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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코스 이야기 11] 재택근무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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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코스 사무실에서 바깥을 내다본 풍경. 가을 모습.

미국의 직장생활에서 한국과 다르다고 느낀 것중의 하나가 재택근무에 너그러운 분위기였다.

재택근무는 회사에 나오지 않고 집에서 근무하며 회사업무를 보는 것을 말한다. 우리 회사에서는 보통 ‘Work from home'(WFH)이라고 했는데 텔레커뮤팅(Telecommuting)이라고도 한다. 꼭 집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면 ‘원격근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인터넷, PC, 스마트폰, 화상회의소프트웨어 등 기술의 발전으로 어디서나 회사안에 있는 것처럼 업무를 볼 수 있게 된 최근 10년간 이런 원격근무가 미국에서는 급증추세다.

처음에는 재택근무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내 시각

한국의 웬만한 회사 관리자들은 다 그렇듯 나도 처음에는 이런 재택근무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팀관리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팀원들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일을 하고 있는지 놀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또 집에서 가족과 함께 있으면 일에 집중할 수가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일과 가정생활이 분간할 수 없게 섞여버리지 않을까.

라이코스에 간지 얼마되지 않아서 재택근무에 대한 그런 내 부정적인 시각을 더욱 굳히게 한 일이 있었다.

재무담당임원이었던 케빈이 매주 금요일에 회사에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그는 자동차로 한시간이상 떨어진 곳에서 출퇴근했다. 출퇴근시간의 살인적인 교통체증을 고려하면 하루에 3시간까지 길에서 소비할 수 있는 경우였다. 그래서 그는 예전 사장에게 매주 금요일은 재택근무를 하겠다고 허락을 받아놨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집에서 일할때 주위의 방해를 받지 않기 때문에 가장 생산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좀 뜨악했다. 당시 회사는 흑자전환을 위해서 강도 높은 비용절감, 각 부문 사업 재진단 등 할 일이 많았다. 그런데 핵심업무를 맡고 있는 임원이 매주 4일밖에 회사에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꺼림칙했다. 자진해서 철회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재택근무는 자신의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말하는 그에게 계속 금요일 재택근무를 허용해줘야할지 고민이 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알고 보니 재무팀의 직원들은 케빈이 금요일에 거의 일을 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왜냐하면 그가 금요일에는 별도 미팅(컨퍼런스콜)도 잡지 않고 이메일에 답도 잘 안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일부 직원들은 골프애호가이며 케이프콧의 골프코스내에 위치한 집에서 사는 그가 매주 금요일에는 골프를 즐길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결국 그는 다른 여러가지 이유로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를 떠났다.

또 라이코스는 당시 캘리포니아와 뉴저지에 재택근무를 하는 영업담당 직원을 1명씩 채용하고 있었다. 매출확대를 위해 실험적으로 채용해 본 것이었지만 역시 이렇다할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결국 그들도 몇달뒤 회사를 떠났다.

이렇게 나는 “집에서 무슨 일을 한다는거야?”라는 재택근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미국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보니 필요할 때 재택근무를 하는 것은 아주 일상적인 미국의 직장문화였다. (물론 모든 미국 회사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그렇다고 할 수 있겠겠다.) 재택근무에 대한 내 부정적인 시각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재택근무의 필요성에 대해 이해하게 되다

내게 직접 보고하는 매니저들중에서도 “의사와 약속이 있다”, “베이비시터가 오지 못해서 애들을 대신 봐줘야 한다”, “집에 고장난 곳을 고치러 수리공이 오기로 되어 있다. 그래서 집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등등 다양한 이유로 오늘은 집에서 근무하겠다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의 직장 같으면 나부터도 “집에서 일하겠다”는 말을 하지 못했을 것이고 설령 개인 용무가 생겨서 반나절이상을 회사에 못가게되면 개인반차를 냈을 것이다. 그런 재택근무 문화가 없는 많은 한국의 직장상사들은 부하들이 그런 요구를 하면 “당신 제 정신이냐”는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천재지변이 나도 웬만하면 직장에 출근을 해서 상사에게 눈도장을 찍는 것이 한국직장의 미덕이 아니던가. 나도 그렇게 배웠다. 그래서 처음에는 개인용무를 위해 휴가를 쓰지 않고 재택근무를 요청하는 이런 일을 불편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미국인들의 생활을 이해하게 되니 그들이 재택근무를 해야하는 이유가 납득이 되기 시작했다. 일단 직장주변의 아무 병원이나 쉽게 갈 수 있는 한국과 달리 의료보험제도가 복잡한 미국에서는 몸이 아플때 자신이 지정한 집근처의 의사에게만 가야하는 경우가 많다. 또 어린 아이들을 혼자 놔두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차가 없으면 꼼짝도 할 수 없는 미국의 상황에서 부부가 교대로 아이들을 챙겨야 하는 일이 잦다. 더구나 웬만한 미국의 가정은 2명이상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부부가 아침저녁으로 아이들을 통학시키느라 분주한 경우가 많다. 아파트같은 공동주택이 아닌 단독주택에 사는 경우가 많은 미국인들의 경우 집에 생기는 잦은 하자를 직접 처리하고 수선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가까이 모시고 사는 연로한 부모님을 수발하기 위해서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면서 나는 재택근무에 대해서 너그럽게 변했다. 주어진 일을 기한안에 처리하고 집에서도 바로바로 이메일이나 전화에 응답하기만 한다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재택근무 허용은 중요한 복지혜택중 하나”

더구나 나와 같이 일한 HR매니저 존과 다이애나는 재택근무에 대해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들은 대기업과 비교해 고액의 연봉을 줄 수 없는 우리같은 회사는 필요한 경우에 재택근무 같은 유연한 근무시간제도를 제시하는 것이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재택근무허용은 직원에 대한 중요한 복지혜택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채용인터뷰를 진행하다보면 후보자가 회사가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분위기인지 물어보는 경우가 있었고 그것이 입사를 결심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직하겠다고 알려온 엔지니어중에 새로 일할 회사가 재택근무를 완전히 허용하기 때문에 옮긴다고 이야기한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소프트웨어엔지니어 구인난이 심각한 미국에서는 사는 지역에 관계없이 실력만 있으면 무조건 채용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그리고 재택근무의 장점으로 꼽은 것이 집에서 일하는 것이 생산성이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잦은 전화나 동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일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단독주택에 사는 많은 미국인들은 집에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오피스공간(Home office-일종의 서재같은 곳)을 따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자동차기름값이 해마다 치솟는 상황에서 재택근무는 기름값을 절약하고 친환경적인 새로운 시대의 근무형태라는 것이다. 부정하기 어려웠다.

