과정도 인상적이었다. 좋은 투자자가 창업자에게 돈 이외에 어떤 가치를 주는지 알 수 있다.
위 4개의 스타트업 사례는 소개요를 제외하고는 내가 개인적으로도 아주 잘아는 분들의 사례인데 기자 같은 제 3자가 아니고 현장 핵심에 있었던 분이 이처럼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주니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이 책에는 창업자들을 위해서 짧고 간단하지만 핵심을 담은 좋은 조언들이 많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각 항목의 내용 설명은 책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니고 내가 간단히 요약한 것이다.)
창업자가 투자자와 교류하는데 있어서 유념해야 할 것들
-한꺼번에 만나라
계획한 투자유치기간에 가급적 여러 투자자들을 동시에 만나는 것이 좋다.
–리드투자자에게 집중하라
창업자는 해당 투자건을 이끌 수 있는 리드투자자를 확보해야 한다. (많은 투자자들이 다른 투자자의 눈치를 보며 투자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 투자자들은 의사 표현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
투자하기 전까지는 창업자의 일은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남의 일이다. 무응답이면 무작정 기다리지 말고 무엇이 문제인지 명확히 물어보는 것이 좋다.
–비전은 소수에게만 보인다
다수의 투자자가 자신의 비전을 외면해도 크게 상관할 필요가 없다. 소수의 투자자만 창업자의 비전을 믿는 경우에도 투자는 성립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가 언급하는 합리적 의심을 경청하고 고민하는 자세는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창업자의 비전이 더욱 공고해지고 구체화된다.
–투자자들에게 맞추지 말자
사업에 대한 고민은 투자자보다 창업자가 깊어야 하므로 창업자가 투자자에게 맞추는 것은 본말전도다.
–투자자와의 관계를 단절하지 말자
투자자에게 투자유치 이외에도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투자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배울 수 있고 또 투자자들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통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스타트업의 3가지 역설적 진실
스타트업 성공은 비정형적이다.
스타트업의 성공방법에는 정답이 없다. 스타트업의 성공을 정형화할 수 없다. 성공한 스타트업의 성공이유를 발견할 수는 있지만 사후적해석일 뿐이다. 모든 스타트업은 자신의 개별스토리가 있으면 저마다의 방식으로 성공한다. 그래서 사업은 남들이 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남들이 안 된다고 안 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스타트업의 평균은 실패다.
언론에 나오는 성공한 창업자는 극히 일부의 경우다. 평균은 실패라는 것을 잊지말아야 한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치열하게 협업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통해서 개인은 역량과 경험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스타트업 창업자는 오늘을 살아야 한다.
스타트업은 지금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오늘에 몰입하는 힘이 역설적으로 스타트업의 강점이다.
목차.
4차산업혁명위원회 사무실에서 장병규위원장과 찍은 사진. 이 즈음 일을 상의하러 선릉역 인근 커피숍에서 만났는데 랩탑을 하나 놓고 이 책을 열심히 최종 리뷰중이었다. 이렇게 바쁜 분이, 다 이루신 분이, 이렇게 열심히 후배들을 돕고, 나랏일을 하고, 이런 훌륭한 책까지 쓰셨다니 나는 뭐하고 살았나 반성했다…
데이빗 루빈스타인쇼 : 손정의편
흥미롭게 본 동영상 소개. 데이빗 루빈스타인쇼 : 손정의편.
유튜브에 떠서 우연히 본 인터뷰 동영상. 데이빗 루빈스타인이라는 인물이 소프트뱅크 손정의회장을 인터뷰한다. 그런데 루빈스타인은 저널리스트가 아니다. 세계굴지의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의 창업자이자 CEO로 그도 역시 3조원 넘는 자산을 가진 억만장자다. 그런 대단한 인물이 지난해부터 블룸버그에서 자신의 인터뷰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이다. 한국나이로 70세쯤 되는 거부가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또 인터뷰어로서 통찰력있는 대답을 이끌어내는 질문으로 대담을 매끄럽게 이끌어 나가는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 지난해 빌 게이츠의 인터뷰부터 워렌 버핏, 에릭 슈미트, 필 나이트 등 대단한 인물 22명의 인터뷰가 온라인에 모두 공개되어 있는데 틈틈이 봐야겠다.
어쨌든 위 손정의 인터뷰를 보면 손회장 특유의 영어화법을 느낄 수 있다. 원어민처럼 아주 유창하게 말하지는 않지만 아주 쉬운 어휘를 사용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군더더기 없이 정확하게 전달한다. 일본식 영어액센트가 조금 있지만 천천히 말하고 비교적 정확한 발음으로 말해 영어원어민이 알아 듣는데 문제가 없다. 부드러운 미소와 유머, 제스쳐로 효과적으로 자신의 스토리를 전달한다. 즉, 정말 매력적인 화술을 지닌 사람이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어떻게 해서 100조원 펀드를 조성하게 됐는지 -어떻게 사우디왕자를 45분만에 설득해서 45B달러를 투자받았는지 -그가 어떻게 한국계라는 차별을 딛고 일본에서 성장했는지 -어떻게 16세의 소년이 끈질기게 60번 넘는 장거리 전화를 걸고 도쿄의 사무실까지 쳐들어가서 맥도널드재팬 회장을 만났는지 -어떻게 버클리 재학시절 하루에 5분씩 투자해서 전자사전을 개발해 처음으로 거액을 벌게 되었는지 – 마윈의 무엇을 보고 알리바바에 투자했는지 -왜 ARM을 인수했는지 등에 대해서 설명한다.
