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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의 이익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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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기사는 요즘 심심치 않게 보인다. 6월 3일 WSJ에 실린 Nokia’s Pain Becomes Finland’s(노키아의 고통이 핀란드의 고통이 되고 있다)는 기사가 대표적이다.

나라전체경제가 너무 한 기업에 의존되어 지나치게 있다보니 생기는 문제다. 한때 나라전체 기업세금의 20%를 내던 기업이 “추락하는 새는 날개가 없다”는 말이 들어맞을 정도로 급속히 몰락하고 있고 회생가능성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불과 4년동안에 75%의 시장가치를 잃고 이제는 대만의 HTC에도 추월당했다.(출처 WSJ)

그런데 오늘 또 WSJ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접했다.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의 이익이 되다(Nokia’s Losses Become Finland’s gains)”라는 제목의 기사다. 기사가 재미있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있는 것 같아서 몇군데 인상적인 부분을 인용해본다.

노키아와 함께 20년동안 양성된 세계수준의 모바일엔지니어들이 노키아의 몰락과 함께 스타트업생태계로 쏟아져 나오고 있고 이런 트랜드가 새로운 벤처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The steady growth and domination of Nokia, and the surrounding ecosystem, during the last 20 years has created a large pool of world class mobile technology skills in Finland. Now, when the smartphone market is skyrocketing [and] Nokia is suddenly stumbling and forced to cut down substantially the multibillion R&D efforts…[it releases] some of the best resources to the start-up market.”

그리고 핀란드의 벤처생태계에 중요한 컬처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즉,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창업자가 되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 앵그리버드로 유명한 로비오가 롤모델역할을 하면서 이런 창업트랜드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리고 적은 수지만 이미 성공한 창업가들이 다시 새로운 벤처기업을 만들고 투자에 나서면서 이런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Finns are nowadays more willing to take risks and become entrepreneurs,” he said. “Second, the recent success of startups like Rovio that serve as role models for would-be entrepreneurs boost this trend. Third, Finland now has a small but growing amount of serial entrepreneurs who are either forming new startups or investing in other startups and helping them progress faster. All of this has lead to there being more and better ideas for entrepreneurs to invest in.”

보스턴인근의 한 쇼핑몰에서 만난 앵그리버드 캐릭터가판대. 전세계 어딜가나 이제는 캐릭터상품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앵그리버드는 모바일시대의 슈퍼마리오가 됐다.

아래 이야기가 또 인상적이다. “창업이 드디어는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의 좋은 대안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Tommi Laitinen, Flowd’s senior vice president, said he also thought that there had been a shift in attitudes. “Entrepreneurship is finally accepted as a good alternative to working in a big corporation.”

겨우 인구 5백만의 핀란드는 세계가 알아주는 교육선진국이다. 그만큼 훌륭한 인재도 많을 것이다. “혹독한 기후와 천연자원의 부족이 하이테크에 집중하도록 했다”는 한 벤처기업 CTO의 이야기도 눈에 들어온다. 20명의 직원중 8명이 박사학위소지자라고 한다.

All agreed that the high level of education was important. Harri Valpola, CTO of recycling technology developer Zen Robotics said that eight of the company’s 20 employees had PhDs. He added: “Maybe also the harsh climate and lack of natural resources has something to do with our focus on high tech.”

웬지 모르게 이 기사를 읽으면서 한 10년후에는 핀란드가 이스라엘같은 ‘창업국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국으로 둘러싸인 7백만의 인구를 가진 소국 이스라엘도 10여년전 ICQ 같은 회사의 성공적인 매각이 계기가 되어 벤처생태계가 꽃피는 창업국가로 변신하게 되었다.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에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좀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됐으면 한다. 핀란드의 정부와 언론도 이런 새로운 움직임을 ‘희망’으로 받아들이고 벤처생태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지도 궁금하다.

LeWeb에서 앵그리버드를 만든 핀란드의 벤처기업 로비오(Rovio)의 CEO가 가진 Q&A대담 동영상.