재택근무는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회사밖 주위에도 재택근무를 하는 분들이 많았다. 이웃에 사는 한 한국 선배는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미국대기업으로 이직했다. 그런데 그 회사는 보스턴에 지사가 없는 관계로 선배는 100% 재택근무를 하게 됐다. 처음에는 편하고 좋다고 하던 선배는 1년여가 지난 뒤에 그 회사를 떠났다. 하루종일 집에서 일을 하는 것이 답답하기도 하고, 대화를 같이할 동료가 없으니 뭔가 소외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게다가 승진과 커리어 관리에 있어서도 불이익이 있을 것 같아서 걱정하던 선배는 오히려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며 재택근무를 잘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분위기의 미국회사로 옮겨갔다. 꼭 재택근무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그때 느꼈다.

반면 나는 미국에서도 규칙적으로 일찍 사무실에 나가고 적당한 시간에 너무 늦지 않게 퇴근했다.  집이 20분거리로 가깝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기도 했다. 사장이 항상 회사에 같이 있다는 존재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장은 언제나 회사내의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존재가 아니던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더 익숙하고 능률이 높았다. 모두 자신에게 맞는 근무형태를 찾아서 실천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재택근무 문화를 위해 필요한 것들

그렇다면 직장에서 재택근무를 자리잡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보다도 그에 걸맞는 문화가 먼저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첫번째로 회사가 직원을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직원들이 일을 성실히 할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재택근무를 요청하는 경우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랬다고 믿어주고 직원들도 누가 보지 않더라도 성실히 일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

두번째로 성과로 직원을 평가하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 아침에 일찍 나오고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고 남아있는 근태로 직원을 평가하는 회사라면 재택근무에 대해 너그럽지 않을 것이 당연하다. 반면 어디에서, 하루 몇시간동안 일을 하느냐와 상관없이 주어진 일을 얼마나 잘 완수하는지 성과위주로 평가하는 회사라면 재택근무자체에 대해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세번째로 직원들이 해야하는 일과 목표 등이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어야 한다. 회사의 비전과 목표가 확실하지 않고 직원의 평가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회사라면 재택근무를 악용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디서나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회사의 IT업무시스템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쓰기 편한 이메일, 메신저, 전자결재시스템, 화상회의소프트웨어 등이 준비되어 있고 보안시스템도 너무 복잡하지 않아야 회사밖에서도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재택근무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미국에서도 재택근무를 전면적으로 허용해야 하느냐에 대해 아직도 말이 많다. 예전에 마리사 마이어 야후CEO가 전면적으로 사내에서 재택근무를 금지한 것도 미국전역에서 큰 논란을 불렀다. 특히 일과 육아, 가사를 동시에 가져가야 하는 경우가 많은 여성의 입장에서 재택근무전면금지는 가혹한 조치라는 비난이 뒤따랐다.

마지막으로 이런 재택근무문화때문에 미국회사가 부럽다고 하지 말자.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가차없이 해고당할 수 있는 곳이 미국직장문화다. 미국에서도 승진에 욕심이 있는 야망있는 직장인의 경우 재택근무여부에 관계없이 어디서나 밤낮없이 일하고 한밤중이나 주말에도 이메일에 답장을 보낸다.

야후CEO 마리사 마이어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성과리뷰에서 목표에 미치지 못한 직원 5백명정도를 해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리 회사 좋은 회사라고 그런 복지혜택에 취해서 일을 게을리 하다가는 어느날 갑자기 일자리를 잃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한 곳이 미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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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30일 at 10: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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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코스 이야기 10] 승진과 수시 연봉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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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코스의 한 팀이 프로덕트 개발과정에서 토론하는 모습.

2009년 라이코스에 CEO로 부임했을 당시 그 전년도에 있었던 리먼브러더스은행 붕괴여파로 미국경제는 완전히 얼어붙은 상태였다. 더구나 적자행진을 거듭하던 라이코스는 직원 수십명을 잘라내는 구조조정을 진행중이었다. 그래서 직원들의 연봉도 전원 동결하기로 했다. 당시 분위기가 너무 암울했던지라 누구도 임금동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저 잘리지 않고 회사에 다닐 수 있는 것만도 감사하는 분위기였다고 할까.

어쨌든 매정하기는 했지만 인건비절감을 위해서 올해는 전혀 임금인상을 해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을 만났다.

6월쯤이었나. 한 직원을 승진시켜주게 되었다. 직함이 그냥 ‘엔지니어’였는데 ‘시니어 엔지니어’로 올려주기로 했다. (라이코스는 관리자커리어로 가지 않고 계속 코딩을 하는 엔지니어의 경우는 SW Engineer/Senior SW Engineer/Principal SW Engineer의 타이틀을 부여했다.)

HR매니저인 존은 본인에게 예전부터 약속했던 승진이기 때문에 꼭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본인이 계속 약속했던 승진을 요구하고 있고 안해주면 회사를 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그 정도 타이틀을 바꿔주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허락했다. (미국에서는 서로 이름만 부르지 직함을 부르는 일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직함을 바뀌어도 본인과 주위 사람 몇몇 외에는 거의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존의 설명에 따르면) 승진과 함께 연봉인상도 같이 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전사적으로 연봉동결을 선언했는데 그 친구의 연봉만을 꼭 올려줘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연말에 상황을 봐서 성과를 평가하고 전직원의 연봉을 인상해줄 때 같이 하면 안되냐고 말했다. 근무연수와 직급에 따라 연봉테이블이 정해져있는 호봉제를 운영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일단은 승진만 시켜줘도 본인에게는 충분히 고마운 일이 아닐까 싶었다. 연봉조정과 맞물리는 연말승진인사가 아닌 경우 한국에서 팀원하다가 팀장이 됐다고 바로 연봉도 따라 올려준 기억은 없었다.