그의 인생에 돌아보는 마지막 질문에 “This is definitely exciting life. I’m having fun!”이라고 웃으며 답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주말에 시간 여유가 있는 분들은 가볍게 한번 보셔도 좋을 것 같다. 24분.
전기자동차시장을 만들고 석권해 나가는 중국정부의 산업정책
그WSJ의 “China, With Methodical Discipline, Conjures a Market for Electric Cars”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고 메모. 중국이 어떻게 잘 만들어진 산업 정책으로 전기자동차시장을 만들어냈는지에 대한 내용. 신성장산업을 키우지 못하고 우왕좌왕중인 우리의 모습과는 크게 대조적인 것 같아서 잊지 않으려고 적어본다.
위는 기사와 함께 소개된 동영상 리포트. 요지는 다음과 같음.
여러분은 테슬라, 닛산, GM의 전기자동차에 익숙할지 모르지만 이미 세계 전기차 생산량의 절반은 중국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에는 약 70만대의 전기차가 운행중이다.
중국에는 약 100가지 전기차모델이 나와있으며 지난해 35만1천대가량이 팔렸다.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절반이 중국에서 나온다.
중국에서 팔리는 전기차는 거의 대부분 중국산이다. 유일하게 의미있는 숫자를 판매한 해외전기차회사는 테슬라로 2016년 1만1천대를 팔았다.
그래서 중국은 2014년중반부터 세계 1위의 전기차시장이 됐다.
중국의 전기차붐은 중국인들이 친환경적이어서가 아니다. 중국정부의 산업정책 때문이다. 단순히 전기차를 구입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도가 아니다. 더 중요한 인센티브가 있다.
선전에서 BYD의 전기차를 소유한 통 즈비아오씨의 경우 개솔린엔진의 폭스바겐차가 있는데도 전기차를 또 구입했다. 그의 폭스바겐 번호판으로는 선전 시내에서 주행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솔린차로는 시내주행이 가능한 라이센스를 받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다. 추첨으로 배분하는데 몇년을 기다려도 안된다.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의 일선도시들은 다 이런 제한이 있다.
그러나 전기자동차를 구입하면 이런 시내운행제한이 없는 번호판을 바로 받을 수 있다.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전기차를 구입하면 68%의 각종 인센티브외에 시내운행허가까지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중국은 전세계 전기자동차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지난해 전기차판매량 35만대규모에서 중국정부는 2030년까지 매년 1천5백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는 규모로 전기차시장을 키울 목표다. 그렇게 해서 2025년까지 중국전기자동차회사 2곳을 전기차 월드리더 회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중국정부는 가까운 미래에 개솔린차의 생산과 판매를 아예 금지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중국 전기자동차회사들도 이런 중국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투자를 늘리고 글로벌브랜드로 발돋움중이다. 이미 세계최대의 전기차회사가 된 중국의 BYD는 올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모델로 기용해 광고를 만들 정도다.
중국에는 이미 1만불도 하지 않는 값싼 전기차모델이 나와서 잘 팔리고 있다. 올 상반기에 1만8천대가 팔린 Zhidou D2는 위 그래픽에 보면 가격이 약 7천불이다. 놀랍게도 1만7~8천불이 보조금 등으로 인한 할인액이다.
전기차 확산을 위한 다른 노력도 대단하다. 베이징시정부는 약 1조5천억원정도를 투입해 베이징 7만대의 택시를 모두 전기차로 교체한다고 한다.
또 전기충전소도 지금은 15만6천곳인데 2020년까지 4백80만곳으로 늘린다고 한다. 미국의 현재 전기충전소 숫자는 4만3천곳이다. 이미 중국이 단연 세계최고로 충전소가 많다.
***
이런 식으로 중국은 광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신산업을 키우고 중국 회사들을 세계 일류기업으로 키워낸다. 심각한 공해문제가 있어서도 그렇겠지만 전기차라는 새로운 산업에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중국정부의 장기적인 안목이 감탄스럽다. 개솔린, 디젤엔진의 기존 자동차시장에서는 결코 중국자동차회사들이 독일, 일본, 미국의 자동차회사들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막 새로 성장하고 있는 전기자동차시장에서는 아직 뚜렷한 강자가 없다. 중국회사들에게 큰 기회가 있는 것이다.
덕분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독일의 아우디, 미국의 GM, 포드 등이 전기차 개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GM는 2023년까지 20개의 전기차모델을 출시하며 포드는 향후 5년간 13개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 이유는 테슬라의 도전과 함께 중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전기차중심으로 규제체제를 정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전기차에 대해서 대비하지 않으면 세계최대의 시장, 중국을 통째로 잃을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자동차산업정책에는 어떤 철학이 있는지,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인지 알기 어려워서 안타깝다. 현대기아차만을 너무 우대해주는 산업정책을 펴다가 나라전체의 산업경쟁력이 기울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중국의 사례를 보면 정부의 스마트하고 강력한 드라이브가 신산업을 만들고 수많은 새로운 신흥강자회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강력한 내수시장이 있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음식주문 대기시간을 8분에서 1분으로 줄인 파네라의 디지털 혁신
2013년초쯤 보스턴근교의 파네라브레드에 갔다가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오랜만에 가본 그 가게에는 사람이 주문을 받는 계산대가 절반이하로 줄고 그 자리에 아이패드를 이용한 주문시스템이 대신 자리잡고 있었다. 화면위의 음식사진을 눌러 주문하고 신용카드를 긁고 번호표를 받아가면 음식을 테이블로 가져다 준다. 사용은 간편했다.