Written by estima7

2011년 8월 4일 , 시간: 11:55 pm

24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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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임사장님의 글은 늘 재밌고 생각하게 만드는군요. 감사합니다.
    제가 핀란드에 자주 가보고 느낀 점이 많습니다. 여기에 다 적을 순 없지만 노키아의 성장 배경과 핀란드의 역사를 이해 한다면 지금의 위기를 국가 경제의 총체적 위기로 해석하는 건 무리일 둣 싶습니다.
    이스라엘이 창업국가로 갈 수 있었던 토대가 IDF와 한사람 건너면 다 알 수 있는 인간네트워크이라고 할 수 있다면 핀란드는 객관적으로 이스라엘 보다 훨씬 철저한 민주주의 정치체제와 경제구조를 가진 국가란 점에서 이스라엘식 창업국가 모델과는 다른 방향으로 갈것으로 예상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제 논문이 나오는 시점에 나눌 기회를 만들겠습니다.

    marxtoday

    2011년 8월 5일 at 12:40 am

    • 핀란드에 자주 가보셨군요. 그럼 상황을 잘 아시겠군요. 핀란드의 인구와 경제규모에 비해 노키아가 워낙 큰 글로벌기업이었으니 이런 우려가 많이 나온 것도 무리가 아닐듯 싶습니다.
      다만 핀란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이 없어 그냥 이스라엘과 비교해서 생각해봤습니다. 물론 다른 점도 굉장히 많겠지만 만만치 않은 환경속에 자리잡은 인구1천만이하의 소국이라는 점과 우수한 인재풀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는 점을 생각했던 것입니다. 나중에 자세한 내용 기대하겠습니다.^^

      estima7

      2011년 8월 5일 at 8:52 am

  2. 작년에 이런 기사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http://media.daum.net/digital/all/view.html?cateid=1008&newsid=20101206152116937

    핀란드 정부는 ‘앵그리 버드’라는 모바일 게임으로 급부상중인 핀란드 벤처기업 ‘로비오 모바일’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카엘 헤드 로비오 대표이사는 “그 동안 핀란드에 소규모의 벤처 캐피탈만 존재하면서 오히려 외국자본들이 핀란드 벤처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핀란드 정부는 유망 벤처사업 지원을 위해 기술혁신 투자청(TEKES) 등에서 총 6,000만유로의 자금을 확보해 적극적인 육성에 나설 계획이다.

    아마도 이 기사( http://www.businessweek.com/magazine/content/10_50/b4207048626069.htm )를 참고한 것 같은데..

    사실 IT기업으로 변신한 노키아의 성공도 기업의 자체 판단으로 했던 것이 아니죠. 경쟁과 분열 대신 협력과 상생을 중시하는 국민성도 있고 해서.. 또다시 변신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1년 8월 5일 at 1:13 am

    • 정보 감사합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벤처지원책은 끊임없이 나오는데 실제로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적인 지원은 적다는 점에서 “핀란드는 과연 어떨까”하고 생각해본 것입니다. ^^ 또다시 핀란드가 변신할 수 있을지 저도 궁금합니다.

      estima7

      2011년 8월 5일 at 8:53 am

  3. 핀란드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삼성 같은 대기업에 대한 경제력 집중이 심한 듯 합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벤처를 창업해도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좋은 인재와 함께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성공 사례들이 많지 않다보니 대부분의 우수 인재들이 비교적 안정적인 대기업에 붙어있으려고만 하는 경향이 강한 듯 합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반대로 삼성이 망한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봤는데요.
    단기적으로는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주겠지만 이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많은 사람들이 창업을 해서 경제에 활력을 주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더 경제적으로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용인나룻배

    2011년 8월 5일 at 1:13 am

    • 제가 일부러 윗글에서 삼성을 언급하지 않았는데요. 한국은 사실 삼성말고도 대기업이 많고 대기업집중현상이 상당히 심하죠. 핀란드와 똑같이 비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도 윗 기사를 읽고 하늘이 무너져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고 똑똑한 인재들만 있으면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꼭 국가뿐만 아니라 개인도 마찬가지죠.

      이런 핀란드의 사례를 참고해서 우리나라도 창업을 복돋우는 정책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estima7

      2011년 8월 5일 at 8:56 am

  4. 인재가 자원이다라는 말이 새삼 와닿네요.잘 읽었습니다.^^

    최게바라

    2011년 8월 5일 at 6:57 am

    • 예, 핀란드가 우수한 인력자원이 없었다면 이런 트랜드가 있을 수 없었겠죠.

      estima7

      2011년 8월 5일 at 8:57 am

  5. 핀란드 친구로부터 들은 내용 그대로네요. 실제로 해고가 공식화 되기 전부터 많은 노키아 인력들이 스타트업으로 나가고 있었다 하더라구요. 가서 만난 친구 1명도 대학교 입학하면서 창업해서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다는 얘기도 했구요. 노키아의 위기가 정말 핀란드의 기회가 맞는거 같습니다..