그런데 존은 한사코 안된다는 것 아닌가. 타이틀을 바꿔주면 거기에 맞춰서 연봉도 바로 올려줘야한다는 것이었다. 단 1천불이라도 올려줘야 하고 미국에서 그것은 상식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직원입장에서도 당연히 승진과 함께 연봉인상도 기대한다는 것이다.

옥신각신하다가 결국은 내가 졌다. 전체 연봉동결은 했지만 이번 건만은 예외상황으로 인정하고 약간 연봉을 인상해줬다.

한번은 또 이런 일이 있었다. 어떤 직원에게 일을 조금 더 많이 맡기게 되었다. 디자이너로서 자기가 맡은 일만 하던 한 평직원의 능력을 인정해 다른 부서의 디자이너까지 같이 관리하게 한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도 HR매니저는 “그 직원의 책임과 일이 늘어나게 되었으므로 어느 정도 연봉인상을 해줘야 한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이번에도 “연말에 가서 성과평가할때 한꺼번에 같이 적용해주면 안되는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존은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일이 늘어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연봉에 반영해주고 성과에 대한 평가는 나중에 따로 적용하는 것이 공평하다”라고 답하는 것이 아닌가. 이번에도 결국은 그렇게 했다.

나중에 지나고 보니 승진이나 업무범위 확대에 대해서 즉각 연봉에 반영해주는 것은 미국직장에서 일반적인 일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사자가 바로 반발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것이 합리적인 것 같았다. 승진이나 업무범위확대는 결국 일을 더 시키고 책임을 늘린다는 뜻인데 바로 그에 맞게 보상도 늘려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후에도 연말이 아니라 연중내내 수시로 연봉을 조정할 일이 있었다. 어떤 직원은 다른 곳에서 더 좋은 오퍼를 받았다며 연봉인상을 안해주면 회사를 떠나겠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괘씸하게 여겨질 때도 있었지만 그 친구가 나가고 새로 직원을 뽑고 적응시키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해보면 맞춰주는 것이 합리적일 때가 많았다.

아니면 어떤 직원의 담당매니저나 HR매니저가 그 직원의 연봉수준이 시장의 평균수준에 비해 너무 낮다며 미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회사를 떠날 수도 있다고 선제적인 연봉인상을 제안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모든 요구를 다 수용한 것은 아니지만 꽤 자주 연봉조정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런 선제적인 연봉인상이나 수시연봉조정은 취업시장에서 몸값이 높은 엔지니어의 경우에만 주로 적용이 됐다. 쉽게 대체가 가능한 경영지원, 마케팅 등의 직원들은 이런 요구를 하는 법이 없었다. 미국경제가 회복되면서 엔지니어에 대한 스카우트 전쟁이 더욱 치열해졌고 능력있는 엔지니어들은 충분히 몸값을 올려서 이직이 가능해졌기 때문인 것이다.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필요할 때마다의 연봉인상은 최소한의 조치였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헤드헌터의 전화가 오고 링크드인을 통해 각종 제안이 오는 좋은 엔지니어들에게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할 여지를 주면 안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런 일을 겪으면서 미국직장에서는 구성원에게 승진과 책임의 확대를 요구할 때는 반드시 보상도 그에 맞춰서 해줘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핵심인재들의 보상은 반드시 시장수준(market rate)에 맞춰서 해줘야 나중에 탈이 없다는 것도…

Written by estima7

2016년 1월 28일 at 9:55 오전

[라이코스 이야기 9] 큰 눈이 내릴 때 미국 직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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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홍수가 날 정도로 비가 많이 오고, 다리가 푹푹 파묻힐 정도로 눈이 많이 내려 교통대란이 일어나도 직장인들은 최선을 다해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이 미덕이다. 혹독한 날씨속에 멀리서 통근하는 사람들은 몇시간씩 걸려 파김치가 되서 사무실에 당도하는 일이 생기곤 한다. 그렇게 악조건속에 출근한 부하들을 대견해하는 상사도 있다.

그래서 보스턴의 라이코스에 처음 갔을 때 눈이 많이 오면 사무실을 전면 폐쇄할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설마 그럴리가~”라고 생각했다. 한국식 직장문화에 익숙한 나는 아무리 눈이 많이 와도 웬만하면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대설이 내리면 보스턴에서는 아예 회사를 폐쇄하고 모두 집에서 재택근무하도록 했다. 회사뿐만이 아니다. 아이들 학교도 휴교하기 때문에 어차피 애들을 돌보기 위해서 집에 있어야 한다. 보스턴시는 아예 큰 눈폭풍이 오는 날에는 공무원들을 재택근무시키며 일반회사들에도 직원들을 가능하면 재택근무시키라고 권고한다.

그래서 HR매니저는 겨울이 되면 항상 일기예보를 주의깊게 챙긴다. 혹독한 날씨(Inclement weather)에 대비한 회사폐쇄규정이 미리 마련되어 있다. 그러다가 큰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나오면 그 규정에 따라 전 직원에게 예고 이메일을 보낸다.

“내일 아침에 눈폭풍이 올 가능성이 있으니 랩탑컴퓨터를 챙겨서 귀가하길 바랍니다. 내일 큰 눈이 내리면 전원 재택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길 바랍니다.”