나는 당시 이것이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전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한겨레에 “태블릿이 고객의 주문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칼럼을 썼었다. 나는 당시에 이런 조치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것뿐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 WSJ에서 “어떻게 파네라가 모쉬핏(Mosh Pit)문제를 풀었는가”라는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모쉬핏은 공연등에서 군중이 무대앞에 몰리는 것을 뜻하는데 주문한 음식을 받으러 사람들이 몰려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파네라는 이 디지털주문시스템으로 고객이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을 평균 8분에서 1분으로 줄였다. 그리고 회사의 실적도 대폭 향상됐다.
파네라브레드는 주로 샌드위치, 샐러드, 수프를 파는 빵집이다. 가격이 적당하고 맛이 좋아서 나도 애용했던 체인이다. 일찍부터 모든 매장에서 성능좋은 무료 wifi가 제공했다. 또 Pick 2라는 메뉴는 샐러드나 샌드위치, 수프 중 2개를 골라서 반반씩 시키면 가격이 7불대로 저렴해서 자주 이용했다.
(위는 Tripadvisor에서 가져온 사진. 내가 제일 좋아하던 조합은 시저샐러드와 감자수프, 그리고 바게트 한 조각.)
문제는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많은 미국인 고객들은 점심시간에 가서 차를 주차하고 줄서서 주문하고, 음식을 픽업해서 가지고 나와서 사무실로 돌아가서 먹는다. 어쩔 수 없이 제법 시간이 걸린다. 라이코스에서 일하던 나도 점심에 나가서 파네라음식을 픽업해오는데 아무리 빨라도 30분은 걸렸다. 나는 원래 그러려니 하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파네라의 CEO 로날드 쉐이크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정말 깊이 고민했던 것 같다.
WSJ기사에 따르면 쉐이크 CEO는 이 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디지털기술로 풀고자 했다. 그리고 2012년 매사추세츠주의 파네라매장에 처음 타블렛주문시스템을 시범 설치했다. 그리고 그는 그냥 회장실에 앉아있지 않았다. 타블렛주문시스템을 설치한 파네라매장에 일주일에 100시간씩 나가서 무엇이 문제인지 주시했다는 것이다. 그가 찾아낸 것은 크게 한두가지를 고치는 것이 아니었다. 대신 수백가지의 작은 것들(hundreds of little things)를 찾아내 조정했다. 고객이 사용하는 주문대의 타블렛 UI나 주문을 받아 처리하는 직원들이 보는 키친디스플레이시스템 등의 미세하게 불편한 점을 찾아내 고친 것이다.
이렇게 한 결과 파네라매장의 디지털주문은 지금 전체주문의 26%까지 올랐다. 또 디지털주문시스템 덕분에 효율적으로 배달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전체매장의 24%에서 배달주문이 되고 연말까지 미국전체 파네라매장의 40%까지 배달주문이 가능해진다. 3불의 배달비를 내면 5불이상주문부터 배달해준다는데 내가 미국에 있었다면 매일처럼 이용했을 것 같다.
이런 혁신 덕분에 올해 1분기 미국 패스트푸드체인의 매출이 2.2% 줄어든 가운데 파네라는 오히려 5.5% 매출이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성공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내가 처음 파네라의 타블렛주문시스템을 본 2013년부터 이후 3년동안 매년 1천억원이상의 디지털 투자가 이뤄졌다. 그 기간동안 이익은 제자리였고 비용을 줄여서 이익을 늘리라는 투자자들의 압력도 거셌다. 하지만 이를 이겨낸 파네라는 2016년 1분기부터 경쟁사를 따돌리고 큰 실적 호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실적이 뒷받침되자 주가도 계속 오르기 시작했고 올해 4월에는 유럽의 JAB홀딩스가 20%의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약 8조원에 파네라브레드를 인수했다. 일종의 스타트업 엑싯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파네라의 이런 성공을 보며 대기업의 혁신 과정도 스타트업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 고객의 문제를 인식하고 기술혁신으로 고치려는 창업자 : 일주일에 100시간씩 매장에 나가서 고객을 관찰한 파네라 CEO 로널드 쉐이크.
- 디테일이 강한 실행력 : hundreds of little things를 찾아내서 고치는 실행력.
- 인내력을 가지고 장기 투자 : 매년 1천억원정도의 비용을 디지털 업그레이드에 투자. 3년간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개선이 없었음에도 끈기 있게 진행.
결국 모든 것은 리더의 비전과 실행력에 달렸다는 생각을 파네라를 보면서 했다.
가끔 내가 만나는 대기업중에 “사장님이 직원들이 스타트업처럼 일하도록 교육시켜달라고 하십니다”라는 얘기를 듣는다. 자사 직원들이 대기업에 다닌다고 안주하지 말고 스타트업 직원들처럼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어달라는 주문이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어처구니가 없다. 나는 “리더부터 스타트업처럼 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고,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직접 나서서 혁신하는 방식으로 솔선수범하셔야 됩니다”라고 조언한다. Lead by example이다.
무엇보다 파네라의 쉐이크 CEO처럼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남부러울 것 없는 큰 회사를 만들었다고 회장실에 숨어있으면 안된다. 고객의 불편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현장에 가서 살펴보고, 고객과 직원들과 대화하고, 끊임없이 작은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타블렛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찾아보니 파네라브레드의 고용인원수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만명에서 5만명으로 1만명 늘어났다. WSJ에 따르면 파네라는 음식배달 기사를 올해 1만명 더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물론 좋은 일자리는 아닐지 모르지만 어쨌든 당장 고용의 감소는 없어서 다행이다.
