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iPhone 3GS가 1위를 한다는 것의 의미
일본에서 iPhone 3GS가 다시 주간휴대폰판매랭킹 1위를 탈환했다는 제 트윗에 한분이 “어차피 공짜폰이니 당연한 것 아니냐”라는 반응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리고 ‘놀랍다’, ‘도코모나 au가 식은땀을 흘리게 생겼다’는 표현에도 어차피 도코모나 au사용하면서 아이폰을 세컨폰+데이터통신용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도코모나 au가 그리 긴장할 일은 아니라는 뉴앙스의 말씀을 해주신 분도 계시네요^^
그래서 제가 약간 오버한 것 아닌가 생각해봤습니다. 그 트윗은 기사를 보고 신중히 생각하고 쓴 것이 아니라 찰나의 제 느낌을 표현한 것이었거든요. 일단 다시 1위로 상승했다는 사실에 ‘놀랐고’, 아이폰은 일본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일관되게 부정해왔던 일본의 1~2위 이통사, 도코모와 au가 속으로는 굉장히 쓰리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사실 아이폰이 일본에서 성공했느냐 아니냐는 큰 관심의 대상입니다. 세계적으로 볼때 비록 ‘갈라파고스’긴 하지만 일본의 모바일인터넷시장은 가장 앞서있습니다. 10년전 등장한 i-mode의 성공과 함께 모바일인터넷마켓이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push email이 기본사양인 거의 유일한 나라입니다.(그래서 블랙베리가 안되는 것 같습니다) 전자지갑 등 첨단기능이 붙은 휴대폰이 일년에 수백개이상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나라, 그래서 외국휴대폰의 무덤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폰도 안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2008년 아이폰발매후 저는 일본의 한 컨퍼런스에 참가해 많은 일본의 인터넷업계인들을 만난 일이 있었는데요. 그때도 대부분 아이폰의 성공여부에 대해 부정적이었습니다. 모바일인터넷이 발달한 일본의 특성상 기존 폰과는 다른 아이폰이 시장에 뿌리내리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즉 일본의 인기모바일SNS인 모바게타운이나 GREE를 아이폰으로 쓸 수 없는데 누가 사겠냐는 것입니다. 일본의 휴대폰으로도 이메일도 다되고 지도서비스 등 아이폰이 할 수 있는 것은 다할 수 있는데….
그래서 2008년 7월 아이폰 3G가 뜨거운 관심속에 발매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판매가 신통치 않아 결국 ‘실패’라는 판정을 받는 듯 했습니다. 그러자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은 비장의 무기를 빼어듭니다. ‘iPhone for Everybody’ 캠페인. 아이폰의 실질가격을 확 내려서 사실상 공짜폰으로 만든 것입니다. 아이폰의 장점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손사장이 “일단 많은 사람들이 써보게 하면 그다음은 입소문으로 팔릴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던진 승부수입니다. (제 추측^^)
한편 올 2월에는 미 WIRED에서 ‘Why the Japanese hate the iphone‘ 기사를 냈습니다. 일본에서 아이폰이 실패했다는 것인데 이 기사는 거센 논란에 휩싸입니다. 아이폰이 실패했다고 인용을 딴 두명의 일본인이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한 일이 없다”고 부정한데다 “사실 일본에서 아이폰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등의 반론이 거세게 일어난 것입니다. 그래서 기사 끝에 보면 Update를 통해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여간 iPhone for Everybody의 성공이후 점점 수요가 늘어나고 “이거 아이폰이 점점 많이 팔리는 것 같은데”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일본인들이 늘어납니다. 그러다가 6월의 3GS발매이후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게 되고 아이폰이 일본의 휴대폰 판매랭킹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게 됩니다. 8월 한달 판매랭킹에서는 전체 1위를 차지하기도 합니다. 본체가격도 비싸고 이용료도 비싼 고가의 스마트폰이 전체 휴대폰 판매랭킹에서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이 제 생각엔 쉽지 않습니다.
아, 간단히 설명하려다가 이야기가 또 너무 길어졌습니다. 어쨌든 최근에는 아이폰이 일본에서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고 공급이 딸려서 그 공급량에 따라 판매순위가 왔다갔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1위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1위를 탈환했다고 해서 제가 좀 놀랐던 것입니다. 3GS발매전까지 일본업계에서는 아이폰이 누적 1백만대가 팔렸다고 소근대고 있었는데 지금은 얼마나 될지도 궁금합니다.
그리고 지금 찾아보니 iPhone 3GS는 공짜폰이 아닙니다. 3G모델만 공짜폰입니다. 1위를 달리고 있는 3GS 32기가 모델은 2만3천엔정도입니다.(24개월분할납부이긴합니다) 이 정도 가격이라면 일본에서 그다지 싼 휴대폰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아이폰을 많은 일본의 업계인들은 ‘흑선’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미국의 페리제독이 옛날 흑선을 끌고 와 닫힌 일본을 개항시켰듯이 글로벌스탠더드와 동떨어져 발전해온 닫힌 일본의 모바일인터넷마켓을 열어젖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국내시장밖에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도코모 등의 일본 이통사와 그에 끌려다니다가 공멸하고 있는 일본의 휴대폰제조사들에게 큰 자극을 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그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일본에 존경하는 지인중에 지지통신의 유카와기자가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출신으로 일본의 모바일업계의 동향에 대해 아주 해박하신 분인데 평소에 “아이폰은 일본에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씀해오셨습니다. 그 분이 지난 8월에 쓰신 컬럼이 있는데 제목이 “일본의 휴대폰은 아이폰, 구글폰에 석권당하나?”입니다.
요지는 자신은 일본의 휴대폰업계가 앞서있어 아이폰조차 뚫고 들어오지 못할 것으로 굳게 믿고 있었으나 실제로 아이폰을 써보면서 생각이 바뀌게 됐다는 것입니다. 리뷰용으로 일주일동안 빌려서 써봤다가 얼마전에 3GS발매와 함께 구입을 한 모양입니다. 무엇보다도 APP STORE를 보고 자신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고성능의 휴대폰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급되어 있는 ‘휴대폰 선진국’이라고 불리우지만 이런 상황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하는 것이 아닐까. 일본의 휴대폰업계에 성원을 보내고 있는 나도 요즘에는 조금씩 불안해지고 있다.
하여간 아이폰이 가져오는 변화가 정말 재미있습니다. 한국에도 빨리 아이폰이 등장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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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24일 at 11:46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