HR매니저는 다음날 아침, 기상상황을 체크하고 있다가 출근이 어려울 것 같으면 일단 나에게 보고한다. “아무래도 직원모두 재택근무를 해야 할 상황 같습니다. 오늘은 전원 재택근무를 한다는 이메일을 보내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라고 내게 연락이 온다. 내가 알았다고 허가하면 전 직원에게 새벽 일찍 이메일이 발송되고 사무실은 하루종일 텅 비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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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에 눈이 많이 내린 뒤 그쳤을 때는 오히려 낫다. 제설차가 동원되서 쌓인 눈이 신속히 치워지기 때문이다. (눈이 많이 내리는 보스턴의 경우 제설차들이 눈을 치우는 실력이 발군이다. 엄청나게 신속하게 치운다.)

처음 그렇게 제법 눈이 내리던 날, 사무실에서 약 20분거리에 살고 있었던 나는 그래도 출근을 시도했다. 한국식 근무태도가 몸에 벤 나로서는 날씨가 나쁘다고 집에서 뭉개고 있을 수가 없었다.(CEO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그런데 길이 너무 미끄러웠다. 제설차들이 충분히 눈을 치우기 전에 길을 나섰던 나는 한번 쭉 미끄러진 뒤 잘못하면 큰 사고가 나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살살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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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에는 유난히 눈이 많이 왔다. 학교가 며칠씩 문을 닫았다. 집에서 눈을 구경하던 나는 눈이 그치면 아이들과 함께 눈속에 파묻힌 차를 구하러 나가곤 했다. 말이 재택근무지 대부분의 보스턴사람들은 그런 날이면 하루종일 눈을 치우는데 여념이 없다. (아이들은 학교도 쉬는데다 눈도 많이 와서 항상 신이 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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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설이 내린 다음날 회사에 출근하면 주차장이 말끔히 청소되어 있다. 그리고 한켠에는 거대한 ‘스노우마운틴’이 형성되어 있다. 이런 눈산이 다 녹아버릴때쯤이면 “봄이 왔다”고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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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날씨가 괜찮을줄 알고 제법 많은 직원들이 출근했는데 오후에 큰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나온 일이 있다. 그때 HR매니저 다이애나가 빠른 귀가를 재촉하면서 직원들에게 보낸 재치있는 이메일이 기억에 남아있다. 다음은 그 이메일.

From: Diana 발신 다이애나

To: Employees 수신 전직원

제목 Subject: oh the weather outside is going to get frightful and we want you safe at home and delightful … 오, 바깥의 날씨가 무시무시해질 것 같은데 우리는 여러분이 집에서 안전하고 즐겁게 있기를 바랍니다.

Hi all, 여러분

We have a few brave souls in the building today and really want you to get home safely … 오늘 여러 용감한 사람들이 사무실에 나와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분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the building will close by noon at the latest, please plan accordingly and go home sooner if you can. 사무실빌딩은 정오에는 닫힐 것입니다. 잘 준비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Take laptops, a pile of work, etc with you just in case Monday turns out to be a weather snarly day too. 월요일도 혹시 혹독한 날씨가 될 수 있으니 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랩탑컴퓨터와 서류 등도 잘 챙겨가세요.

Stay safe, we need and cherish each one of you! 안전하게 있으세요! 우리는 여러분 모두를 필요로 하며 사랑합니다!

Best, Diana

보스턴의 눈이 그립다.

사족 : 위의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한뒤 텍사스 오스틴에 사는 후배가 다음과 같은 댓글을 남겼다.

얘기를 하시니, 회사 동료에게 들은 일화가 생각이 납니다. 미국인 부부가 오스틴에서 각각 미국계 D사와 한국계S사에 다니고 있었죠. 2~3 전쯤으로 기억합니다. 12 어느 텍사스에서는 드물게 눈이 내렸습니다. 조금 과장하면, 텍사스 사람들은 눈길에서 어떻게 운전해야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이른 새벽 비슷한 시간에 부부 모두 회사 이메일을 체크했더랍니다.

미국계 D : 눈이 와서 교통이 혼잡할거고 사고의 위험이 있다. 당신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니 회사나와야만 되는 일이 아니라면 오늘은 재택 근무들 하셔라.

한국계 S : 눈이 와서 교통이 혼잡할 거다. 제시간에 도착하려면 오늘은 집에서 일찍 나오셔라.”

Written by estima7

2016년 1월 26일 at 11: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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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코스 이야기 8] 해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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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코스에 항상 명랑하고 친절하며 동료들의 대소사를 잘 챙겨주는 인간미 넘치는 여성직원이 있었다. ‘줄리’라고 해두자. 줄리는 자신이 직접 만든 쿠키나 케이크를 회사로 가지고 와서 동료들에게 나눠준다든지, 동료직원의 생일을 기억해뒀다가 꼭 챙겨준다든지, 점심시간에 자신이 주도해서 게임시간을 마련하는 일 등을 좋아하는 일종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당연히 직원들사이에 평판도 좋고 인기있는 사람이었다. 내 생일도 세심하게 챙겨줘서 감동했다. 회사분위기를 살리는데 이런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은가.

그런데 하루는 HR매니저인 존이 심각한 얼굴로 와서 미팅을 청했다. 그는 “줄리에게 문제가 생겼다. 당장 해고해야 한다”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깜짝 놀랐다. 일단 줄리가 무슨 문제를 일으킬만한 사람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사 무슨 문제가 있더라도 어떻게 그렇게 매몰차게 당장 회사에서 내쫓을 수가 있는가.

자초지종을 확인해 봤다. 줄리는 직원들의 급여를 처리하는 페이롤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녀는 세금, 의료보험료 등을 떼고 직원들의 급여를 계산해 매달 입금하는 일을 한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급여는 일반 직원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해 원래 받아야하는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가져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담당 팀장이 발견했고 존에게 알려왔다는 것이다. 존은 사내변호사인 마크에게 그 사실을 의논했는데 회사가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는 당사자를 바로 해고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마크의 의견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줄리인데 이 문제에 대해서 본인에게 알리고 한번 기회를 줘야하지 않냐고 이야기했다. 내가 보기에 아주 큰 거액을 더 가져간 것도 아니었다. 한번에 한 백불이 될까.