인공지능시대에 구글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회사는 페이스북

2006년 당시의 페이스북 모습. 출처 ( https://blog.shareaholic.com/happy-facebook-ipo-day-10-screenshots-of-the-old-facebook-designs/)
개인적으로 페이스북을 쓰기 시작한지 11년쯤 됐다. (내 지메일 메일함을 뒤져보니 2006년 10월에 가입했다.) 당시 하버드대에서 나온 대학생들을 위한 SNS라는 얘기를 듣고 호기심에 가입해 본 것이었다. 그때만해도 한국사용자는 거의 전무했다. 당시만 해도 친구와 가족끼리 안부나 나누는 서비스가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에서 이런 큰 인기를 얻고 이런 글로벌 공룡 IT기업이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당시에 내가 다니던 다음의 주위 동료들에게 페이스북을 소개해도 다들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여겼다. 나를 포함해 다들 한국사람은 싸이월드나 카페 같은 것을 쓰지 페이스북 같은 외국서비스를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페이스북은 한국인은 물론 전세계 20억명이 쓰는 서비스가 됐다. (전세계 인구가 70억인데 7명중 2명은 페이스북을 쓰는 셈이다. 14억인구의 중국에서는 페이스북이 막혀있고 인터넷이 잘 안되는 저개발국도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대단하다. 인터넷보급률이 높은 어느 정도 경제규모의 나라에서는 국민들이 대부분 활발하게 페이스북을 쓰고 있는 셈이다.)
나는 지금은 매일 페이스북에 10개이상의 글을 올린다. 내 관점에서 중요한 IT업계뉴스나 흥미로운 이슈를 내 생각을 덧붙여서 올린다. 가끔은 몇천개의 좋아요가 붙기도 하고 수백번씩 공유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길을 가다가 모르는 분에게도 “페이스북 잘 보고 있습니다”라는 인사를 가끔 받는다. 예전 신문기자 시절에 “기사 잘 보고 있습니다”라는 인사를 받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다. 그런데 그때보다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휠씬 늘어났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덕분이다. 내가 페이스북자체가 강력한 미디어라고 느끼는 이유다.
그럼 페이스북의 성공요인은 뭘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첫번째로 보통 사람의 일상사를 효과적으로 나누고 서로 반응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에 들어가면 나오는 화면이 ‘뉴스피드’인데 이것을 보고 있으면 내 친구들의 일상을 그대로 알 수 있다. 일부러 친구들의 페이지에 하나씩 방문하지 않아도 알수 있게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일종의 개인화포털인 셈이다. 관심이 가는 소식은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쓰면 된다. 단순한 것 같지만 이런 시스템은 페이스북이 처음 만든 것이다. 폭발적인 초기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두번째로는 모바일로의 성공적인 전환이다. 데스크톱웹에서 시작한 회사가 모바일시대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 2004년 시작한 페이스북은 PC화면에 최적화된 서비스로 시작했다. 아이폰은 2007년에 나왔다. 2010년즈음이 되서야 많은 회사들이 모바일앱을 만들며 모바일대응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모바일에 최적화된 서비스로 전환한 것은 물론, 그에 맞는 모바일광고플랫폼을 만들어 돈을 쓸어담고 있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올린 약 31조원의 매출중 80%이상이 모바일광고에서 왔다. 앱이코노미시대에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모바일앱을 광고하고 설치시키는데 있어서 페이스북만한 매체가 없기 때문이다. 덕분에 페이스북은 요즘 돈을 갈쿠리로 쓸어담는다.

페이스북의 2017년 1분기 실적. (출처 : The Motley Fool)
지난 2017년 1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이 80억불로 지난해 같은 동기보다 49% 상승했다. 이익은 31억불로 76%나 상승했다. 분기매출을 6조원이상 내는 회사가 아직도 이렇게 무섭게 성장하면서 영업마진도 41%나 유지한다는 것이 놀랍다. 모바일광고시장을 꽉 잡고 있기 때문이다.
세번째로 과감한 인수합병(M&A)전략이다. 창사이후 페이스북은 약 60여개의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2012년 매출도 하나도 없던 14명짜리 SNS회사를 1조원을 주고 인수했을때는 다들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회사가 인스타그램이다. 지금은 트위터를 능가할 정도로 컸고 인스타그램 인수는 IT역사상 가장 훌륭한 인수로 칭송받고 있다. 페이스북은 모바일메신저 스타트업인 왓츠앱도 2014년 약 20조원에 인수했다. VR스타트업인 오큘러스도 거의 3조원에 인수했다. 이런 과감한 인수는 페이스북이 경쟁회사를 앞서나가며 새로운 혁신을 흡수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의 리더십이다. 창업 초기 야후 등 수많은 회사들이 조단위 인수금액을 제시하며 회사를 팔라고 했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인류를 연결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끊임없이 회사를 성장시켰다. 항상 호기심을 잃지 않고 책을 읽고 외국어(중국어)를 공부한다. 수평적인 리더십으로 직원들과 대화하며 소통한다. 안팎에서 그를 지켜본 사람들은 그가 경영자로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가 건재한 동안은 페이스북은 흔들리지 않을 듯 싶다.
약 1년반전 실리콘밸리의 페이스북본사를 방문해 입사한지 얼마 안된 지인과 이야기한 일이 있다. 그는 “안에 들어와서 보니 회사의 성장세가 엄청나고 마크 저커버그의 리더십도 대단하다. 이 회사가 결국 구글을 넘어서는 회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페이스북의 주가가 90불대였는데 지금은 150불정도 된다. 당시 기억으로 시총 300조원정도였던 페이스북이 지금은 거의 500조원짜리 회사가 된 것이다. (당시 그 이야기를 듣고 바로 주식을 사지 않은 것을 계속 후회하고 있다.)