    psi

    2011년 8월 5일 at 7:36 am

    • 실제로 그런 이야기를 들으셨다니 저도 기쁘네요. “위기가 기회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사례인듯 싶습니다.

      estima7

      2011년 8월 5일 at 8:58 am

  6. 한 번 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글 잘 보고 갑니다.
    말씀을 드리기 전에 Facebook에 공유를 했는데 죄송한 마음이…
    다음에 공유할 때엔 먼저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ㅜ_ㅡ

    트위터에서 트윗하시는 것들 잘 보고 있습니다. ㅎㅎ

    사과

    2011년 8월 5일 at 12:30 pm

    • ㅎㅎ 괜찮습니다. 마음껏 공유하세요.

      estima7

      2011년 8월 5일 at 12:54 pm

  7. 사실 게이밍 쪽에서는 핀란드 = 블루칩 이라는 코드가 요새 더 두드러집니다. 몇가지 저희 파트너사 중 예를 드리면, 지금 페이스북 소셜게임의 크로스프로모션을 주도하고 있는 applifier, 디즈니가 최근 인수한 HTML5 게임 메이커 RocketPack, Accel Partners로부터 최근 $12M 펀딩받은 브라우져기반 MMO 개발사 Supercell – 모두 핀란드입니다.

    인구 5백만은 저도 여기서 첨 알았는데, 더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

    Woosung Ahn (@woosungahn)

    2011년 8월 5일 at 4:40 pm

    • Wow. 몰랐는데 게임쪽에는 핀란드에 로비오이외에도 그렇게 유망한 스타트업이 많이 있었군요. 놀랐습니다. 하긴 생각해보면 리눅스를 만든 리누스 토르발스가 헬싱키대학 출신이죠. 5백만의 인구에서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estima7

      2011년 8월 5일 at 9:19 pm

  8. 다양한 아이디어로 여러 벤처기업들이 생태계를 조성한다면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겠지요.

    이장석

    2011년 8월 7일 at 9:15 pm

  9. 노키아의 인재가 외부로 빠져나가서 벤처 쪽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 추세에서 노키아가 휘청거렸다. 라는 말이 사실이라면 핀란드에는 오히려 더 좋은 거였네요. 게다가 “20명중 8명이 박사학위소지자”.이런 걸 보면 학력인플레가 청년실업의 원인이라던 헛소리를 지껄이던 사람들이 생각나는 데요..

    thfflf

    2011년 8월 11일 at 9:55 am

  10. 핀란드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생각할수도 있군요. 하지만 스타트업의 특징으로 봤을때 고도의 기술집약적인 사업은 힘들다는점이 굉장히 아쉽게 느껴집니다. R&D가 중요한 신소재개발 같은 경우말이죠요. 이점을 정부에서 지원해줄수 있다면 좋을거 같아요.

    원종보

    2011년 8월 13일 at 9:16 am

  11. 우리나라도 네이버가 몰락하면 다른 벤처들의 성장이나 에코 시스템에도 도움이 많이 될텐데요. ^^

    Tyko Kim

    2011년 8월 26일 at 12:37 pm

  12. 너무 흥미로운 포스팅 입니다. 감사드립니다^^

    마숏

    2012년 1월 10일 at 7:40 am

  13. […] 로체스터의 이야기는 내가 예전에 소개했던 핀란드의 사례에 대한 글,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의 이익이 되다”와 일맥상통하는데가 있다. 한때 핀란드전체 기업세금의 20%를 내던 […]

  14. 너무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제 페북에 링크를 걸었는데 괜찮겠지요? ^^;;
    감사합니다~

    Jun S. Lim

    2012년 12월 25일 at 9:40 pm

  15. 안녕하세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전 부산대 경제학과 학생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중소기업에 대해 조사하

    는중 좋은 글을 발견해 그래프자료와 몇 줄을 발췌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먼저 허락을 구하지 않고 이런식

    으로 밝히는 점 죄송합니다.

    이준우

    2013년 5월 12일 at 7:04 pm

    • 네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estima7

      2013년 5월 13일 at 2:02 pm

  16. 좋은 글 잘 봤습니다. 핀란드의 창의적 교육과 탄탄한 복지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 나라가 더 궁금해집니다. 감사합니다.

    이원재

    2013년 10월 4일 at 4:4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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