하지만 존도 단호했다. 바로 내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은 줄리와 ‘친구’라고 할 정도로 가깝지만 일은 일이라는 것이다. 안그러면 나중에 회사가 큰 피해를 입는다는 얘기였다. 줄리와 만나서 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정말 (고의적으로) 그랬다는 것이 인정되면 바로 해고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불과 몇시간뒤 존과의 미팅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줄리는 총무담당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자에 짐을 꾸려 바로 회사를 떠났다. 약 5년동안 라이코스에 재직했던 그녀는 회사에서 아주 평판이 좋은 직원이었지만 동료들에게 작별인사를 할 시간도 없었다.

이 사건에서 내가 놀란 것은 너무나 신속한 해고절차와 그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본인,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리고 비교적 냉정하고 무관심한 직원들의 태도였다. 소위 ‘정’으로 묶인 한국의 직장문화에서는 이런 경우 적어도 며칠간은 시간을 두고 의사결정을 하거나 주위 동료들이 구명운동을 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해고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해고가 결정되는 순간 전산담당직원에게 연락해 해고되는 직원의 회사메일계정부터 정지시킨다. 법적으로 그 직원의 회사메일계정은 회사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해고되는 당사자도 담당 팀장과 배석한 HR담당자에게 그 사실을 통고받고는 속으로는 화가 나겠지만 크게 감정을 노출하지 않고 짐을 싸서 바로 회사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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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Up in the air에서의 조지 클루니

보통은 직원들의 고충을 잘 들어주는 HR매니저도 유사시에는 이처럼 전광석화처럼 해고절차를 진행한다. 존은 예전 직장에서 마치 영화 업인디에어에 나오는 해고전문가 조지 클루니처럼 해고를 많이 해야하는 일을 담당했었다고 한다. 아무리 해도 개선이 되지 않는 문제직원을 식별해내 담당매니저와 함께 의논을 하고, 해당직원에게 시한부 경고를 주고, 그래도 변화가 없으면 해고절차에 들어가는 식이다. 사람이 좋아보이다가도 유사시에는 아주 단호하고 냉정하게 해고당사자에게 해고사실을 통고한다. 그는 해고를 통고하는 면담자체를 힘들어하는 담당매니저를 도와서 일을 처리해준다.

공식적으로 미국에는 법적으로 회사가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하지만 회사규정에 따라 ‘세버런스 패키지(Severance package)‘라는 일종의 위로금이 해고당사자에게 지급된다. (근속 기간에 따라 적립해두는 퇴직금이 아니기 때문에 이직 등의 이유로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나는 경우는 이 세버런스를 받지 못한다.) 대기업들은 대개 근속연수에 따라서 어느 정도의 세버런스를 지급한다는 사내규정이 있다. 하지만 작은 회사들이나 그리 너그럽지 않는 규정을 가지고 있는 회사의 경우는 세버런스를 아예 지급하지 않거나 겨우 2주치~한달치 봉급정도를 주기도 한다.

세버런스는 저축을 거의 하지 못하는 미국직장인들에게 다음 직장을 잡을 때까지 생활비로 쓰라는 의미가 크다. 회사와 협상(보통은 HR매니저와 담판)을 통해서 의료보험연장이나 스톡옵션 보전 등 보다 좋은 조건의 세버런스를 챙기는 경우도 있다. 회사는 세버런스를 주면서 해고되는 직원이 각서에 서명하게 한다. 이 돈을 받는 대신 회사에 소송을 걸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소송을 걸면 받은 돈을 다시 돌려줘야 한다.

회사를 떠날바에야 제발로 나가는 것보다 해고절차를 밟아주기를 은근히 바라는 경우도 있다. 자기가 자진해서 그만두면 한푼도 받을 수 없는데 반해 해고가 되면 세버런스도 받을 수 있고 주정부에서 제공하는 실직자수당도 받을수 있는 자격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회사가 직원을 쉽게 해고할 수 있다. 미국 노동법에는 ‘At-will employment’라고 나와 있는데 회사는 특별한 이유없이도 언제든지 직원을 해고할 수 있다는 계약관계를 말하는 용어다. 당사자가 아무 잘못을 하지 않았더라도 회사의 경영사정으로 부서 하나를 다 날려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다만 나이, 성별, 인종 등에 따라 차별해서 부당하게 해고했다가는 큰일이 날 수 있다. 꺼꾸로 부당해고라고 회사가 소송당해 거액의 배상금을 지불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굉장히 조심을 한다.

줄리 사건이후 나는 이런 미국의 해고문화에 익숙해졌다. 떠나는 사람도 안에 남는 사람들도 의외로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이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조직문화에 균열을 일으키거나 업무에 적합하지 않은 직원의 경우는 HR매니저가 담당 매니저 등 여러 직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본인면담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한다. 보통 한달정도의 시간을 준다. 그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내게 와서 해고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곤 했다. 망설이는 내게 존은 “(그 직원이) 적합하지 않은 업무에 남아있는 것은 본인에게도 불행이고 팀웍에도 큰 해가 된다”고 설득하곤 했다. 문제직원 때문에 다른 더 능력있는 직원이 회사를 떠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리더십에 문제가 있어 팀원들의 원성을 사던 한 매니저의 경우는 해고가 진행되고 나서 팀분위기가 살아나기도 했다.

또 해고가 되서 회사를 떠난 직원들의 경우 오래지 않아서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엔지니어들의 경우는 쉽게 좋은 직장을 잡았다. 워낙 좋은 회사들이 많고 새로운 스타트업이 계속 태어나는 보스턴지역의 특성 덕분인 것 같았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다고 해야 할까. 정말 부러운 부분이었다. 링크드인으로 해고된 이들이 어디로 갔는지 확인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한 경우가 많았다.