전세계 인류의 일상사를 파악하는데 있어서 구글의 검색데이터 못지 않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회사는 페이스북이 유일하다. 데이터가 승부를 좌우하는 인공지능시대에 구글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회사가 페이스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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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에 기고했던 글을 좀더 자세히 써봤습니다.
미국조정팀과 일본조정팀의 대결로 본 미국회사경영방식
일본회사와 미국회사가 로렌스강에서 카누경기를 갖기로 했다. 양팀은 경기를 앞두고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길고 고된 훈련을 했다.
경기당일 일본팀은 미국을 1마일(1.6km)차이로 이겼다. 크게 실망하고 사기가 떨어진 미국팀은 이런 참패를 당한 이유를 조사하기로 했다.
고위경영진으로 구성된 매니지먼트팀이 만들어져 참패원인을 조사하고 적절한 대책을 권고하기로 했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일본팀은 8명이 노를 젓고 1명이 타수(steering-키를 조정하는 선수)를 맡은데 반해 미국팀은 8명이 타수를 맡고 1명만 노를 저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미국팀 경영진은 컨설팅회사를 고용해서 거액을 지불하고 그들의 추가의견(second opinion)을 들어보기로 했다.
컨설팅회사는 미국팀이 너무 많은 사람이 타수(steering)를 맡고 있고, 노를 젓는 사람(rowing)은 충분하지 않다는 조언을 했다.
이후 일본팀에게 또 패배당하지 않기 위해서 미국팀의 구조는 완전히 재조정됐다. 4명의 타수 관리자(steering supervisors), 3명의 지역 타수 감독관(area steering superintendents) 그리고 1명의 보조감독 타수매니저(assistant superintendent steering manager)의 구조로 바뀌었다. 그들은 또 새로운 성과평가시스템을 도입해 1명의 노를 젓는 선수가 열심히 하면 그에 상응하는 더 많은 보상(incentive)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시스템은 ‘조정팀품질제일프로그램(Rowing Team Quality First Program)’으로 명명됐다. 그리고 수차례의 미팅과 저녁식사가 있었으며 공짜펜이 노를 젓는 선수에게 주어졌다. 새로운 노(paddles)와 카누, 기타 장비를 구입하는 것, 그리고 연습하는 만큼 추가 휴가를 주고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에 대한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그 다음해에 열린 경기에서 일본팀은 미국팀을 2마일(3.2km)차로 이겨버렸다. 모욕적인 패배를 당한 미국팀의 경영진은 노를 젓는 선수를 성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해고했다. 새로운 카누의 개발을 중단했으며 노(paddles)를 팔았다. 그리고 새로운 장비에 대한 투자를 중단했다. 이렇게 해서 남은 돈은 고위경영진에게 보너스로서 지급됐다. 그리고 내년의 조정경기팀은 인도에 아웃소싱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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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예전에 미국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패러디글이다. 워낙 재미있어서 번역해봤다. 누가 썼는지는 모르지만 컨설팅회사에 의존하고, 지나친 구조조정을 일삼고, 자신들의 보너스는 어떤 경우에도 두둑히 챙겨가는 미국회사의 고위경영자들을 놀리려고 쓴 글 같다. 미국회사들이 경영하는 방법에 대해 정곡을 찌른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냥 웃고 넘어갈 내용은 또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여기에는 미국회사가 잘 나가고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비밀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윗글에서 현실과 다른 부분이라고 하면 실제 현장에서는 노를 젓는 사람들을 늘리고 타수를 적정하게 배분하는 방법으로 변경이 이뤄질 것이란 점이다. 그리고 그에 맞게 성공에 기여한 만큼 적정하게 보상체계가 마련될 것이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미국인이 아니더라고 국적을 가리지 않고 훌륭한 선수를 스카우트해올 것이다.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는 좋은 카누와 노 등을 연구해서 구입할 것이다.
그저 성실하게만 게임에 임하는 일본팀은 결국 이런 체계적인 방법으로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미국팀에게 추월당하고 말 것이다.
올림픽만 봐도 그렇다. 무능하고 탐욕스러운 지도부가 미국팀을 이끈다면 지리멸렬할텐데 실제로는 항상 금은동메달을 무더기로 가져가면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 한국팀은 어떨까? 그냥 상상해봤는데 팀단장으로 낙하산인사가 떨어진다. 그 사람은 조정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문외한이다. 그리고 1~2년마다 새로운 낙하산이 오면서 단장이 바뀐다. 타수로 무능력한 사람들이 청탁으로 들어온다. 비싼 장비를 구입했다가 회사감사실의 감사를 받고 문제가 된다. 제일 고생하고 공헌도가 큰 선수들에게 인센티브는 쥐꼬리만큼만 주고 김치찌개 회식만 가진다. 그래도 뛰어난 재질을 가지고 노력하는 현장선수들 덕분에 대회에서 중간이나 상위권은 유지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아무 것도 안바뀐다.
대충 이런 상황이지 않을까? 내가 너무 비관적으로 세상을 보는지도 모르겠다.
포켓몬GO의 탄생비화와 그 교훈
지난달 휴가로 미국에 다녀왔는데 마침 샌프란시스코로 입국한 7월6일이 포켓몬GO가 발표되는 날이었다. 미국을 뒤흔든 포켓몬GO광풍을 그대로 실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런 혁신적인 게임이 나올 수 있었는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최근 포브스지 기사를 인상깊게 읽었다. 포켓몬GO를 만든 나이앤틱랩스가 1년전까지만해도 구글의 사내벤처였고 계속 존속될지 생사의 기로에 섰었다는 내용이다. 워낙 흥미롭고 우리에게 시사점도 있어서 그 내용을 가볍게 메모해본다.

존 행키 나이앤틱랩스CEO의 트위터사진.
나이앤틱랩스 CEO인 존 행키는 텍사스 시골출신이다. 그는 텍사스주립대를 졸업하고 90년대중반 UC버클리 하스스쿨에서 MBA과정을 밟았다. 여기서 만난 클래스메이트의 3D롤플레잉게임을 만드는 스타트업에 합류하면서 그의 창업여정이 시작됐다. 그는 2000년 공동창업한 키홀을 2004년에 구글에 3천5백만불에 매각하면서 구글에 조인한다.
구글을 몇달만 다니다 바로 떠날 줄 알았던 그는 예상과 달리 10년넘게 구글에서 일하게 된다. 구글어스와 구글맵 개발 등을 지휘했던 그는 2010년에 구글 샌프란시스코오피스에서 구글의 비밀게임조직을 만들고 나이앤틱랩스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리고 위치기반 모바일게임인 잉그레스를 2012년말에 발표했다. 이 게임은 전세계에서 열렬한 사용자층을 형성하는 등 어느 정도 성과는 냈지만 큰 성공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정도였다.
2014년 봄 행키는 위치기반게임에 잘 알려진 캐릭터들을 조합해 만들어보는 것을 꿈꾸기 시작했다. 마리오나 돈킹콩 같은 캐릭터를 생각했는데 브레인스토밍과정에서 포켓몬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구글의 소프트웨어엔지니어로서 포켓몬 만우절장난 프로젝트를 생각해내고 실행한 노무라 테츠오상. (사진출처: 그의 링크드인)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우연히도 구글맵부문에서 일하는 일본인 소프트웨어엔지니어 노무라 테츠오라는 사람이 나이앤틱랩스와는 전혀 상관없이 흥미로운 일을 꾸미고 있었다. 만우절장난프로젝트용으로 구글맵에서 포켓몬을 사냥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구글은 매년 말도 안되는 황당한 만우절 장난프로젝트를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공개하는 전통이 있다.) 그는 친구를 통해서 포켓몬컴퍼니를 소개받아 미팅을 가졌다. 마침 편리하게도 구글재팬과 포켓몬컴퍼니는 사무실이 롯퐁기힐스 같은 빌딩내에 있기도 했다. “포켓몬CEO는 이 딜을 바로 마음에 들어했고 별다른 협상없이 일이 진행됐다”는 것이 노무라의 이야기다.
이 포켓몬챌린지 만우절장난비디오는 1천9백만뷰를 기록할 정도로 대성공을 거뒀다. 행키는 이것을 보고 노무라에게 포켓몬컴퍼니와 미팅을 주선해달라고 부탁했다. 행키는 포켓몬컴퍼니가 모바일게임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포켓몬컴퍼니CEO인 이시하라 츠네카츠. 사진 출처 포켓몬 위키.
2014년 5월 행키는 포켓몬 CEO인 이시하라 츠네카츠씨와 통역을 대동하고 미팅을 가졌다. 그런데 열렬한 인그레스 플레이어인 이시하라는 포켓몬을 이용한 위치기반게임의 가능성을 바로 이해했고 닌텐도CEO 고 이와타 사토루씨의 허락을 받아줬다. 행키는 덕분에 그해 여름부터 포켓몬 게임제작에 들어갔다.
한편 구글안에서 나이앤틱랩스의 위치는 갈수록 애매해졌다. 구글은 회사조직을 알파벳체제로 재편중이었는데 나이앤틱은 안드로이드그룹으로 통합되는 얘기가 나왔다. 행키는 관료적인 거대조직안으로 다시 들어가는데는 흥미가 없었고 독립회사로 스핀오프하는 것을 제안해 허락을 얻어냈다. 그리고 외부VC들에게 투자를 받으러 다녔다. 기업가치를 1억5천만불로 투자를 받으러 다녔는데 포켓몬 프로젝트 이야기를 공개하지 않은 행키에게 VC들은 너무 과한 밸류에이션이라고 투자를 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당연히 그럴 것이었다.) 하지만 행키는 결국 구글, 닌텐도, 포켓몬컴퍼니로부터 오히려 당초 계획보다 더 높은 1억7천5백만불의 밸류에이션으로 3천5백만불을 투자받는데 성공한다.
알파벳Inc이 정식으로 설립된 2015년 10월에 나이앤틱랩스도 정식으로 분사했다. 처음 포켓몬 만우절 장난 아이디어를 냈던 노무라 테츠오상도 이때 구글을 떠나 나이앤틱에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로 조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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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흥미로운 스토리에서 내가 감탄한 몇가지 점들.
–만우절장난 아이디어에서 포케몬GO가 탄생했다. 이런 장난질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
–구글의 일본인엔지니어 덕분에 포켓몬이 쉽게 나이앤틱에 연결됐다. 직원의 다양성이 중요하다. 보수적인 일본회사와 처음 연락하고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데 노무라라는 구글직원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던 것 같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직원들이 많은 실리콘밸리기업들이 글로벌진출도 수월하게 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시하라 포켓몬 CEO가 선뜻 구글의 만우절장난프로젝트나 나이앤틱에게 포켓몬캐릭터를 쓸 수 있도록 허락했다. 59세의 이시하라상이 열렬한 인그레스유저였다는 점이 놀랍다. 이런 나이 많은 고위임원들도 playful하고 말랑말랑한 마인드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즐겨보는 것이 중요하다. 포켓몬CEO가 인그레스게임을 안해봤다면 이렇게 쉽게 허락을 해줬을까.