일견 비인간적으로 보이는 이런 미국의 해고문화는 큰 국토에 개인주의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미국이라는 나라이기 때문에 가능한지도 모른다. 자기가 사는 교외의 집과 회사사무실만을 자동차로 챗바퀴 돌 듯 하는 미국인들은 해고된 직장동료를 평생 다시는 볼 일이 없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저녁에 따로 회식문화도 없고, 동문회 같은 것도 없는 편이기 때문에 동료간에 끈끈한 정이 쌓일 틈이 없다. 일에서 ‘감정’이 분리되어 있다. 다시 말하지만 ‘드라이’한 문화다. 미국의 해고문화는 그 드라이한 직장문화의 한 단면이다.

우리와는 정서가 다르다. 술먹고 푼다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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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25일 at 10:58 오후

라이코스이야기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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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의 호기심은 기업의 성장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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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에 보도된 소프트뱅크 손정의회장 닛케이신문 인터뷰와 NYT의 구글 래리 페이지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서 세상을 바꾸는 기업을 만들어낸 창업자들에게는 뭔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마르지 않는 호기심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 기업의 성장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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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회장은 닛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범으로 여기는 경영자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일본에서는 혼다자동차의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郎)상을 가장 좋아합니다. 제가 젊었을 때 혼다상과 같은 치과에 다닌 인연으로 그의 생일을 축하해 드리자 자택에서 열리는 파티에 초청받은 일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젊었고 무명이었습니다. 그 곳에는 거물급 인사들이 가득 있었습니다. 하지만 혼다상은 나를 붙잡고 “PC란 것이 무엇이냐?”, “CPU(중앙연산처리장치)라는 것은 뭐냐?”, “그것이 진화하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 등 계속해서 질문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설명을 해드리면 그는 눈을 반짝거리며 “그런 것이구나! 대단하다!”라며 진심으로 감동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혼다자동차가 잘 나가는 이유는 여기에 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감동해주는 할아버지(오야지)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혼다의 엔지니어들이 얼마나 열심히 할까 하는 생각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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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혼다 소이치로를 검색하니 ‘엔지니어’라고 나온다.

장인정신으로 세계적인 자동차회사를 만들어낸 혼다 소이치로가 어떤 사람인지 대충 짐작이 간다. 그는 생전에 직원들에게 사장님으로 불리는 것을 싫어했고 ‘오야지'(할배)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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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래리 페이지의 집착이 구글의 비즈니스가 됐는가”라는 NYT의 기사에는 이런 부분이 나온다.

3년전 록히드마틴의 핵융합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엔지니어인 찰스 체이스씨가 구글이 주최하는 컨퍼런스에 갔을 때다. 그는 소파에 앉아있었는데 처음보는 남자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들은 20분동안 핵융합반응을 통해 어떻게 태양에너지 같은 클린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에 대해서 토론했다. 그리고 나서 체이스씨는 그 남자의 이름을 물어봤다.

“저는 래리 페이지라고 합니다.” 그제서야 체이스씨는 자신이 억만장자인 구글의 창업자 CEO와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에게는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아’하는 투의 느낌이 전혀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했죠.”

래리 페이지는 이제는 지주회사 알파벳의 CEO를 맡고 그룹(?)의 주력인 구글의 CEO자리는 순다 피차이에게 맡겼다. 그리고 자신은 구글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쓴다.

래리 페이지는 과학자나 엔지니어들이 모이는 컨퍼런스에 가서도 전혀 티를 내지 않고 행사의 대부분 자리를 지키고 내용을 다 듣는 경우가 많아 주위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너무 자연스럽게 청중들속에 녹아들어가 실리콘밸리밖에서 온 사람들의 경우 그가 구글의 창업자인지 전혀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넘치는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이렇게 행동하는 것인데 컴퓨터 공학과 교수였던 래리 페이지의 아버지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로보틱스컨퍼런스 등에 아들을 데리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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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래리 페이지의 이름을 검색하니 ‘컴퓨터 과학자’로 소개되어 있다.

***

창업자의 호기심을 이야기하니 네이버 김상헌대표께 들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이야기도 생각난다.

 

 

김 대표는 2011년 11월, 실리콘밸리의 저명한 벤처투자가인 유리 밀너(YuriMilner)의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밀너의 생일파티에는 실리콘밸리의 유명 인사들이 다 모여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한국의 인터넷 기업 CEO에게는 관심조차 없다는 듯 건성으로 인사를 하고는가버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풀이 죽어 있던 김 대표 앞에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서 있었다. 김 대표는 자신이 한국 최고의 검색엔진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CEO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저커버그가 예상외로 반색을 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네이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궁금한 것이 많은데 내일 우리 회사에 와서 좀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없겠느냐”. 다음 날 아침 비행기로 귀국할 예정이었던 김 대표가 정중히 거절하자 저커버그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다음에 오면 꼭 연락해달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김 대표는 다른 오만한 실리콘밸리 거물들과 달리 의외로 겸손하고 호기심 많은 저커버그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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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를 구글에서 검색하니 ‘컴퓨터 프로그래머’라고 나온다.

이렇게 호기심이 넘치는 창업자들이 이끄는 회사들이 잘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 래리 페이지의 알파벳(구글)은 곧 시가총액에서 애플을 꺾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회사로 등극할 전망이다. 생각해보면 역시 호기심이 넘치는 창업자 CEO 스티브 잡스가 사라진 애플이 쭉쭉 떠오르는 구글과 페이스북을 상대하기 벅찰 것 같다.

우리에게는 이렇게 호기심 넘치는 창업자 CEO가 건재한 회사가 있는가? 한국의 재계에 이런 사람들이 이끄는 회사가 별로 없다는 것이 한국경제가 가진 숙제가 아닐까 싶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1월 24일 at 10:45 오후

[라이코스 이야기 7] 컨퍼런스콜 문화

with one comment

좁은 국토를 가진 나라에 사는 탓인가. 우리 한국인은 웬만하면 얼굴을 맞대고 일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회의가 있으면 무조건 모두 하나의 방에 모여서 서로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하는데 익숙하다. 이메일이나 전화로 소통하는 것보다 웬만하면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을 선호한다.