–외부 투자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존 행키는 분사를 택했다. 대기업 구글이 주는 안락함을 던져버린 것이다. 5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다시 스타트업창업에 나선 것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창업가기질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
–기꺼이 분사를 허락해준 구글과 거의 2천억원이라는 큰 밸류에이션에 같이 투자를 해준 구글, 닌텐도, 포켓몬컴퍼니가 놀랍다. 존 행키가 외부 유명VC투자를 받아오지 못했음에도 믿고 거액을 투자해줬다.
구글이야 그렇다고 쳐도 보수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본회사들이 이렇게 유연하게 움직였다는 것이 놀랍다. 대기업의 내부 혁신이 어려운 시대에 어떻게 하면 조직내부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제품을 키우고 잘 살려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인 것 같다.
2천억원의 기업가치로 분사한 나이앤틱의 포켓몬GO는 지금 하루에 6백만불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5~6조원정도로 얘기되고 있다. 물론 이 포켓몬GO의 열기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게임역사에 중요한 이정표를 찍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카카오를 위한 변명
대기업이 된 카카오가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말이 많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분야에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들어가 시장을 개척중인데 카카오가 택시, 대리운전, 미용실예약 등 분야에 들어와서 막강한 자본력을 업은 마케팅으로 스타트업을 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골목상권에 들어가 문어발처럼 사업을 확장하는 재벌대기업과 닮은 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대기업이 하면 반드시 스타트업을 이기고 O2O시장을 순식간에 장악해버릴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인터넷업계에서는 스타트업을 당하지 못하고 나가 떨어진 대기업이 많았다.
지금은 재벌기업 취급을 받는 카카오도 원래는 스타트업이었다. 그렇게 오래된 일도 아니다. 2010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톡은 당시의 대기업이던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내놓은 마이피플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당시 나는 다음의 미국자회사인 라이코스CEO를 맡고 있었다.
다음은 당시 최고의 인기였던 걸그룹 소녀시대를 기용해서 TV광고까지 포함한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하지만 결국 카카오톡에 무릎을 꿇었고 합병되서 회사 자체가 사라졌다.
이런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대기업은 생각만큼 쉽게 스타트업을 이길 수 없다. 다음과 같은 이유다.
우선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비해 선택과 집중을 하기 어렵다. 스타트업은 회사의 모든 리소스를 한가지에만 집중하는 조직이다. 전직원이 밤낮없이 핵심 제품 하나만을 놓고 연구하고 고민하고 끊임없이 개선해 나간다. 반면 대기업은 보통 이미 돈을 잘 벌어주는 기존 사업이 있다. 다음의 경우에는 검색, 뉴스, 카페, 게임 등 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 마이피플이라는 새로운 메신저서비스가 중요하다고 해도 회사전체의 역량을 집중해서 밀어주기는 쉽지 않았다.
두번째로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비해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다. 특히 관료주의에 시달리는 대기업은 의사결정이 느리다. 초기 카카오가 카카오톡에 사용자가 원하는 새로운 기능을 집어넣을때는 팀에서 그냥 토의해서 합의한뒤 바로 실행했을 것이다. 심지어는 스타트업에서는 위의 허락을 받지 않고 말단 개발자가 바로 새로운 기능을 집어넣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기업의 경우는 다르다. 해당 사업팀장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이 제한되어 있다. 여러가지 사업을 동시에 맡고 있는 임원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원회의에 안건으로 올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에 실제 현장을 모르는 임원들과 CEO에게 왜 이런 기능을 집어넣어야 하는지 진땀을 빼며 설명해야 한다. 그렇게 하고도 현장에서 원하는 결정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관료주의에 좌절한 인재가 회사를 떠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세번째로 대기업직원들은 일에 대한 동기부여가 스타트업직원보다 높기 어렵다. 성공에 대한 보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는 신사업이 성공해도 큰 보상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다. 사내 포상을 받거나 승진하는 정도가 전부다. 반면 스타트업구성원에게는 스톡옵션 등 큰 인센티브가 주어져서 성공하면 목돈을 마련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전 카카오의 경우가 그랬다.
이런 이유로 대기업이라고 해도 스타트업과의 전쟁에서 쉽게 이길 수 없다. 덩치가 크면 오히려 동작이 굼띨 수 있다. 민첩한 작은 회사가 현장에서는 실제로 유리한 경우가 많다. TV광고 등 마케팅공세를 퍼부어도 잠깐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결국 쓰기 편한 서비스로 돌아간다.
나는 오히려 카카오가 걱정된다. 5년전 스타트업이었던 카카오는 모바일메신저전쟁에서 다음, 네이버, SKT(틱톡) 등 대기업을 멋지게 이겼다. 심지어 공룡회사들인 이동통신사들은 조인(Joyn)이라는 메신저를 만들어서 카카오에 도전하기까지했지만 달걀로 바위치기였다. 카카오는 그리고 2014년 5월 다음과 합병해서 지금의 대기업이 됐다. 하지만 지금의 카카오는 오히려 너무 많은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느라 집중력을 잃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매출성장과 수익은 둔화되고 있다. 예전의 다음과 비슷하다.
카카오택시도 미완의 성공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수익모델은 없다. 콜비를 유료화하는 순간 지금의 사용자들이 상당수 외면할지도 모른다. 미국의 우버, 리프트, 중국의 디디추싱 같은 수십조가치의 공룡경쟁기업들과 경쟁하기엔 갈 길이 멀다.