을위치에 있는 회사가 갑회사에 뭔가 제안을 하려면 아무리 멀어도 직접 가서 얼굴을 맞대고 미팅을 해야한다. 중요한 계약을 놓고 상대방에게 “전화로 회의하자”고 하는 것은 실례다. 우리는 서로 얼굴을 봐야 안심이 되는 편이다. 식사나 술 한잔을 통해 더욱더 친밀감을 쌓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런데 직접 경험해본 미국의 비즈니스문화는 달랐다. 얼굴 안보고 전화로만 회의를 해도 전혀 문제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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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코스의 회의실중 하나

처음 라이코스에 가서 경험한 일이다. 세일즈팀의 콜린과 이야기하는데 “곧 미팅에 들어간다”고 한다. 누구와 만나냐고 했다. 야후란다. 아니 우리회사의 중요거래처중 하나인 야후사람이 캘리포니아에서 보스턴까지 출장을 왔나? 그런데 왜 이 친구는 나에게 이야기하지 않았지? 그런 의문이 순간 꼬리를 문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야후사람이 우리 사무실을 방문한 것이 아니고 전화로 그쪽과 컨퍼런스콜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외부사람들과 하는 웬만한 회의는 전화로 하는 컨퍼런스콜이다 보니 그냥 ‘미팅’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사내직원들끼리 하는 회의를 빼고 외부쪽과 하는 대부분의 회의는 컨퍼런스콜이었다.

왜 그럴까. 일단 국토가 광활하고 지역에 따라 시차가 존재하는 미국에서는 직접 얼굴을 맞대고 회의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뉴욕같은 대도시에 위치한 회사들을 제외하고 웬만한 큰 미국회사가 모든 거래처를 한두시간 이내에 직접 운전하고 가서 만날 수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예를 들어 라이코스의 가장 중요한 거래처인 야후와 구글은 모두 서부 실리콘밸리에 있다. 비행기로 보스턴에서 6시간반을 가야하며 시차도 3시간이나 난다.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다. 야후와 구글의 라이코스 담당자는 일년에 한번정도 보스턴에 들러서 보스턴지역의 파트너들과 같이 식사를 하는 시간을 갖곤 했다. 그 정도다.

그렇다고 비즈니스상대방에게 전화를 쉽게 걸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는 서로 웬만큼 가까운 사이가 아니고서는 다짜고짜 상대방에게 전화를 거는 일은 거의 없다.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기 전에 미리 이메일로 “몇날 몇시에 무슨 용건으로 전화를 걸어도 되겠느냐”고 확인하는 것이 매너다. 다른 시간대에 있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다.

미국에는 본토에 동부, 중부, 마운틴, 서부시간대 등 4개 시간대가 있고 그밖에도 알라스카시간, 하와이시간 등 총 9개의 다른 시간대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에 근무하는 사람이 무심코 오후 4시에 보스턴의 비즈니스상대방에게 전화를 건다고 해보자. 보스턴은 이미 저녁 7시다. 그는 귀가해서 가족과 함께 식사하고 있는 상대방의 사생활을 침범하는 무례를 범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주 위급한 경우가 아니면 이렇게 하면 안된다. 페이스북이 유달리 미국에서 인기를 끈 이유도 서로 다른 시간대에 흩어져 사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서로 안부를 전하기가 쉬워서인 까닭도 있다.

어쨌든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회의시간이 잡히면 대개는 캘린더(일정)관리 소프트웨어로 참석자들에게 초대메일(인바이트메일)을 보내서 참석자명단과 컨퍼런스콜 전화번호를 공유한다. 메일을 받은 사람은 참석(Attend)한다고 확인 버튼을 눌러주면 된다.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이렇게 캘린더로 서로 일정을 공유한다. 이렇게 해주면 자동으로 스마트폰 등의 캘린더에도 서로 싱크되기 때문에 편리하다.

처음 들어보는 회사라도 지인을 통해 이메일로 소개를 받으면 일단 관심을 갖고 이메일로 대화를 시작한다. 어느 정도 서로 목적이 파악이 되면 컨퍼런스콜 시간을 잡은 다음, 전화로 회의를 해서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서로 협업할 거리가 있으면 다시 이메일이나 추가 컨퍼런스콜로 일을 진행한다. 계약서도 이메일로 주고 받으며 수정하다가 확정이 되면 PDF파일로 만들어 교환한다.

계약서를 인쇄해서 사인한 다음 다시 스캔해서 보내면 끝인 경우가 많다. (인감도장, 막도장을 찍는다든지 하는 불필요한 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아주 중요한 계약이 아니면 계약시작부터 종료까지 상대회사 담당자의 얼굴을 한번도 보지 않는 일도 흔하다. 회사의 신용도는 신용평가회사의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해서 확인한다. (보통 D&B 같은 신용평가회사의 데이터를 확인한다. 물론 이 데이터베이스에서 신용도가 낮은 것으로 나오면 거래하지 않는다.)

이처럼 전화통화로만 일을 하다가 실제로 상대방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업계컨퍼런스다. 일년에 한번씩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라스베가스 같은 대도시에서 열리는 CES, 애드텍 같은 업계컨퍼런스는 업계사람들을 실제로 만나고 식사라도 한번 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다. 주로 사업개발이나 영업팀 사람들이 가는 편이다. 그래서 이런 컨퍼런스에 갈때마다 미리 ‘진짜’ 미팅약속을 빼곡히 잡아두고 떠난다. 이런 자리에서 진짜 중요한 계약이 이뤄지기도 한다.

이처럼 미국의 직장문화는 ‘드라이’하다. 반면 실용적이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미팅 한번하려고 몇시간을 길에서 버리는 낭비가 없다. 심지어는 한 1시간이나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회사도 컨퍼런스콜로 미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얼굴봐야 할 일도 아닌데 뭐하러 가냐는 것이다.