물론 나도 카카오가 한국에서 작은 스타트업들과 경쟁하기 보다는 글로벌무대에서 구글, 페이스북과 맞짱을 뜨면서 경쟁하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렇다고 카카오가 내수사업을 하면 안된다고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이 하는 것은 무조건 악이고 작은 기업이 하는 것은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말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누가 만들든 소비자를 위해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결국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민첩한 스타트업과 경쟁해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대기업이 알게 되면 결국은 손을 들고 오히려 스타트업에게 투자하거나 인수를 시도하게 될 것이다. 사실 카카오는 그동안 김기사, 파크히어 등 스타트업을 많이 인수해 왔다. 또 김범수의장이 설립한 케이큐브벤처스를 통해서도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이번에도 O2O시장에서 직접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카카오는 계속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인수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스타트업을 응원한다. 대기업이었던 다음을 누르고 시장을 평정한 예전의 스타트업 카카오처럼 대기업이 된 카카오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시장을 압도하는 스타트업이 계속 나오기를 기대한다.
창업자의 호기심은 기업의 성장동력
최근 언론에 보도된 소프트뱅크 손정의회장 닛케이신문 인터뷰와 NYT의 구글 래리 페이지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서 세상을 바꾸는 기업을 만들어낸 창업자들에게는 뭔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마르지 않는 호기심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 기업의 성장동력이 된다.
손정의회장은 닛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범으로 여기는 경영자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일본에서는 혼다자동차의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郎)상을 가장 좋아합니다. 제가 젊었을 때 혼다상과 같은 치과에 다닌 인연으로 그의 생일을 축하해 드리자 자택에서 열리는 파티에 초청받은 일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젊었고 무명이었습니다. 그 곳에는 거물급 인사들이 가득 있었습니다. 하지만 혼다상은 나를 붙잡고 “PC란 것이 무엇이냐?”, “CPU(중앙연산처리장치)라는 것은 뭐냐?”, “그것이 진화하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 등 계속해서 질문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설명을 해드리면 그는 눈을 반짝거리며 “그런 것이구나! 대단하다!”라며 진심으로 감동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혼다자동차가 잘 나가는 이유는 여기에 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감동해주는 할아버지(오야지)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혼다의 엔지니어들이 얼마나 열심히 할까 하는 생각을 했죠.

구글에서 혼다 소이치로를 검색하니 ‘엔지니어’라고 나온다.
장인정신으로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를 만들어낸 혼다 소이치로가 어떤 사람인지 대충 짐작이 간다. 그는 생전에 직원들에게 사장님으로 불리는 것을 싫어했고 ‘오야지'(할배)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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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래리 페이지의 집착이 구글의 비즈니스가 됐는가”라는 NYT의 기사에는 이런 부분이 나온다.
3년전 록히드마틴의 핵융합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엔지니어인 찰스 체이스씨가 구글이 주최하는 컨퍼런스에 갔을 때다. 그는 소파에 앉아있었는데 처음보는 남자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들은 20분동안 핵융합반응을 통해 어떻게 태양에너지 같은 클린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에 대해서 토론했다. 그리고 나서 체이스씨는 그 남자의 이름을 물어봤다.
“저는 래리 페이지라고 합니다.” 그제서야 체이스씨는 자신이 억만장자인 구글의 창업자 CEO와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에게는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아’하는 투의 느낌이 전혀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했죠.”
래리 페이지는 이제는 지주회사 알파벳의 CEO를 맡고 그룹(?)의 주력인 구글의 CEO자리는 순다 피차이에게 맡겼다. 그리고 자신은 구글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쓴다.
래리 페이지는 과학자나 엔지니어들이 모이는 컨퍼런스에 가서도 전혀 티를 내지 않고 행사의 대부분 자리를 지키고 내용을 다 듣는 경우가 많아 주위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너무 자연스럽게 청중들속에 녹아들어가 실리콘밸리밖에서 온 사람들의 경우 그가 구글의 창업자인지 전혀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넘치는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이렇게 행동하는 것인데 컴퓨터 공학과 교수였던 래리 페이지의 아버지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로보틱스컨퍼런스 등에 아들을 데리고 다녔다.

구글에서 래리 페이지의 이름을 검색하니 ‘컴퓨터 과학자’로 소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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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의 호기심을 이야기하니 네이버 김상헌대표께 들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이야기도 생각난다.
김 대표는 2011년 11월, 실리콘밸리의 저명한 벤처투자가인 유리 밀너(YuriMilner)의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밀너의 생일파티에는 실리콘밸리의 유명 인사들이 다 모여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한국의 인터넷 기업 CEO에게는 관심조차 없다는 듯 건성으로 인사를 하고는가버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풀이 죽어 있던 김 대표 앞에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서 있었다. 김 대표는 자신이 한국 최고의 검색엔진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CEO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저커버그가 예상외로 반색을 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네이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궁금한 것이 많은데 내일 우리 회사에 와서 좀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없겠느냐”. 다음 날 아침 비행기로 귀국할 예정이었던 김 대표가 정중히 거절하자 저커버그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다음에 오면 꼭 연락해달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김 대표는 다른 오만한 실리콘밸리 거물들과 달리 의외로 겸손하고 호기심 많은 저커버그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마크 저커버그를 구글에서 검색하니 ‘컴퓨터 프로그래머’라고 나온다.
이렇게 호기심이 넘치는 창업자들이 이끄는 회사들이 잘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 래리 페이지의 알파벳(구글)은 곧 시가총액에서 애플을 꺾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회사로 등극할 전망이다. 생각해보면 역시 호기심이 넘치는 창업자 CEO 스티브 잡스가 사라진 애플이 쭉쭉 떠오르는 구글과 페이스북을 상대하기 벅찰 것 같다.
우리에게는 이렇게 호기심 넘치는 창업자 CEO가 건재한 회사가 있는가? 한국의 재계에 이런 사람들이 이끄는 회사가 별로 없다는 것이 한국경제가 가진 숙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