그러니까 영업을 담당하는 사람의 얼굴보다는 상대방회사의 제품이 주는 가치(Value)를 보고 결정을 내리는 편이다. 드라이하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이런 문화가 편해졌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고백. 나는 사실 이런 컨퍼런스콜을 처음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솔직히 영어가 딸리기 때문이었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하는 회의에서도 100% 알아듣고 자유롭게 내 의견을 피력하기가 힘든데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으로서 전화로 회의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내 나라말로 이야기를 하지 않을때는 잠깐만 딴 생각을 해도 중요한 부분을 놓치기 쉽다. 더구나 통화품질이 좋지 않을때는 더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상대방의 얼굴표정을 보면서 대화의 완급을 조절하는 것이 좋은데 음성으로만 하는 콘퍼런스콜에서는 그것도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이런 컨퍼런스콜이 곤혹스러웠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역시 쉽지 않다. 그래서 가능하면 서로 얼굴을 볼 수 있는 스카이프나 페이스타임을 이용해서 회의를 하자고 유도하는 편이다.

(외국회사가) 한국회사와 일을 할때면 이처럼 언어의 장벽 때문에 컨퍼런스콜을 기피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하지만 이메일을 끝도 없이 주고 받는 것보다 컨퍼런스콜을 한번 하면 단번에 일을 진행시킬 수 있다. 알아듣기가 어려울 때는 상대방에게 천천히 아니면 반복해서 말해달라고 주문하면 된다. 글로벌비즈니스에 관심이 있다면 컨퍼런스콜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것이 좋다.

사족 하나. 미국회사라도 다 이런 원격 회의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문화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컨퍼런스콜을 싫어해서 보고를 들을 일이 있으면 무조건 담당자를 애플본사가 있는 쿠퍼티노로 오라고 해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또 하나. 위의 라이코스의 경우 컨퍼런스콜을 많이 하는 것으로 쓰기는 했지만 스타트업의 투자피칭이나 중요한 계약을 따내기 위한 미팅, 즉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미팅은 가급적이면 직접 얼굴을 맞대고 하는 것이 낫다. 특히 우리 같은 한국회사가 외국회사나 투자자를 설득해야 할 경우에는 얼굴을 보고 대화하는 것이 미팅을 성공시킬 확률이 휠씬 더 높을 것이다.

Written by estima7

2016년 1월 24일 at 9:41 오전

덕후들의 회사 블리자드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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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초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갔다가 블리자드 엔지니어 박종천님의 도움으로 블리자드 본사를 견학할 수 있었다. 스타크래프트의 그 블리자드 말이다. Geek, 게임매니아들이 한번 가보기를 꿈꾸는 게임회사다. 그때 찍어둔 사진 몇장을 블로그에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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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복도에서 마주친 그림인데 박종천님은 이렇게 설명을 해줬다. 블리자드는 게임디자이너나 크리에이터가 왕인 회사다. 특히 이런 환상적인 세계를 생각하고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이 높은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웨이 왕이라는 중국인이다. 십여년전 이 사람이 웹에 올린 그림을 블리자드가 발견하고 너무 놀랐다고 한다. 그리고 블리자드는 웨이 왕에게 연락을 해서 중국에서 만났다. 그리고 그에게 “우리 회사로 오라”고 했는데 웨이 왕은 “나는 영어도 못하고 중국을 떠나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처음에는 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단념하지 않고 그에게 전담 통역까지 붙여주는 조건으로 결국 본사로 데리고 오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는 블리자드를 대표하는 크리에이터가 됐다.

11년간 블리자드에서 엔지니어로 일한 박종천님도 처음에는 영어가 안되서 좌절했다. 그래서 매니저에게 “영어가 안되서 괴롭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매니저는 “괜찮다. 영어 잘하는 사람을 쓰려면 길거리에서 거지를 데려다 쓰지 왜 널 데리고 왔겠냐”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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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입구에는 이렇게 오래 근속한 직원들의 이름을 써놓고 축하한다. 오른쪽 아래 Wei Wang의 이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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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근속상인 투구. 5년단위로 칼, 방패, 반지, 마스크 등을 기념으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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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중심광장에는 거대한 오크동상이 있다. 회사 곳곳에 이런 것들이 넘쳐난다. 그리고 이 오크동상을 둘러싸고 블리자드의 미션스테이트먼트와 8대 핵심가치가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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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오크동상을 정가운데 놓고 이렇게 8방향으로 코어밸류를 새겨놓았다.

미션스테이트먼트
Dedicated to creating the most epic entertainment experiences…ever.

  • 8가지 코어밸류
    gameplay first 흥미로운 게임을 만드는 것이 최고로 중요하다.
    commit to quality 게임의 품질이 중요하다.
    play nice; play fair 고객, 동료, 비즈니스파트너에게 친절하게 공정하게 대하라.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에서나 모두.
    embrace your inner geek 당신의 안에 내재되어 있는 덕심을 걱정말고 꺼내서 즐겨라
    every voice matters 훌륭한 아이디어는 어디서든 나올 수 있다.
    think globally 글로벌을 생각하고 게임을 만들라.
    lead responsibly 우리는 세계의 게임업계를 이끄는 리딩게임회사다. 자부심을 가지고 프로페셔널하게 일하자.
    learn and grow 배우며 성장한다.

http://us.blizzard.com/en-us/company/about/mission.html

이렇게 회사의 핵심가치를 정해두고 회사 곳곳에 잘 보이도록 붙여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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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니 직원들이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 때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내가 하려는 일이 회사의 방향과 가치에 부합하는지 한번 생각해보고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근면성실, 정직, 주인의식, 품질제일 같은 추상적인 사훈보다는 이렇게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을까 싶었다. 특히 embrace your inner geek라는 핵심가치 덕분에 마음놓고 덕질을 할 수 있어서 좋다는 얘기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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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이런 멋진 캐릭터들이 회사곳곳에 장식되어 있는 블리자드는 오덕들의 회사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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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직원이 추천한 사람이 채용되었을 경우 주는 ‘블리자드 헤드헌터’세트.

Written by estima7

2016년 1월 23일 at 3: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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